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운하 남쪽 부분에 좌초된 컨테이너 선박 에버기븐을 우주에서 찍은 사진. 사진=연합뉴스
29일 AP, 블룸버그, 영국 가디언, 로이터 등 외신은 항만해운기업 인치케이프를 인용해 “에버기븐호를 수에즈 운하에 다시 띄우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인치케이프에 따르면 에버기븐호는 이집트 현지시각 기준 29일 오전 4시 30분에 인양됐다.
영국 가디언은 “수에즈운하 내 좌초된 선박인 에버기븐호의 선미에 박혀있던 바위를 빼내 배를 일부 부양시키는데 성공했으며, 운하를 가로막고 있던 배의 방향을 틀어놓는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선박위치추적 사이트인 베셀파인더닷컴에 따르면 앞서 수에즈운하 가장자리 모래톱에 박혀있던 에버기븐호의 선미가 다시 운하 안쪽으로 돌아왔다.
이후 비스듬하게 운하를 막고 있던 에버기븐호를 끌어내기 위해 견인선이 동원됐다. 에버기븐호 복구작업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이날 로이터에 “에버기븐호가 운하의 양쪽 제방과 평행하게 위치해 ‘정상 항로’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자체 입수한 사진들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으며, 에버기븐호의 엔진도 가동을 시작해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러 척의 선박이 선수와 선미에서 밀고 끄는 방식으로 배를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선미 부분은 운하 제방에서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에버기븐호가 자력으로 항해를 재개할 수 없다면 예인선을 이용해 선박을 이동시켜야 한다.
세계 각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인 전문팀은 이날 새벽부터 에버기븐호 예인 작업을 벌였다. 해수면 수위가 높아진 만조 시기를 맞아 선박을 부양시키기 위해서다. 예인 전문팀은 2만 7000㎥의 모래를 제거하고 총 18m 깊이까지 땅을 뚫은 후에 배를 다시 띄울 수 있었다. 좌초 당시 배의 앞부분이 일부 파손 됐지만 운항이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에즈 운하가 언제 다시 개방될 것인지, 발이 묶인 약 450척의 배들이 다음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지는 당장 확인하기 어렵다. 이집트 당국은 만조가 끝날 때까지 24시간동안 인양작업을 지속해 에비기븐호를 움직일 계획이지만, 정확한 운하의 재개방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지난 23일 에버기븐호는 수에즈 운하 남쪽 입구에서 6km에서 떨어진 부분에서 좌초됐다. 이로 인해 400여 척이 넘는 화물선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어 대규모 경제적 손실이 일어나고 있다. 미 CNBC는 해운정보업체 로이드 리스트를 인용해 이번 사고로 시간당 4억 달러(약 4500억 원) 규모의 물류 운송이 지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선박은 아프리카 최남단인 희망봉을 돌아가는 쪽으로 항로를 수정했다. 희망봉 항로는 수에즈 운하를 통가하는 것보다 운항 거리가 6000여 마일(9650km) 늘어난다. 선박에 따라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때 보다 7~14일 더 소요된다. 국제 해운사들이 수에즈 운하 대신 희망봉으로 가는 건 46년 만이다. 이에 따른 선박 운임 상승 가능성도 크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이번주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2만 4000TEU급 ‘HMM 스톡홀름호’ ‘HMM 로테르담호’ ‘HMM 더블린호’와 5000TEU급 부정기선 ‘HMM 프레스티지호’ 4척을 남아공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톡홀름호는 아시아발 유럽행 선박이고 나머지는 유럽발 아시아행 선박이다.
이 밖에 일주일 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야 하는 한국 선박은 약 30척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