중국에서 PC방은 한때 열풍을 일으켰지만 이제는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중국의 PC방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산둥에서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 아무개 씨(51)는 올해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PC방 문을 닫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마도 올해가 PC방을 여는 마지막 해일 것”이라면서 “과거의 하이라이트를 떠올려보면 감개가 무량할 뿐이다. 지금은 참담하기만 하다. 이제 PC방엔 (직원들은 모두 떠나고) 우리 가족만 남았다”라고 했다. 이어지는 말이다.
“2005년에 PC방을 시작했다. 2006년에 가게 규모를 크게 늘렸다. 장사가 제일 잘될 땐 거리에 손님들이 600m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 우리 같은 PC방 6곳은 저녁과 휴일이면 모두 만원이었다. 만약에 그때 누가 PC방 하면 망한다고 말했다면 전혀 믿지 않았을 것이다.”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폐업한 중국 PC방 수는 1만 2800개가량이다. 2121년 2월 PC방 수는 12만 4818개다. 지난해만 전체 10%에 가까운 PC방이 문을 닫은 셈이다. 코로나 탓도 있지만 이는 PC방 산업 자체가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란 게 더 설득력이 있다. PC방은 201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PC방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2000년대 초중반에만 하더라도 중국 가정엔 컴퓨터가 거의 보급되지 않았다. 인터넷과 게임을 하려면 PC방을 가야만 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컴퓨터는 가정의 필수품이 됐다. PC방 비극의 시작은 이때부터였다.
한때 PC방 산업의 역군이었던 1980년대생과 1990년대생의 이탈도 뼈아프다. 이들이 자라면서 친구들과 PC방에 가서 게임을 할 시간이 없어졌다. 2000년대생이 그 뒤를 이어받으면 좋았겠지만 이제 게임의 주무대는 모바일로 옮겨갔다. 모바일로는 언제 어디서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을 하기 위해 이젠 PC방에 가야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게임의 질이 높아졌다는 점도 PC방에 직격탄을 줬다. PC방의 낡은 컴퓨터로는 최신 게임들을 구현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사양 컴퓨터를 갖추지 못한 PC방엔 손님들이 찾지 않았다.
베이징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진관쉬 씨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게임 ‘배틀 그라운드’가 PC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배틀 그라운드는 팀을 이뤄 게임을 진행하기 때문에 PC방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됐다.
진 씨는 “(배틀 그라운드가 선풍적 인기를 끌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너도나도 돈을 쏟아 부었다. 그래픽 카드, 첨단 마우스, 주파수 전광판, 전문 의자 등을 모두 갖춰야 했다”고 말했다. 진 씨는 “단순히 게임만 하는 게 아닌, 게이머들의 사교 장소로의 탈바꿈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실제 배틀 그라운드가 높은 인기를 끌면서 PC방엔 다시 활기가 돌았다. 하지만 이렇게 투자할 수 있는 PC방은 그리 많지 않았다. 업그레이드하지 못한 PC방들은 도태됐다. 여기에 배틀 그라운드 게임 자체에 문제점이 발생하자 화제성을 잃으면서 PC방들은 다시 한 번 위기에 빠졌다.
배틀 그라운드 등장 후 PC방에서 인터넷 카페로 전환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했던 PC방은 어려움에 빠졌다. 예전보다 유지비와 인건비가 많이 들어갔지만 정작 소비자들로부턴 외면 받고 있다. 대도시의 일부 PC방을 제외하곤, 대출을 받았던 PC방 업자들 상당수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PC방 업계가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할 경우 여전히 매력적인 분야라고 입을 모은다. 게임 산업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이 대세이긴 하지만 PC방에서 최신식 고사양 게임을 지인들과 함께하려는 수요는 분명히 존재한다.
‘2020년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 산업에서 발생한 매출은 2787억 위안(약 48조 3900억 원)에 달한다. 게임 이용자 수는 6억 6500만 명가량이다. 이 보고서는 “게임 산업은 장밋빛 전망 일색이다. 하지만 PC방 운영자로선 패러다임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다. PC방과 다른 서비스업의 결합을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