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운하 남쪽 부분에 좌초된 컨테이너 선박 에버기븐을 우주에서 찍은 사진. 사진=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중동에 주둔하는 미 해군의 준설작업 전문가들이 이르면 27일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 Given)호의 수에즈 운하 좌초 현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미 해군 파견은 카이로 주재 미국대사관의 제안에 이집트 정부가 동의해 이뤄졌다.
앞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에즈 운하 선박 좌초와 관련해 “이집트와 적극적인 외교적 대화의 일환으로 운하 재개통을 도울 것”이라며 “우리는 지원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현지 파트너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인 대만 선사 에버그린 소속 에버 기븐호는 지난 23일 운하 통과 중 돌풍으로 좌초하며 수에즈운하를 가로막고 있다. 수에즈운하는 세계 무역량의 12%를 처리하는데, 이곳의 통행이 중단되며 세계 경제가 시간당 4억 달러의 손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좌초한 배를 빼내기 위해 준설과 예인 작업을 나흘에 걸쳐 진행했지만, 뱃머리가 제방에 박힌 거대한 선박을 물에 띄우는 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6일 중단된 작업은 27일 재개될 전망이다.
선체 부양 작업을 지휘하는 버나드 슐테 선박 관리(BSM) 측은 “에버 기븐호를 인양하기 위한 시도가 실패했다”며 “추가 작업을 위해 더 많은 장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BSM과 구난 업체 스미트 샐비지(Smit Salvage) 측은 오는 28일 예인선 2대를 현장에 추가로 투입해 선체 부양 작업을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현장에는 이미 9척의 예인선이 투입되어 있다.
또, 제방에 박혀 있는 배의 머리 부분을 빼내기 위한 준설작업을 위해 시간 당 2000㎥의 모래를 옮길 수 있는 특수 흡입식 준설선도 이미 투입됐다. 배를 다시 띄우기 위해 총 2만㎥에 달하는 모래와 흙을 퍼내야 하는데, 이는 올림픽 수영장 부피의 8배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준설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예인선을 동원해 배의 방향을 바꾸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선박을 운하 밖으로 빼내려면 양쪽 제방에 비스듬하게 걸쳐 있는 선박의 방향을 운하와 평행하게 바꿔야 한다. 그러나 22만 4000톤(t)에 달하는 거대한 배를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