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 제1차 회의. 사진=박은숙 기자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2019년 12월 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비서관급 다주택자는 1채만 남기고 처분하라”라고 권고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에 호응했다. 이인영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집을 재산증식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며 21대 총선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거주 목적 외 주택의 처분 서약’을 당 지도부에 제안했다.
실제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2020년 1월 4·15 총선 공천 과정에서 지역구 출마 후보자 253명에게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을 보유한 후보자는 당선 2년 이내 실거주 주택 1채를 제외한 주택을 매각한다”는 ‘부동산 매각 서약서’를 받았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났다. 다주택을 보유한 당선자들의 서약 이행까지 유예기간은 1년여가 더 남았다. 현재까지 이행률은 얼마나 될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및 국회공직자 정기재산변동신고 공개목록 등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의원 174명 중 지난해 4월 총선 기준 의원 본인과 배우자 명의 다주택자는 37명이다. 21.3%의 비율이다.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현재 무소속인 박병석 국회의장, 김홍걸 양정숙 의원까지 더하면 40명이 된다.
#서약서 21명 중 11명 여전히 다주택자
이 중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적용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2채 이상 보유한 의원은 총 21명이다. 임종성(4채) 이상민 김주영 김홍걸 양정숙(3채) 박병석 조정식 윤호중 정성호 서영교 윤관석 김병욱 김한정 박찬대 강선우 김회재 박상혁 양향자 윤준병 이성만 이용선(2채) 의원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을 포함해 김주영 조정식 윤호중 정성호 김병욱 김한정 강선우 박상혁 이용선 등 10명의 의원은 실거주 외 주택을 처분해 ‘1주택자’가 됐다. 절반 수준이 서약을 이행한 셈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서울 서초구 반포아파트와 대전 서구의 아파트 총 2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의원들의 다주택 문제가 지적되자 지난해 5월 대전의 아파트를 아들에게 증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초선 김주영 의원은 서울 강서구와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각각 아파트 1채씩, 서울 영등포구에 오피스텔 한 채 등 3채를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지난 총선 이후 서약에 따라 강서구 아파트만을 남기고 2채를 매각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총선기획단장 및 공천심사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윤호중 의원도 지역구인 경기 구리시에 아파트와 복합건물을 한 채씩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복합건물에서 주택으로 사용될 수 있는 오피스텔은 매도하고, 상가로만 쓰는 곳은 복합건물에서 상가로 용도를 수정해 1주택자가 됐다.
5선 중진 조정식 의원은 지역구인 경기 시흥시에 2채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가, 한 채는 매도하고 다시 전세로 입주하는 방식을 택하며 다주택 문제를 해결했다. 재선의 김병욱 의원도 지역구인 성남시 분당구에 두 채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가 한 채를 매각했다. 이용선 의원 역시 지역구인 서울 양천구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한 채씩 갖고 있었으나, 오피스텔을 매도했다.
4선 중진 정성호 의원은 지역구인 경기 양주시 아파트를 남기고, 경기 의정부 아파트를 매각해 1주택자가 됐다. 강선우 의원은 서울 종로구 오피스텔과 고양시 덕양구의 복합건물 총 2채를 보유하고 있다가, 이번에 종로구 오피스텔을 처분했다고 신고했다.
박상혁 의원은 서울 강서구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보유 중이었다. 하지만 이번 정기재산변동신고에서 지난해 12월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 4월 1일 계약이 완료돼 1주택자가 됐다고 밝혔다.
