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배우 김준경에게 ‘왜 배우가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었다. 작년 웹드라마 ‘여름아 부탁해’, ‘엑스엑스(XX)’, 올해 초 ‘러브씬넘버#’을 통해 더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완성해 각각의 캐릭터를 소화하며 시청자의 마음을 잡았던 김준경. 그가 영화 ‘69세’에서 안정적인 연기력과 깊은 감성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장편영화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김준경은 26살 적지 않은 나이에 단역으로 연기생활을 출발했다. 사진=와이원엔터테인먼트
26살의 적지 않은 나이에 단역으로 출발한 김준경은 영화 ‘69세’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대학에 들어갔지만 전공인 경제학에도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자연스레 스웨덴 어학연수, 까미노 순례길 걷기 등 학과 공부 이외의 것들을 접하거나 복수전공인 영문학에 더 관심을 쏟았다. “문학수업이 흥미로웠는데 작품을 분석하고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게 재미있었어요. 작품을 분석하는 것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게 감독과 배우였죠. 그런데 감독을 하려면 학교를 재입학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연기 학원에 들어가 연기부터 배우기 시작했어요.”
연기 전공이 아닌 김준경이 연기를 할 수 있는 주무대는 학부 졸업작품과 드라마 단역이 전부였다. 처음에는 학부 수업 중 진행되는 작은 영상에서 연기과 졸업 영화에 출연한 인연으로 상업 작품에 프로필을 돌릴 수 있는 수준이 됐다. 2018년부터는 ‘데릴남편 오작두’, ‘미스터 션샤인’, ‘황후의 품격’ 등에서 단역으로 연기할 기회를 갖게 됐다. 매순간 진심으로 연기했다. 유튜브가 주 플랫폼인 웹드라마 ‘여행에서 로맨스를 만날 확률’, ‘엑스엑스(XX)’에서는 주조연까지 맡으며 차근히 경력을 쌓아갔다.
#쓰레기 맞고 뺨 맞고…얼굴 알린 웹드라마 ‘XX’
배우 김준경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작품은 플레이리스트 웹드라마 ‘XX’였다. 극 중 이루미(황승언 분)의 남자친구로 나오며 동료와 바람을 피우는 ‘나쁜 XX’ 정규민으로 열연했다. 정규민이 바람을 피는 현장이 목격된 화에서 시청자들은 분노를 터뜨리는 댓글을 적기도 했다. “’XX’를 통해 시청자 분들이 저를 어떤 이미지로 찾아 주시는지 알게 됐어요. 조금 더 실제처럼 연기해서 욕을 먹을걸. 제 연기를 보며 아쉽다는 생각도 했어요. 캐릭터로 욕 먹는 게 행복한 일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영화 ‘69세’로 주연 데뷔하다
악역부터 코믹연기까지 김준경의 연기도전은 끝이 없다. 사진= 와이원엔터테인먼트
“첫 주연이다 보니 너무 두려운데 제가 뭘 두려워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더라고요. 현장에 가면 빨리 모면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어요. 영화 내용 역시 제가 가해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고요. 그럴 때마다 기주봉 선생님께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이 친구가 지금 연기하면 안 되겠다’ 싶으면 촬영을 멈추고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지거나 주전부리를 먹으며 제 긴장을 풀어주셨죠.”
김준경은 이 작품을 통해 ‘배우 생활의 기준점이 생겼다’고 말했다. “선생님들은 30년, 40년 동안 연기하신 분들이잖아요. 그 세월이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분들을 기준으로 제가 앞으로 어떤 현장을 가든지 선생님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며 슬기롭게 행동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호흡 긴 코믹연기에도 도전하고파
김준경의 연기 도전은 장르를 넘나든다. 최근 웨이브에서 방영했던 ‘러브씬넘버#’을 보면 알 수 있다. 시청 연령 19세를 걸고 방영한 ‘러브씬넘버’는 한국 드라마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다자간 연애’를 소재로 했다. 김준경은 다자간 연애를 즐기는 남두아(김보라 분)를 만나는 연상우 역을 맡아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코믹 연기는 하게 될 줄 몰랐는데 이번 작품을 계기로 시트콤까지도 욕심이 났어요. 제 이미지와는 안 어울려 도전하게 될 줄 몰랐는데 그런 고민이 한 번에 해결된 작품이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호흡이 더 긴 코믹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김준경은 여전히 배우의 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연기를 직업으로 보면 고민은 돼죠. 대부분의 현대인이 자신의 직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처럼요. 그렇다면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요. 지금은 당연히 연기이고요.”
만나면 더 깊이가 느껴지는 배우 김준경. 김준경의 연기 인생 전반을 담은 해당 인터뷰는 일요신문 연예특종 전문 유튜브 채널 ‘스타채널 디 오리지널’에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오예슬 PD oys0411@li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