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조카를 수차례 폭행하고 물고문해 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부부가 첫 공판에서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사진=연합뉴스
수원지법 제15형사부(부장판사 조휴옥)는 30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모 안 아무개 씨(34)와 이모부 김 아무개 씨(33)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 부부의 변호인 측은 “살인 혐의는 범의(범죄 행위임을 알고서도 그 행위를 하려는 의사)가 없어 부인한다”라며 “2월 7일 범행은 안 씨의 단독범행이고 공모관계에 대해서는 답변을 보류하겠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숨진 조카 A 양이 사망하기 전부터 이들 부부의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의견이 충돌하면 변호인 1명이 두 사람을 모두 변론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다음 재판까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상세한 의견을 밝혀달라”라고 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 2월 8일 오전 11시 20분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자신의 주거지 화장실에서 A 양의 손발을 끈으로 묶은 뒤 물을 채운 욕조에 머리를 집어넣는 행위를 수차례 반복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2월 7일까지 경기 용인시 주거지에서 A 양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귀신이 들린 것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다는 이유로 파리채와 나무 막대기로 수차례 때려 전신 피하 출혈 및 갈비뼈 골절상 등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월 20일에는 A 양에게 개똥을 먹게 강요하는 등 정서적 학대한 혐의도 있다.
이들 부부는 A 양의 사망 전날 파리채와 손으로 약 4시간 폭행하고, 사망 당일에도 파리채와 빗자루로 약 3시간 동안 번갈아가며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빨랫줄과 비닐로 두 손과 발을 묶은 뒤 다리를 붙잡아 움직이게 못하게 한 채 A 양 머리를 욕조 물속으로 수차례 눌러 숨 쉬지 못하게 반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부부는 “A 양이 대소변을 본 상태여서 이를 씻기려고 욕조에 담근 것일 뿐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라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A 양 부검 결과 얼굴과 머리, 목, 몸통, 엉덩이 다리 등 전신에 광범위한 피하 출혈을 보였다고 밝히면서 전신 피하출혈에 의한 속발성 쇼크 및 익사로 사인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속발성 쇼크는 조직의 산소 부족 상태로 호흡곤란을 초래한다.
검찰은 A 양의 건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손발을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뒤 욕조에 머리를 강제로 집어넣어 숨을 못 쉬게 하는 행동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이들 부부의 다음 재판은 오는 4월 13일 열릴 예정이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