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동 B 서당에서는 남학생 2명이 동성 학생 1명에게 체액을 먹이고 옷을 벗게 하는 등 엽기적으로 괴롭히고 상습 구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월 29일 경남 창원지검 진주지청은 기숙사 동료 학생에게 “체액을 안 먹으면 잠을 재우지 않겠다”고 협박한 3명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2020년 12월 기소했다고 밝혔다.
아이들이 서당 앞에서 아침 집합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 군 어머니 제공
당시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들과 함께 기숙사 방을 쓰는 사이였다. 이들의 폭력은 상상 이상으로 수위가 높았다.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에게 체액과 소변을 뿌리고 이를 먹게 했고 양말로 입을 틀어막은 뒤 립스틱과 변기 솔 등을 항문에 넣기도 했다. 상습적 구타도 계속됐다. 이들은 5일 정도 같이 생활하다가 다른 이유로 룸메이트가 바뀌면서 분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을 옮긴 뒤에도 가해 학생들의 폭행은 이어졌다고 피해 학생은 증언했다고 한다.
B 서당뿐만 아니다. 일요신문이 3월 23일 보도한 A 서당에서도 추가 피해자들이 확인되고 있다. 곧 고소를 준비하고 있는 이 아무개 군의 어머니는 2020년 5월 초등학교 2학년인 이 군을 청학동 A 서당으로 보내게 됐다.
이 군 어머니는 “방학과 코로나19로 인해 수개월째 사실상 학교를 못 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아파트 단지 주민 중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학원이나 체육관을 물론 밖에 외출조차 걱정이 됐다”면서 “유치원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숲유치원’을 나온 아들은 자연 친화적이고 산과 들에서 뛰어노는 것을 좋아했다. 그때 서당을 알게 됐다. 코로나19로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데다 아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과 가족적인 서당 사진과 내용을 듣고 보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군 어머니는 “매주 심리 면담과 상담을 통해 상처가 있는 아이는 치유도 되는 곳이라 해서 입소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서당에 입소하게 되면 ‘적응기간’ 1달 동안은 통화나 면회가 불가능하다. 적응기간은 여러 어머니들의 걱정이었다. 또 다른 피해자 김 군 어머니도 “애 상태를 확인할 수 없어 적응기간 동안 걱정도 되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군 어머니는 “1달 동안 상태를 확인할 수 없어 힘들었다. 1달이 지나 외박을 나왔을 때 어깨에 멍이 들어 있는 걸 발견해 여러 번 ‘왜 다쳤냐’고 물어봤다. 아이는 ‘부딪혀서 멍든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얘기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진짜 이유는 2020년 12월 30일 서당을 퇴소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 12월 30일 퇴소한 뒤 약 1달이 지나고 이 군이 그제야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 군은 ‘적응기간 후 외박 나왔을 때 멍은 중학교 1학년 가해학생 C 군에게 맞아 멍든 것인데 가해학생이 ‘부딪혀 멍들었다고 거짓말하지 않으면 죽여 버린다’는 협박을 해 퇴소 전까지 무서워 말을 못했다’고 밝혔다. 이 폭행은 가해학생 C 군이 퇴소하기 전까지 여러 차례 얼굴과 어깨 폭행이 있었다고 한다.
이 군을 폭행한 것은 C 군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방을 쓰는 4학년 D 군에게도 입소한 날부터 폭행이 시작됐다. D 군은 입소 한 날부터 ‘우선 죽빵 맞고 시작하자’고 했고 이후에도 폭행, 협박, 갈취, 절도가 상습적으로 있었다. 이 군은 무서워 얘기를 하지 못했다.
D 군의 폭행은 점점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입소하고 약 두 달여가 됐을 무렵 D 군은 모두가 잠들어 있던 새벽 이 군을 깨워 화장실로 데려갔다. D 군은 이 군 목에 커터 칼을 대고 죽인다고 협박하면서 ‘죽기 전에 할 말 있으면 해봐’라며 위협했다. D 군은 간식창고에 간식을 같이 털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 다음날 서당 측을 통해 이 소식을 알게 된 이 군 어머니는 서당으로 갔다. 이 군 어머니는 서당 측에 “D군과는 분리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수시로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서당 측 모르게 D 군의 괴롭힘과 협박은 퇴소 전까지 계속됐고, 퇴소 전까지 이 군은 입을 열 수 없었다.
