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설’로만 퍼졌던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데뷔 후 약 30년 동안 박수홍의 매니지먼트를 맡아 온 그의 친형 박 아무개 씨가 박수홍의 출연료를 포함해 거액의 재산을 횡령했고, 이에 박수홍이 사실 확인을 위해 연락하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고 한다. 극심한 배신감을 간접적으로 호소해 왔던 박수홍은 3월 29일 공식입장을 내고 “형에게 마지막 대화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대화마저 응하지 않는다면, 법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30년 동안 박수홍의 매니지먼트 일을 맡아 온 친형 박 아무개 씨의 회사 자금 횡령 의혹이 불거졌다. 박수홍은 형에게 마지막 대화를 요청한 상태다. 사진=다홍이랑 엔터테인먼트 제공
#돈독했던 우애, 언제부터 깨졌나
박수홍과 친형의 돈독한 형제 간 우애는 방송가에서도 유명했다. 박수홍이 1991년 제1회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 후 약 30년 동안 매니지먼트를 맡아 왔던 게 친형 박 씨였다. 2007년에는 박수홍이 웨딩사업 ‘라엘 웨딩’을 시작하면서도 공동으로 투자하고 함께 발로 뛰기도 했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박수홍 씨가 가족 이야기를 할 때 형에 대해서도 언급할 때가 있는데 본인의 자산관리를 얼마나 철저히 해 주는지, 허투루 돈을 쓰지 않으려는 모습이 몸에 배어 있다는 말을 종종 했다”라며 “그래서 사건 내막을 전혀 모르는 관계자들 중에서는 기사로 처음 보고 상당히 충격을 받은 이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박수홍이 형 박 씨의 횡령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둘 사이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된 것은 2020년 11월 전후로 파악된다. 이 시기 박수홍은 원 소속사였던 라엘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새 소속사 ‘다홍이랑 엔터테인먼트’를 차리고 자신이 대표를 맡아 운영해 왔다. 갑작스러운 소속사 변경을 놓고 당시에도 그 배경을 궁금해 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앞서 2020년 초에는 박 씨가 박수홍이 알지 못하는 다른 법인을 설립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문화일보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형 박 씨는 자신의 가족이 100%의 지분을 갖는 법인을 세우며 “그렇게 법인 지분을 나누는 것에 박수홍이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박수홍 형제와 오랜 기간 함께 일해 온 세무사도 일방적인 지분 나누기에 의아해 했지만 이제까지 형 박 씨가 박수홍을 대신해 모든 의사 결정을 해 왔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중 법인은 지난 3월 26일 박수홍의 고양이 다홍이 유튜브 채널 ‘검은고양이 다홍’의 댓글 란에서 처음 친형 횡령설을 제기한 네티즌도 똑같이 주장한 것이기도 하다.
박수홍은 형과 함께 하던 라엘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와 지난해 11월 고양이의 이름을 딴 1인 기획사 ‘다홍이랑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사진=박수홍 인스타그램 캡처
#박수홍의 ‘재산’은 얼마나 사라졌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진 ‘형이 박수홍의 재산 100억을 빼돌려 다수의 건물을 매입했고 월세 등으로 약 400억 이상의 이익을 취했으며 현재 미국에 도피 중이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액수에 대해서는 박수홍 역시 정확한 내역을 언급한 바 없다. 이는 박수홍 자신도 정확하게 얼마가 들어왔고, 또 얼마가 사라졌는지 확인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박수홍의 출연료나 계약금을 형 박 씨가 관여해 왔고 법인 자금 관리 역시 박 씨나 그의 아내(박수홍의 형수)의 일이었던 탓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세무사는 “지금 문제가 되는 게 박수홍의 출연료 등 회사 매출이 얼마나 발생했고, 친형이나 형수의 급여 등은 어떻게 책정돼서 빠져나갔는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법인 통장에서 정확한 내역 없이 임의대로 돈이 출금되는 경우가 흔한데 이걸 ‘가지급금’으로 합쳐서 내역 자체를 뭉개버리는 일도 많다. 