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가 심야 영업제한 단속 후 같은 건물 엔터사 연습실에서 불법 영업을 이어가다 적발됐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다. 사진=일요신문DB
3월 30일 밤 11시 58분께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구 역삼동 소재의 건물 5층에 위치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연습실에서 유흥주점 직원과 손님 등 98명을 적발했다. 이 업소는 이미 3월 24일에도 적발된 바 있다. 24일에도 밤 10시를 넘겨 불법 심야 영업을 이어가다 직원과 손님 등 135명이 적발된 것이다. 이로 인해 10일 동안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져 영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인데 또 다시 적발을 당한 것이다.
이날 경찰에 처음 신고가 접수된 것은 밤 10시 58분 무렵이다. “손님과 아가씨가 때리고 싸운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의 협조를 받아 지하 주점의 문을 열었지만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해당 업소는 10일 동안 집합금지 행정명령으로 밤 10시 이전에도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밤 11시 12분께 “주점이 계속 영업 중”이라는 신고가 다시 접수됐다. 이에 다시 출동한 경찰은 지하 1층인 업소는 물론이고 건물 전체에 대한 수색에 들어갔다. 그리고 결국 건물 5층에 위치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연습실에 있던 유흥주점 직원과 손님 등 98명을 적발했다.
경찰은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이들이 단속을 피해 5층으로 이동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추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한 차례 경찰이 출동해 지하 주점을 둘러보고 돌아갔음에도 “주점이 계속 영업 중”이라는 추가 신고가 들어왔던 점을 감안해, 엔터테인먼트 회사 연습실에서 변칙 유흥 영업이 이뤄졌을 가능성까지 살펴보고 있다. 강남구청 측 역시 “동일 주점이 다시 단속된 것이라면 20일 집합금지 명령과 과태료 등 강화된 조치를 할 것이며 연습실에서 영업한 행위가 무허가 유흥주점 운영으로 확인되면 경찰에 식품위생법 위반 등으로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유흥주점 직원과 손님 등 98명이 경찰에 적발된 A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어떤 곳일까. 소속 연예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A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연예관계자들이 잘 모르는 회사였다. A 회사의 법인등기부 상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들도 연예계에서 알려져 있는 인물들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연예관계자들이 회사 이름도 생소하고, 대표나 이사들 이름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A 회사의 법인등기 상 설립목적에 ‘매니지먼트’ ‘초상권’ 등 연예기획사의 일반적인 항목이 없다. 등기부만 놓고 보면 광고와 행사, 녹음, 음반 제작 등을 하는 회사로 보인다. 음반 제작을 위해 연습실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데 주로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는 연예계에서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연예관계자들은 우선 안도하는 분위기다. 만약 유명 연예인이 소속된 연예기획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단순한 유흥주점 불법 심야영업 단속 뉴스가 연예계 이슈로 확산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는 “사회면에 등장하는 연예기획사 관련 뉴스의 상당수가 실제로는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업체가가가 아니거나 잘 모르는 작은 업체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큰일은 아니니 다행이지만 이런 일에서 자꾸 엔터테인먼트 회사라는 호칭이 언급되는 게 연예계 전반의 이미지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며 안타까워했다.
연예계 일각에선 A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건물 지하 유흥업소의 연관성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유흥주점 직원과 손님 등 98명이 5층 연습실로 피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인데 심지어는 연습실에서 불법 변칙 영업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그렇지만 현장을 단속한 강남경찰서는 A 엔터테인먼트에서 영업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전반적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한편 해당 유흥업소 관계자는 SBS 인터뷰에서 “경찰이 오자 놀란 손님들이 계단으로 도망쳐 올라간 걸로 보인다”며 A 엔터테인먼트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A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건물 지하 유흥업소의 연관성은 추가적인 경찰 수사와 강남구청의 확인 과정을 거쳐 명확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연예계에서 유흥업소와 연예기획사의 연관성을 주목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장자연 사건 이후 드러난 몇몇 연예기획사와 유흥업소의 연관성 때문이다. 당시 문제가 됐던 장자연 소속사 건물에 유흥업소가 입점해 있는 형태는 아니었다. 1층에는 와인바, 2층은 사무실, 그리고 3층은 스위트룸으로 꾸며져 있는데 3층에는 높은 벽으로 외부와 차단이 돼 있는 테라스가 있어 파티 장소로 쓰이기도 했다. 이런 형태의 연예기획사 사무실에서 각종 접대와 특별한 로비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불거졌었다.
이후 한 건물에 유흥업소와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함께 있으며 소유주도 동일한 곳이 몇몇 있다는 얘기가 연예계에 알음알음 알려졌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B 엔터테인먼트다. 대부분의 연예기획사가 강남권인데 반해 B 엔터테인먼트는 강북권의 한 유흥가에 위치해 있었는데 이 건물 지하에 유흥업소가 입점해 있었다. B 엔터테인먼트에는 어느 정도 유명세를 가진 연예인도 있었다. 한물간 스타와 행사 무대를 주로 소화하는 가수들, 신인 연예인과 지망생들이 소속돼 있었다.
그런데 B 엔터테인먼트의 주요 사업은 연예기획사가 아닌 유흥주점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에는 녹음실이 마련돼 있었는데 당시를 기억하는 유흥업계 종사자들은 해당 유흥업소가 녹음실을 은밀한 2차 장소로 활용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B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연예계 종사자 출신이 아니었는데 같은 건물에 위치한 유흥업소 관련 얘기가 퍼지면서 대표가 조폭 출신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몇 년 뒤 B 엔터테인먼트는 폐업했고 대표가 자리를 옮겨 강남에서 다시 유흥주점을 열었다고 알려졌는데 지금은 그 업소도 문을 닫은 상태다.
이런 연예계의 암울한 과거를 기억하는 이들은 이번에 불거진 A 엔터테인먼트 연습실에서 유흥주점 직원과 손님 등 98명이 경찰에 단속됐다는 뉴스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A 엔터테인먼트에 소속 연예인이 없으며 실제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업체도 아닌 데다 단속된 유흥업소와의 연관성도 없는 것으로 보여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