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우주산업은 스페이스 허브 팀장을 맡은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을 보인다. 한화시스템이 우주항공 산업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스페이스 허브의 축으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한화그룹의 우주산업은 경영권 승계와 발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그룹이 우주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점찍었다. 한화그룹의 우주산업은 경영권 승계와 발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과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사진=연합뉴스
#한화 우주산업 기대감만 있을까
지난 3월 7일 출범한 ‘스페이스 허브’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 등이 참여한다. 한화그룹은 우선 스페이스 허브에서 항공·우주산업 핵심기술을 콜라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주)한화의 고체 연료발사체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위성발사체, 한화시스템의 위성통신서비스 사업의 협력을 통해 우주산업에 중장기적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
그러나 현재 한화의 우주산업은 초창기인데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분야여서 영업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향후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도 이어가야 한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92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었다. 방산부문과 ICT(정보통신기술)부문이 각각 700억 원, 291억 원의 이익을 올린 반면 신사업부문은 62억 원의 손실을 냈다. 신사업부문 손실은 지난해 3분기 20억 원 손실부터 이어져왔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월 미국 PAV(미래형 개인 비행체) 전문기술 보유 기업 오버에어 지분 30%를 인수하고, 6월 영국 위성 안테나 벤처기업 ‘페이저솔루션’을 인수해 한화페이저를 설립했다. 한화시스템은 한화페이저를 영업손익으로, 오버에어는 영업외손익으로 인식했다고 밝혔다.
방산부문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243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방산부문 1492억 원 △파워시스템 84억 원 △시큐리티 383억 원 △산업용장비 24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반면 △항공엔진부문에서는 7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사업과 투자 초기인 탓에 아직까지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설정되지도 않았다. 한화그룹은 “스페이스 허브를 통해 해외 민간 우주사업의 트렌드를 모니터링하고, 연구 방향과 비즈니스 모델을 설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해외 민간 우주사업의 경우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버진갤럭틱 등이 우주여행 상품과 우주인터넷 서비스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스페이스X는 저궤도 인공위성을 활용한 우주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통해 이미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보다 늦게 항공·우주산업을 본격화한 한화는 일단 저궤도 인공위성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일환으로 한화는 지구 관측위성을 개발해 수출하는 국내 유일 인공위성 시스템 개발 기업 쎄트렉아이를 인수했다.
이와 관련,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관계자는 “한화는 발사체 제작 등에 참여하고 있는데다 대규모 투자가 가능해 항공우주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며 “위성은 결국 국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의 사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민간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는 전 지구적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을 목적으로 지구 궤도에 스타링크 위성을 배치했다. 2019년 11월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스타링크’(Starlink) 위성 60기를 실은 팰컨9 로켓이 발사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화시스템 우주산업, 삼형제 승계에는 어떤 역할?
한화가 우주사업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든 배경에는 방산업계가 당면한 어려움이 있다. 김대영 군사평론가는 “방산업체들은 큰 사업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당면했다”며 “KFX(한국형 전투기)와 같이 수조 원 규모의 사업이 향후 보기 어려워진 만큼 방산업체들 대부분 우주산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그룹 주력 신사업을 이끌며 두 번째 경영시험대에 서게 됐다. (주)한화에서 미등기임원 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는 김동관 사장은 올해 주총 시즌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되고, 쎄트렉아이 기타 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항공·우주 계열사로 보폭을 넓혔다.
취업제한이 해제되며 경영에 공식 복귀한 김승연 회장은 (주)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건설 등 주요 계열사에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으나 항공·우주산업 계열사에는 적을 두지 않았다. 태양광사업에 이어 항공우주사업까지 김동관 사장에게 맡김으로써 그룹의 미래산업을 모두 김동관 사장이 책임지게 된 셈이다.
한화그룹의 항공·우주산업 구상은 김동관 사장 외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보의 경영권 승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화시스템의 성장이 곧 에이치솔루션의 가치 상승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화시스템의 최대주주는 지분 48.99%를 보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고, 2대주주는 지분 13.41%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이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그룹 삼형제의 승계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계열사다. 에이치솔루션은 장남 김 사장(50%)과 차남 김 전무(25%), 삼남 김 상무(25%), 즉 한화그룹 삼형제가 지분 100%를 나눠 보유하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지난 3월 26일 공시 기준 (주)한화 지분 5.19%를 보유 중이다. 김동관 사장은 4.44%, 김 전무와 김 상무는 각각 1.67%를 보유 중이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을 더 키워 지분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5월 한화시스템 지분 보호예수 해제 이후 지분을 매각해 (주)한화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셈이다. 에이치솔루션은 최근 한화시스템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투자를 확대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3월 29일 1조 2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고, 에이치솔루션은 2대주주로서 1570억 원을 투입키로 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