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AsianHate’(아시안 혐오를 중단하라), ‘#StopAAPIHate’(아시아·태평양계 혐오를 중단하라)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한글과 영문으로 입장문을 낸 BTS.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슬픔과 함께 진심으로 분노를 느낍니다”라는 표현으로 시작된 BTS의 입장문은 ‘전달해야 할 분명한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BTS는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나,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함께하겠습니다”라는 약속을 남겼다.
BTS는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나,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함께하겠습니다”라는 약속을 남겼다. 사진=BTS 트위터 캡처
입장문을 통해 BTS는 “저희는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 기억이 있습니다. 길을 걷다 아무 이유 없이 욕을 듣고 외모를 비하당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아시안이 왜 영어를 하느냐는 말도 들어보았습니다”라며 “저희의 경험은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비하면 아주 사소합니다. 하지만 그때 겪은 일들은 저희를 위축시켰고 자존감을 앗아갔습니다”라고 밝혔다.
아시안이기에 욕을 먹고 외모를 비하당한 월드스타, 영어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비하의 이유가 됐던 월드스타의 이야기에 전세계 팬들이 반응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한 번 BTS의 선한 영향력이 발휘되기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BTS는 흑인 인권운동 캠페인 ‘블랙 라이브스 매터’에 100만 달러(당시 기준 약 12억 원)를 기부했다. 이에 BTS 팬들도 같은 금액을 모아 인종차별 반대 단체에 기부하기 위한 캠페인을 펼쳐 실제 기부가 이뤄졌다.
이보다 앞서 미국 할리우드에서 활약 중인 한국계 스타들이 먼저 아시안 혐오 범죄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백인 청년이 한인 등 아시아계 여성 6명을 포함해 8명을 사망케 한 미국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이 그 계기가 됐다. 이후 미국 곳곳에서 ‘아시안 증오 중단(Stop Asian Hate)’ 집회가 열렸는데 3월 20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증오범죄 반대 집회에는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참가해 직접 확성기를 들고 감동적인 연설까지 했다.
샌드라 오는 “우리가 우리의 두려움과 분노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런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설 이후 샌드라 오는 “나는 아시안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나는 이곳에 속해 있다”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한국계 배우 대니얼 대 킴은 3월 18일 미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직접 아시아계에 대한 미국 사회의 구조적인 폭력과 차별을 증언했다. 또한 CNN 인터뷰를 통해 2015년 여동생이 증오범죄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까지 공개했다. 인터뷰에서 대니얼 대 킴은 “가해자가 이미 다른 아시아 여성에 대한 폭행 전력이 있음에도 경찰이 난폭운전 혐의만 적용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증오범죄 반대 집회에는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참가했는데 직접 확성기를 들고 감동적인 연설까지 했다. 연설 이후 샌드라 오는 “나는 아시안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나는 이곳에 속해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사진=KDKA-CBSN 피츠버그 방송화면 캡처
애틀랜타에서 나고 자란 한국계 가수 에릭 남은 미국 ‘타임’에 기고한 글을 통해 “당신이 한 번도 듣지 않았던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라고 호소하며 자신이 학창시절 인종차별 경험을 털어놓았다. 또한 “지난 12개월 동안 아시아·태평양계(APPI)에 대한 공격이 급증한 동안 우리 공동체의 도움 요청과 경고는 무시돼왔다”며 “살인 사건의 일부는 내가 살던 동네에서 일어났다. 충격과 슬픔, 좌절,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아시안 증오 범죄를 비판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과 아시아계 피해자들을 돕는 사이트 주소를 공유하는 것으로 분명한 연대의 뜻을 밝혔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