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공터로 방치되고 있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유휴 철도부지에 ‘강북의 코엑스’가 조성된다.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29일 서울 중구 봉래동 2가 122번지 일대 철도부지를 소유한 코레일과 민간 사업자 한화 컨소시엄 등이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계획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축구장 3개 반 정도에 달하는 약 2만 9298㎡ 넓이 땅에 최고 40층짜리 마이스(MICE·기업회의와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시설을 포함해, 호텔과 판매·업무시설, 오피스텔 700가구 등 5개 동을 짓기로 했다. 내년 착공해 2026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2조 원에 달한다.
서울시는 이번 개발 사업에서 규제를 완화해주는 대가로 민간 사업자가 내는 공공기여금 2200억 원을 활용해 서울로 7017과 서울역광장, 서소문역사공원을 잇는 보행로도 새로 만들고 공원도 둔다. 이 가운데 1000억 원은 정부와 협의를 거쳐 현재 열차가 지상으로 다니는 서울역~용산역 구간 지하화 사업의 기금으로 적립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이 개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서울시와 코레일,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머리를 맞댔지만 장기간 진척되지 못했다. 당초 사업에 참여했던 한화는 수익성 등을 놓고 코레일과 이견이 생겨 2014년 사업권을 중도 포기했다.
이후 서울시가 용도지역을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하는 등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서울역~용산역 지하화, 서울역 민자역사와 서울로7017 연결,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등 서울역 통합개발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정부에 사업 필요성을 전달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9년 3월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서울역에서 용산역을 지하화하고 상부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이후 2019년 7월 한화가 다시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개발계획에 따르면 이 단지는 컨벤션 시설을 포함한 오피스·호텔 복합 건물 1개 동과 오피스 2개 동, 오피스텔 2개 동 및 판매시설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컨벤션 시설은 △20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대회의실 △30명 이상 수용하는 중·소회의실 15개 △2000㎡ 규모의 전시실, 연회장 등으로 이뤄진다.
고급 오피스와 호텔, 주거용 오피스텔 및 판매시설 등도 조성된다. 가장 고층에 들어서는 호텔은 약 200실 규모의 4~5성급으로 짓겠다는 구상이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초소형보다는 아파트와 비슷한 설계의 ‘아파텔(아파트+오피스텔)’을 늘리기로 했다. 오피스텔 하부 판매시설은 분양하지 않고 한화가 직접 관리를 맡을 예정이다.
서울시는 코엑스(COEX)나 세텍(SETEC) 같은 컨벤션시설은 주로 강남 지역에 있다는 점에서 북부역세권 개발로 지역 균형발전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은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