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LF본사 건물 전경. 사진=일요신문DB
LF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사업 목적은 ‘미래 레저, 신개념 문화사업 진출 및 사업 다각화’다. 본업인 패션 및 유통업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에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투자를 두고 오너 일가 돕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LF리조트를 합작 설립한 LF네트웍스는 자사주를 제외하면 구본걸 LF그룹 회장과 그의 동생인 구본순 전 고려조경 부회장, 구본진 전 LF 부회장, 구본걸 회장의 장남인 구성모 씨 및 사촌 등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구 회장은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사촌으로,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장남이다.
LF네트웍스는 광양에만 복합쇼핑몰 LF스퀘어 광양점과 392억 원 규모(2019년 공시지가 기준)의 토지를 갖고 있다. 광양 리조트가 어느 정도의 수익성을 갖추든 일단 개발만 끝나면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부동산 가치 상승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개발 이익의 최대 수혜자는 오너일가?
LF네트웍스가 보유한 광양시 토지는 대부분 LF스퀘어 광양점 부지일 것으로 추정된다. 리조트 부지도 직간접적으로 일부 소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LF네트웍스는 2017년 1월 LF스퀘어 광양점을 열었다. 지상 3층, 연면적 10만 1138㎡(3만 평)로, 당시 호남 최대 복합쇼핑몰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사측 발표에 따르면 투자금액은 1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연 매출이 1000억 원대인 LF네트웍스로서는 대규모 투자였지만, 결과적으로 시점이 좋지 않았다. 2018년 매출은 1246억 원으로 전년대비 4.7% 늘어나는 데 그쳐 개점 효과가 크지 않았는데, 2020년엔 심지어 코로나19 사태마저 터졌다. 비상장사인 LF네트웍스는 아직 2020년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나 매출과 수익성 모두 뒷걸음질쳤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 백화점 3사는 지난해 아울렛 매출이 1~10%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구본걸 LF 회장. 사진=연합뉴스
LF의 광양 리조트가 개장한다면 LF스퀘어 광양점은 긍정적 효과를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 리조트와 쇼핑몰이 10여km 안쪽에 있고, 그 외엔 마땅한 문화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쇼핑몰 옆에 대규모 리조트가 들어선다는 것은 쇼핑몰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대형 호재”라며 “일감 몰아주기까지는 아니더라도 LF의 오너 일가 돕기 정도로는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이 지분율이다. 패션회사인 LF가 75%의 지분을 투자한 데 반해 부동산 개발 및 유통회사인 LF네트웍스의 지분율은 25%에 그치기 때문이다. 설령 리조트가 안착하지 못하더라도 손실은 LF가 훨씬 많이 입는 구조다. 리조트 개점 효과를 LF네트웍스는 온전히 누리는 반면, 손해 가능성은 비교적 적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증권가의 시선은 당연히 부정적이다. LF에 매수 의견을 내고 있는 증권사 연구원조차도 리조트 개발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수익성이 확인되지 않은 이종산업인 리조트 사업을, 특히나 코로나 리스크가 여전한 때에 추진하는 것을 좋게 보기는 힘들다”면서 “리조트 투자 건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던 연구원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F 한 관계자는 “당장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추진하는 사업”이라면서 “그룹 전체적으로 의식주에서 락(樂)을 더하는 개념으로 방향을 잡았고 관련 사업 추진에 있어 어느 회사가 지분을 더 갖고 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패션 불황…부동산 관심 당연한 수순
LF는 패션업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경쟁사들에 비해 온라인 채널에 대한 장악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LF는 패션 매출의 35% 이상이 온라인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이 전년대비 150bp(1.5%포인트) 개선됐다. 서정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온라인 사업에 오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LF의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업황 자체가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LF는 2006년 LG상사에서 분할된 직후인 2007년 매출이 7380억 원, 순이익이 657억 원을 기록했다. 현재는 당시보다 매출이 2배 넘게 늘었지만(지난해 1조 6105억 원), 순이익은 286억 원으로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분할비율 또한 LG상사와 LG패션이 각각 57 대 43이었으나 현재는 LG상사 시가총액이 LF의 2.6배에 달한다.
LF는 패션 외 사업을 강화하겠다면서 2014년 LG패션이었던 사명을 LF로 고쳤다. 당시부터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엿보였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LF는 2018년 3월 1900억 원을 들여 코람코자산신탁 지분 50.74%를 인수하기도 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뮤추얼펀드인 리츠 설립 및 관리, 부동산 개발, 부동산 투자자문, 부동산 신탁업 등을 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와 연관된 문제는 차치하고, LF가 부동산과 부동산 금융에 관심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대형 유통점포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면, 그 다음에는 부동산 개발에 관심을 두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구본걸 회장은 지난 3월 27일 열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회사 측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사회 의장만 유지하며 LF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민영훈 언론인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