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의심은 우선 외모 때문이기도 했다. 떡 벌어진 어깨에 근육질의 다부진 체격, 납작한 가슴, 그리고 눈에 띌 정도로 콧수염이 자라 있는 얼굴은 결코 여성스러운 모습은 아니었다. 더욱이 공중으로 높이 뛰어올라 상대 코트로 무섭게 스매싱을 날리는 괴력을 보면 과연 여자가 맞나 헷갈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그의 성별에 대한 의혹은 계속 커져만 갔다.
지금껏 망가낭 본인은 물론이요, 인도네시아 여자배구협회는 부인해왔다. 분명 여자라는 주장이었다. 망가낭은 “나는 단거리 육상선수로서, 그리고 배구선수로서 두 차례 성별 검사를 받은 바 있다. 다시 검사를 받아도 좋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다. 내가 잘못된 게 아니다. 그냥 이렇게 태어났을 뿐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만 얼마 전 마침내 망가낭이 남자라는 사실이 확인돼 인도네시아 배구팬들이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그의 성별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건 공교롭게도 그가 은퇴한 후였다.
태국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여러 지역 팀에서도 활동했던 망가낭은 2015년, 2016년, 2017년 ‘자카르타 일렉트릭 PLN’ 팀을 이끌고 프로리가의 챔피언이 됐으며, 2019년에는 ‘자카르타 PGN 팝시보 폴완’ 팀에서 다시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그 후 태국의 ‘제네랄리 슈푸림 촌부리-E 테크’ 팀으로 이적해 다시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런 뛰어난 실력 덕분에 망가낭은 여러 차례 MVP로 선정됐고, 동남아시안게임(SEA)에 출전해 동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28세의 이른 나이에 은퇴를 발표했던 망가낭은 그 이유에 대해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 내 마음 속의 진실에 평화롭게 다가가고 싶었다. 이번 결정은 나에게 최선의 선택이다”라고 밝혔다.
은퇴 후 그가 택한 길은 군인으로서의 삶이었다. 그리고 군대에서 마침내 지난 28년간 여성으로 살아온 그가 남성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인디펜던트 옵저버’에 따르면, 육군병원에서 실시된 신체검사에서 망가낭이 사실은 여성이 아니라는 분명한 징후가 나타났다. 이에 대한 육군의 공식 성명은 명확했다. 안디카 페르카사 육군참모총장은 “그는 생식계에 이상을 갖고 태어났다. 보건용어로는 ‘요도하열’이라고 불린다”라고 발표했다.
‘요도하열’은 선천적 음경 기형으로, 요도 구멍이 정상적인 위치보다 뒤쪽에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비뇨기과 검사 결과에서도 망가낭은 오히려 남성에 가까운 성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여성형 생식기는 아예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호르몬 검사도 마찬가지였다. 망가낭의 테스토스호르몬 수치는 정상 남성 범주에 속했다.
이에 망가낭은 기쁜 듯 재빨리 자신의 진정한 성별을 채택했고, 이름도 에이프릴리오 페르카사 망가낭으로 바꿨다. 남성적인 헤어스타일을 하고 남자 옷도 입기 시작했다. 망가낭은 “기다려왔던 순간이다. 지금 나는 정말 행복하다”며 “나를 도와주신 의사분들께 감사드리며, 매우 기쁘다. 28년 동안 기다렸고, 마침내 바라던 바가 이루어졌다”며 흡족해했다.
제대로 된 검사를 실시할 수 없었던 열악한 의료장비와 집안 형편 때문에 28년 동안 여자로 살았던 그는 이제야 남자로서 제2의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그를 바라보는 팬들과 누리꾼들 역시 과거는 잊은 채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출처 ‘인디펜던트옵저버’.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