결국 이 이야기는 이 군이 퇴소한 뒤에야 꺼낼 수 있었다. 이 군은 어머니에게 “너무 힘들다. 퇴소해서 할 말이 있는데 퇴소 안하면 말할 수 없다”고 했고 어머니는 급하게 퇴소를 결정한다. 그런데 퇴소한 이 군에 따르면 가해학생뿐만 아니라 서당 측 선생의 폭행도 지옥을 이루는 요소였다고 했다.
서당에서 공부를 가르치는 선생은 고문 수준으로 체벌을 가했다고 한다. 또 다른 피해자 김 군은 어머니는 “선생이 폭력 세계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한다. 학생끼리 때리거나 무자비하게 맞는 걸 봐도 그 선생은 ‘네가 맞을 짓을 했겠지’하면서 머리를 때리거나 기합을 줬다”고 말했다. 피해자 김 양 어머니도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체벌 수위가 덜했다. 그래도 체벌 수위가 기마자세 1시간으로 센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군 어머니도 “그 선생이 고문수준으로 기마자세를 몇 시간씩이나 수차례 시켰다. 성인 남자 주먹으로 초등학생 2학년을 꿀밤이라고 머리를 가격한 게 10여 차례다. 아무 이유 없이 연속으로 소위 ‘딱밤’을 수차례 가격하기도 하는 등 폭행이 상습적이다. 선생도 경찰서에 고소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군 어머니는 “인성과 예절을 가르치는 서당이지만 그곳에서는 경악할 만한 폭행과 폭언이 매일 일어나는 곳이었다. 선생부터 고학년 학생까지 때리면 다시 맞은 애들이 화풀이 대상으로 밑에 아이를 때리는 폭행의 연속으로 악순환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군 어머니가 사진을 보고 얼굴이 빨갛게 된 이유를 묻고 있다. 사진=김 군 어머니 제공
또 다른 피해자 김 군 어머니도 사건이 공론화되고 나서야 문제를 알게 됐다고 한다. 김 군 어머니는 “컴퓨터만 하는 애가 걱정돼 서당을 보냈다. 애가 처음에는 서당을 가기 싫어했고 보내지 말아달라고 했다. 으레 투정이니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는 말수가 점점 줄어들어 갔다”면서 “그런데 기사를 보고 너무 깜짝 놀랐다. 애는 나에게 진심으로 도움의 손길을 원했는데 내가 그걸 몰라줬다고 생각해 후회가 든다”고 후회했다.
김 군 어머니는 “서당을 보내놓고 아이가 여기저기 멍이 들거나 다쳐와도 애들끼리 놀다가 다쳤겠지 하고 걱정하면서다 일부러 유난떨지 않으려고 했다. 한 번은 수도꼭지에 부딪혔다면서 다쳤는데 도저히 부딪혀서 난 상처가 아니어서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또 한 번은 서당에서 사진을 보내왔는데 얼굴이 벌겋게 됐기에 ‘왜 그러냐?’고 묻자, 서당 측에서는 ‘가족끼리 휴가 가서 탄 거 아니냐?’고 했다. 이에 ‘휴가 때는 비만 와서 집에만 있었다’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너무나 충격적인 실태가 드러나고 있어서 밤에 잠이 안 온다”고 설명했다. 김 군 어머니는 “서당 측에 뭘 먹이는지, 또 폭행은 없는지 궁금해 CCTV를 제발 달아달라고 그렇게 부탁했는데 그 부탁을 안 들어주더라”고 덧붙였다.
김 군 어머니는 최근 애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김 군 어머니는 그럼에도 학생들을 상대로 고소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김 군 어머니는 “상황을 보면 폭력이 폭력을 조장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됐다고 본다. 어제 피해자였던 애가 내일 때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애들 죄를 묻기 보다는 서당 측의 관리 문제나 어른들이 그동안 뭘 했는지 그 책임을 묻고 싶다”고 말했다.
서당에서 발생한 학교 폭력 외에도 제도적인 정비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3월 29일 경남교육청은 하동군 청학동 서당들이 편법적으로 기숙학원처럼 운영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 학폭이 재차 발생한 서당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교습정지 1년의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또한 청학동 서당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찰과 학폭 전수조사를 실시하면서 학폭조사도 1년에 2번에서 1년에 4번으로 늘려 시행하기로 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