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시즌 초반 김남일 감독이 이끄는 성남 FC의 돌풍이 거세다. 성남은 하위권에 머물 것이라는 일부 예상을 깨고 6라운드를 치른 현재 5위에 올라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불안한 전력을 보인 성남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다. 지난 시즌 공격을 홀로 이끌다시피 했던 국가대표 공격수 나상호와 미드필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올림픽대표 김동현 등이 팀을 떠났다. 크나큰 전력 유출마저 생겨 일부에서는 강등 후보 중 한 팀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감독 2년차를 맞이한 김남일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험대에 올랐다.
하지만 올 시즌 성남은 예상 밖 선전을 펼치고 있다. 6라운드를 치른 현재 3승 2무 1패 승점 11점으로 리그 5위다. 최근 4경기 연속 무패행진으로 기분 좋게 A매치 휴식기에 돌입했다. 신바람을 내는 김남일 감독과 일요신문이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김남일 감독은 시즌 초반 호성적에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그는 “사실은 시즌 전 우리는 조금은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다”며 “물론 항상 높은 위치를 바라봐야겠지만 우리는 작년(10위)보다 다소 높은 순위를 목표로 놓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역시 성남의 초반은 좋았다. 개막 직후 5월(코로나19 여파로 5월 개막) 1개월간 2승 2무를 기록했으며 김남일 감독은 ‘이달의 감독상’을 받았다. 스타플레이어 출신 김남일 감독은 데뷔와 동시에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는 지난 시즌 초반 상황에 대해 “멋모르고 자신감만 있었다. 그 이후로 어려움을 겪다 보니 사람이 겸손해지더라”라며 웃었다.
선수 시절 ‘터프가이’로 불리던 김남일 감독이기에 지난 시즌 최종전에서 눈물은 큰 화제가 됐다. 그는 “그 눈물은 흘려야 하는 눈물이었다”며 “그동안 마음고생 했던 것이 떠오르기도 했고 안도감도 들었다.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더라. 올해만큼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남일 감독은 감독 1년차였던 지난 시즌 극적인 승부 끝에 가까스로 1부리그에 잔류했다. 당시 안도감에 눈물을 흘린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남일 감독은 선수시절 경기장 위에서 언제나 터프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그를 중용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다른 면모를 갖고 있다. 그는 “이런 이야기는 처음 하는 것 같은데, 쑥스럽지만 눈물이 꽤 많은 편이다”라고 털어놓았다.
감독 데뷔 시즌 쓴 맛을 본 이후 2년차에 접어든 김남일 감독은 현재 순항 중이다. 일부 선수들이 빠져나갔지만 기대 이상 탄탄한 전력을 보이고 있다. 그는 “경기 내용 면에서 작년보다 수준 높은 축구를 보여주고 있고 결과도 따라주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어 “베테랑 골키퍼 김영광이 골문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고 지난해 부상 공백이 있었던 서보민이 이번 시즌에는 회복해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수비에선 마상훈과 이창용이 지난 시즌보다 경기력이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팀에 합류한 선수들도 힘이 됐다. 그는 “새로 영입된 이규성, 박용지, 외국인 선수들뿐 아니라 군 복무를 마친 김민혁까지 모두 제 몫을 해주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성남은 외국인 선수들이 고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시즌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던 이스칸데로프(우즈베키스탄)에 더해 과거 K리그 경험을 보유한 수비수 리차드(오스트리아), 새내기 공격수 뮬리치(세르비아), 부쉬(루마니아)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을 이끄는 김 감독은 “쉽지 않은 살림살이 속에서 구단이 지원을 잘 해줬다. 전력강화부의 선택이 탁월했다”면서 “이런 선수들이 우리 팀에 왔다는 것이 나로선 행운이다”라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최전방 공격수 뮬리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프로필상 신장 203cm로 K리그 역대 최장신 기록을 갈아 치웠다. 점프 없이도 상대 수비수와 공중볼 경합에서 우위를 점한다. 공중볼뿐 아니라 준수한 발기술을 겸비, 프리키커로도 나선다. 김남일 감독은 “개성 있는 선수”라며 “경기력도 좋지만 경기장 위에서 리더십도 발휘한다. 국내 선수들을 독려하는 역할도 한다. 외국인 선수가 그런 면모를 보여준다면 감독으로선 고마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장 203cm의 장신 공격수 뮬리치는 이번 시즌 성남의 선전을 이끄는 외국인 공격수다. 김남일 감독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 감독은 이어 “외국인 선수들이 경기력도 좋지만 경기장 밖에서도 팀에 잘 적응하고 있다. 경기장 안팎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외국인 선수도 종종 있는데 우리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며 “사실 이스칸데로프가 소극적인 면이 있다. 그런데 리차드, 뮬리치, 부쉬가 챙겨주면서 잘 이끌어주고 있다. 다들 책임감을 가지고 해주고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들이 역량을 발휘하는 데 코치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고생을 많이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일 감독은 코치진과 적절한 역할 분담을 하는 감독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팀의 전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코치들의 비중이 일정 부분 이상 차지한다. 특히 정경호 수석코치의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김 감독은 스스로 “나는 인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고 표현했다.
“전체적인 것은 내가 이끌고 가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정경호 코치가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 정 코치 외에도 정말 고생이 많다. 막내 코치는 잠도 잘 못 자면서 전력분석에 매달린다. 구단 트레이너까지 정말 톱니바퀴처럼 스태프들이 손발이 잘 맞는다.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김남일 감독은 팀 내 코치들에 대해 “코치로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다. 코치 경력만큼은 나보다 선배다”라며 “나는 서 있기만 할 뿐 코치들이 다 하는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또 “코치들이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쏟아낸다”면서 지난 6라운드 포항전에서 교체 투입된 신인 이중민이 데뷔전에서 결승골을 뽑아내 역전승을 거둔 것 역시 ‘코치들의 작품’이라고 귀띔했다.
김남일 감독은 더 많은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특히 홈경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홈 승률이 높지 않아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번 시즌, 지금까지는 2승 1무를 기록하고 있는데 방심하지 않고 노력하겠다. 응원 많이 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올해는 과정뿐 아니라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