더욱이 박수홍의 경우 형이 업체의 대표이면서 세무 업무 관련 실무자로도 나서왔기 때문에 법인 자금의 입출금을 이런 방식으로 조작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런 내역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형 박 씨가 박수홍의 답변 요청에 성실히 응하고, 관련 자료를 통해 사실 관계를 맞춰야 하는 수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씨는 박수홍은 물론 그들 형제의 세금 관련 업무를 봐 왔던 세무사 측의 답변 요청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 박 씨가 침묵을 지킨다면 결국 형제 간 갈등은 법정으로 향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측근들, 한목소리로 “박수홍 씨 도와달라”
박수홍의 곁에서 가장 먼저 이 사실을 알았다는 후배 코미디언 손헌수는 3월 30일 “착하고 바보 같은 박수홍 선배님이 혼자서 그들과 잘 싸우고 다시 웃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며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손헌수는 “박수홍 선배님의 모습을 20년 동안 옆에서 봤기에 더욱 화가 나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앞에서 형은 경차를 타고 다니고 (재산은) 다 수홍이 것이라고 얘기하고 다니고, 형수는 가방이 없다고 종이 가방을 메고 다니는데 심성이 그토록 착한 선배님이 어떻게 가족들을 의심할 수 있었겠나”라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박수홍의 형 박 씨의 경우 회삿돈을 횡령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실이 입증된다면 이에 대한 죄를 물을 수 있다. 사진=다홍이랑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면서 “제가 지금 이 순간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이제 그들이 최후의 발악으로 다른 연예인 가족들 사건처럼 악성 루머로 이미지 흠집을 내려 할 것이란 것”이라며 “평생 고생한 박수홍 선배님은 또 생계를 위해 불안함을 가지고 계속 일을 해야 되지만 그들은 평생 숨만 쉬면서 편하게 지금도 월세 수입으로 호화롭게 보내고 있다. 지금은 저 같은 동생보다 여러분들의 흔들림 없는 응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의 글에는 후배 코미디언 미키광수와 심진화 등이 “너무 속상하고 가슴이 아프다”라며 연대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박수홍을 아는 방송가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부분도 손헌수가 지적한 것과 일치한다. 연예인 한 명에게 모든 금전적인 문제를 떠 안겨 온 가족들이 연예인을 상대로 투자금 반환 등 민사소송을 걸거나 언론 플레이를 벌여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 엔터사 관계자는 “연예인 한 명에게만 매달려 온 가족들이 황금알을 낳는 오리를 내버려 두겠나. 관계 복구가 안 된다면 자신이 빼돌린 자산을 지키기 위해 진흙탕 싸움으로 갈 게 빤하다”라며 “그러니 이런 문제에서 합의로 끝내라는 건 결국 피해를 입은 연예인에게 모든 피해를 감수하고 그저 눈 감으라는 말”이라고 쓴 소리를 날렸다.
한편 박수홍과 형 박 씨 간의 갈등이 소송전으로 비화될 경우 ‘친족상도례’가 문제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친족상도례는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동거 중인 친족 또는 그 배우자 사이에 일어난 특정 범죄에 대한 형벌을 감면하고 그 외 친족 간의 특정 범죄에 대해서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특례조항을 말한다. 가족 간의 문제는 법이 아닌 가족의 울타리 내에서 풀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우리 형법에서는 △절도죄 △사기죄 △공갈죄 △횡령죄 △배임죄 △장물죄 △권리행사방해죄 등 재산과 관련한 법에 적용된다.
박 씨의 경우 박수홍과 함께 살고 있지 않으므로 ‘동거 중인 친족’ 범위에서 빠져 고소가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박 씨가 빼돌린 것으로 추정되는 자금은 박 씨 개인의 돈이 아닌 라엘엔터테인먼트의 돈이므로 가족 간의 금전 문제가 아닌 회사 돈에 대한 횡령이 돼 이 역시 고소 대상이다. 한 민사 전문 변호사는 “가족이 운영하는 1인 회사라고 하더라도 회사의 재산을 곧 대표의 재산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회사 이름이나 소속 연예인인 박수홍의 이름으로 체결된 계약에 따른 계약금, 출연료 등 회사 자금을 다른 용도로 빼돌린 정황이 확인된다면 횡령죄를 물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