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메라니안 전문 브리더(Breeder, 사육사)로 알려진 김 아무개 씨에게 개를 분양받은 A 씨(여)가 들은 얘기다. 김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1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포메라니안 사진을 올리면서 개 분양을 홍보하고 있다.
김 씨가 분양한 포메라니안의 현재 모습. 알고보니 포메라니안과 폼피츠가 교배한 ‘잡종’이었다. 사진=A 씨 제공
2020년 5월 A 씨도 인스타그램에서 포메라니안 사진을 보고 김 씨에게 연락하게 됐다. A 씨는 “김 씨가 포메라니안 개를 보여주면서 ‘도그쇼 우승견의 새끼’라고 했다. ‘3번 우승했고 1번만 더 우승하면 그 개는 챔피언이 된다’고도 했다. ‘당신이 강아지를 이미 키우고 있으니 업자는 아닌 것 같다. 개를 예뻐해 줄 것 같아 싸게 분양해 준다’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챔피언은 해당 도그쇼에서 4번 우승하면 주는 상이다.
그 말을 믿고 A 씨는 개를 분양받기로 했다. A 씨와 김 씨가 작성한 계약서에는 3월 4일 출생된 개를 280만 원에 분양하는 것으로 적혀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 개는 4월 4일 출생했다고 한다. 생일을 뒤바꾼 이유는 생후 2개월 미만 강아지를 판매하는 것은 위법 행위이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 36조에 따르면, 개나 고양이는 생후 2개월 이상 됐을 때 거래해야 한다. 2개월 미만 강아지를 팔다 적발되면 동물보호법 38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해당 영업자에게 6개월 이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고, 심한 경우 업체 등록 취소까지 가능하다. 이런 사정이 있지만 김 씨는 개를 분양했다.
A 씨는 “생후 2개월 미만의 강아지를 판매하는 것이 동물보호법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아 보였다. 장삿속 같은 게 느껴져서 당시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어쨌든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A 씨는 김 씨가 워낙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명한 사람인 만큼 믿고 개를 데려왔다고 한다.
문제는 개를 데려온 이후 발생했다. 김 씨가 챔피언 개의 자견이라는 것을 증명할 혈통서를 보내주지 않으면서다. A 씨는 지속적으로 혈통서를 보내달라고 했지만 김 씨는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언제 혈통서를 보내주냐는 말에 김 씨는 메시지로 “(개 관련) 연맹이 코로나19로 인해 업무가 지연되고 있다. 6월 안에는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6월 이후에도 보내주지 않아 A 씨가 다시 독촉하자 김 씨는 “챔피언이 곧 될 것 같다. 챔피언이 되면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A 씨는 김 씨의 말이 계속 바뀌자 화가 폭발했고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결국 A 씨 남자친구가 대신 연락을 취하게 됐고 그럼에도 혈통서는 받을 수 없었다.
그렇게 분양 받은 지 약 8개월 후인 지난 2월 A 씨는 한 분양숍을 방문하게 된다. 그런데 그 분양숍에서 김 씨에 대한 충격적인 얘기를 듣게 된다. 김 씨에게 개를 분양받았다고 하자 분양숍 사장은 A 씨에게 “김 씨는 거짓말쟁이로 유명하다. 그 개 분양할 때 챔피언 자견이라고 분양하지 않았냐. 다 거짓말이다. 그 개는 소위 ‘잡종’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애견카페 사장에게서 그 개는 “포메라니안과 폼피츠가 교배해 태어난 개다”라는 얘기도 듣게 된다.
김 씨는 혈통서를 달라는 말에 코로나19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뤘다. 사진=A 씨 제공
A 씨가 실상을 확인해보니 분양숍 사장 말이 맞았고 분양받은 개는 혈통이 없었다. 이 얘기에 A 씨는 김 씨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댓글로 “혈통서를 달라”고 공개적으로 올렸다. 그런데 그 댓글을 본 여러 명이 ‘자신도 당했다’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렇게 피해자 단체 채팅방이 만들어져 10여 명이 모였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비슷한 수법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다른 피해자 B 씨도 “김 씨가 코로나 핑계를 계속 댔다. 혈통서도 그렇고 환불도 코로나 때문에 어렵다는 황당한 말도 했다”면서 “나중에 연맹에 직접 전화해 보니 코로나 때문에 업무가 지연된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었고 혈통서는 며칠이면 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 피해자 중에서는 애견카페 사장도 있었다. 애견카페 주인 구 아무개 씨에 따르면 김 씨에게 개를 구매했는데 김 씨 일행이 갑자기 집으로 쳐들어와 개를 들고 가버렸다.
구 씨는 “지난해 8월 약속한 분양비를 다 내고 개를 받기로 했는데 김 씨가 돈을 더 달라며 양도를 안했다. 개를 달라고 독촉하자 김 씨는 담보 차원에서 개를 임시보호 해달라며 맡겼다. 구 씨는 개를 맡으면서 김 씨에서 ‘9월까지 환불해 주지 않으면 개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12월 김 씨와 김 씨가 일하는 애견카페 사장 심 씨가 느닷없이 구 씨 집으로 침입해 개를 데리고 가려고 했다. 이를 말리는 구 씨를 김 씨와 심 씨가 밀치면서 개를 데리고 갔다. 이 일로 인해 구 씨는 김 씨와 심 씨를 고소했고, 이들은 주거침입 및 공동상해로 검찰에 벌금형 처분을 받았다.
심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해당 개는 내 소유가 맞다. 중간에서 김 씨가 거짓말로 팔아넘긴 것이다. 내가 한 행동의 책임은 지겠다. 다만 구 씨가 없는 죄를 부풀려 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어 심 씨는 “김 씨는 약 한 달 전 구속됐다. 왜 구속됐는지 알 수가 없고 면회도 코로나19 때문에 불가능하다. 개 분양 사기 관련해서 구속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1년 정도 같이 일했는데 처음에는 잘하다가 자꾸 돈 관련해서 문제가 많이 일어났고 나 모르게 회사 이름으로 분양한 경우도 있어 골치가 아프다. 나하고는 전혀 무관하고 김 씨 혼자 몰래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현재 구속돼 연락이 닿지 않았다. A 씨 등 피해자들은 김 씨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구 씨는 김 씨를 주거침입 등으로 고소할 때 김 씨가 거짓 분양을 한 사건도 사기로 같이 고소했고 현재 검찰로 송치된 상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