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시사직격
지난 3월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의 고발로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사건이 드러났다. 계획이 발표되기 전에 내부 공공정보를 불법적으로 활용해 값이 오를 신도시 예정지의 땅을 미리 사들였다는 것.
이들은 단순히 땅을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최대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묘목 이사비용을 노리고 희귀수종을 심었으며 필지를 여러 명이 나누어 일명 ‘쪼개기’식으로 매입했다.
심지어 원주민들의 재정착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대토보상제도를 악용하려던 정황까지 밝혀졌다. 이에 정부는 엄중 처벌을 약속하며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재발방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불붙은 국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번 주 LH로부터 시작된 투기 사건의 실태를 진단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소유할 수 있는 땅 농지. 그러나 개발되면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투기 역시 대부분이 농지에서 이루어졌다.
이에 허점이 많은 현행 제도와 느슨한 관리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국민적 공분을 산 LH 발 투기 사건 이제 그 파장은 정치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비교적 쉽게 은밀한 내부 공공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을 국회의원들. 혹시 그중 누군가 투기를 목적으로 한 농지를 소유하고 있진 않을까. 21대 국회의원 300명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전체 25.3%에 달하는 76명의 의원 농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최초의 의혹이 시작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현재 그곳의 토지에서는 대부분 농사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영농계획서 속 농사를 짓겠다던 땅엔 중장비 기계들만이 쉴새 없이 드나들 뿐이다.
전답으로 분류된 농지는 허가받지 않은 불법 폐기물 야적장과 고물상, 화물 창고들이 들어서 있었다. 머지않은 보상을 위해 대규모 대출을 받아 농지를 매입하고 농지를 무단으로 형질 변형해 얻은 수익으로 그 대출 이자를 충당하는 것.
내부정보를 이용한 대표적인 투기 수법 유형 중 하나다. 투기에 밀려 농토가 사라져가는 과림동. 지난 세월 동안 그곳에 뿌리내리고 살아온 원주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현장을 담는다.
2019년 10월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도 언급되었던 한 전직 LH 직원 A씨. 그는 재직 시절 전국의 미분양 난 LH 공급 주택 15채를 무더기로 매입했으나 가벼운 징계를 받는 데 그쳤고 이후 스스로 퇴직해 국토부 산하의 한 공기업 감사실장으로 재취업했다.
또 금품 수수로 파면된 전직 LH 직원 B씨는 현재 보상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는 대토보상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최근 사건들과 맞물려 ‘공공정보 도둑질’이라는 개념이 새로이 떠오르고 있다. 업무상 취득한 공적인 비밀 정보를 자신의 이득을 위해 훔쳐 악용하는 것을 뜻한다.
철저한 수사와 제도 보완이 필요한 시점. 과연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공직자가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이해충돌방지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