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혼다 비전
이유 중 하나는 출시 시기가 적절했다. 혼다의 기존 110cc 라인업이 유로5에 대응하지 않으면서 공백이 예상되었는데, 이를 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110cc 모델 라인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근거리 상용 용도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대응할 모델이 필요로 하는데 이를 잘 파악한 듯하다.
앞뒤14인치를 사용하고 플로어 보드를 채택했다
두 번째 이유는 가격 정책이다. 혼다 모터사이클 모델 중 가장 낮은 금액인 225만 원에 출시되었다. 125cc 인기 모델인 혼다 PCX125의 가격이 430만 원을 넘기면서 상대적으로 형성된 저가형 모델의 니즈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성장한 배달 시장의 수요 자체가 예년보다 증가했기 때문에, 이 시장에서 잘 팔릴 만한 가성비 물건을 들여온 셈이다.
앞 쪽 14인치 휠
무척 안정적인 선택이다. 늘어난 시장에 대응하여 꼭 팔릴만한 가격에 적당한 제품을 들여온 혼다 코리아의 비전에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제품이라도 덜떨어져야 시원하게 욕이라도 하는데 가격 대비 성능비도 괜찮아서 트집을 잡을만한 것도 딱히 없다.
새로운 110cc eSP 엔진은 스톱앤고가 더해져 높은 효율을 내도록 설정되었다
이번 혼다 비전은 새로운 프레임에 검증된 110cc eSP 엔진을 얹었다. 효율성이 높고 충분히 검증된 엔진이다. 스톱앤고 기능도 더해져서 연비 효율도 높다. 60km/h 정속 주행 시 리터당 59.4 km를 달릴 수 있고 한다. 혼다 특유의 내구성과 효율성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키가 적용되어 다이얼 형태로 연출된 키박스 봉지걸이도 보인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의 고급 옵션도 있다. 혼다 비전은 스마트 키를 탑재한다. 스마트 키 시스템 자체의 가격이 낮아져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국내 유저의 니즈를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키를 지니고 있는 상태에서 시동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환경에서 유리한 점이 있을 듯하다.
시트 안쪽 트렁크와 연료 주입구
차체 구성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플로어 형태의 발판으로 타고 내리기가 용이하고 플로어를 활용하여 물건을 옮기는 것도 쉽다. 앞뒤 14인치 휠 사이즈를 활용하여 라지휠 스쿠터의 특징을 가져가는 것도 이점이다. 휠 사이즈가 크면 직진 안정성이나 방지턱을 넘어가는 동작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계기반은 속도계가 바늘로 연출되고 다른 정보는 디지털로 표현된다 오른쪽으로 스톱앤고 해지 버튼이 있다
혼다의 125cc 이하 스쿠터 시장 장악력은 우월하다. 단일 모델 최다 판매 기록도 혼다 PCX125가 차지하고 있다. PCX125의 2020년 판매량은 3만 대에 육박하고, 태생이 배달 오토바이인 슈퍼커브110도 1만 대 규모로 판매된다. 그마저도 혼다의 소형 모델은 업자들 사이에서는 ‘캐시’로 통한다.
리어 램프는 모두 전구 타입이다.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 현금으로 통용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인기 소형 모델들은 ‘없어서 못 판다’와 ‘물건만 있으면 팔린다’는 말로 통한다. 슈퍼커브에 경우에는 배달 수요도 많았지만, 레트로한 디자인 덕분에 승용 수요도 몰리면서 품귀 현상이 생겼다.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 그야말로 없어서 못 샀다.
2021 혼다 비전 화이트컬러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혼다 비전은 잘 팔릴만한 스쿠터다. 가격이 싸고 제품력이 있다. 늘어난 배달 시장 수요에서 PCX125가 고가 프리미엄 시장을 맡는다면 110cc 저가 시장을 담당할 것이다. 당장 배달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데, 마땅한 스쿠터가 없을 때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더군다나 110cc는 보험료율도 낮다. 영업용의 경우 악명 높은 자동차 보험료까지 내야 하니 배달용 스쿠터를 고려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또한 고민할 만한 지점인 듯하다.
이민우 모토이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