김한정 의원은 서울 청운동에 단독주택과 경기 남양주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의 다주택자 주택 처분 방침에 따라 지역구인 남양주 아파트를 남기고 종로 주택을 처분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최근 주택 매각자금 등을 활용해 배우자 명의로 지역구의 토지를 매입해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부지 매입시점이나 위치가 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사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4050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위원장으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임종성 의원.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임종성 이상민 서영교 윤관석 박찬대 김회재 양향자 윤준병 이성만 김홍걸 양정숙 등 11명의 의원들은 처분 중이거나, 처분에 나서지 않으면서 여전히 다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임종성 의원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경기 광주시 오포읍에 단독주택, 경기 하남시 덕풍동의 단독주택, 서울 방이동 복합건물 등 4채로 민주당 의원 중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가장 많은 주택을 보유 중이다. 하지만 1년 동안 한 채도 매각하지 않았다. 다만 방이동의 복합건물이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돼 주택은 4채에서 3채로 줄게 됐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대전 유성구에 아파트 2채, 경기 화성시 반송동에 복합건물 등 3채를 가지고 있다. 4월 총선 이후 변동 없이 1년간 매각하지 않고 있다.
윤관석 의원은 지역구인 인천 남동구에 아파트를, 서울 삼성동에 복합건물을 한 채씩 신고했다. 김회재 의원은 지역구는 여수을이지만, 서울 잠실동과 서빙고동에 아파트를 한 채씩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당의 다주택자 주택 처분 방침에도 여전히 처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만 의원은 지역구인 인천 부평구에 아파트, 연수구에 오피스텔을 한 채씩 보유하고 있다. 박찬대 의원도 지역구인 인천 연수구에 연립주택과 서구의 아파트를 갖고 있어 2주택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3선 서영교 의원은 지역구인 서울시 중랑구에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한 채씩 보유하고 있다. 다만 앞서 재산 신고에서 서 의원은 단독주택에 시댁이 거주 중이라고 밝혔다.
정읍시 고창군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윤준병 의원은 서울 종로구 연립주택과 마포구에 오피스텔을 각각 한 채씩 보유하고 있다. 윤 의원 측 관계자는 “마포구 오피스텔은 업무용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의 다주택자 주택 처분 방침이 있지만, 마포구 오피스텔은 소명이 돼 해당사항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본인 명의로 경기 화성시에 아파트를, 배우자 명의로 경기 수원시 망포동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양 최고위원은 현재까지 별다른 처분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양 최고위원은 배우자와 공동으로 화성시 신규 택지개발지구 인근에 3492㎡(1056평) 규모의 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양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해당 토지는 논란이 되는 신도시와는 전혀 무관하고 주변 토지거래가 거의 없어 시세 산정 자체가 어려운 땅”이라며 “은퇴 후 전원주택을 짓고 노후를 대비하려는 차원에서 지인의 추천으로 임야를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의혹은 경기남부경찰서에 배당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 3남 김홍걸 의원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돼 무소속 신분이다. 김홍걸 의원은 보유 주택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가 생전 머물던 서울 동교동 사저와 강남구 일원동 아파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등 3채를 신고했다. 이후 강동구 고덕동의 아파트 분양권이 누락됐던 게 추가로 발견됐다.
김 의원은 다주택 문제 해결 요구를 받자 고덕동 아파트 분양권은 매도하고, 일원동의 아파트는 차남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2채를 처분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이어지자 김 의원은 부동산 등 재산을 축소 신고한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1심에서 80만 원 벌금형이 선고됐다.
양정숙 의원은 지난해 4·15 총선 전부터 부동산실명제 위반 등 혐의가 불거졌다. 이에 더불어시민당에서 총선 전 사퇴를 요구했으나 본인이 거부, 당선 직후 더불어시민당에서 제명돼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양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 대치동 선경아파트, 서초동의 삼풍아파트와 래미안스위트를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후 서초동 래미안스위트는 매각했지만 여전히 현재 2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외 다주택자 이행률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이 아닌 곳에 주택 2채 이상 보유한 의원 19명은 서약서에 따라 당선 2년 이내 매각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1주택 기조에 따라 주택 매각 권고를 받았다.
19명 의원 중 15명의 의원이 실거주 외 주택을 처분해 ‘1주택자’가 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포함해 이개호 도종환 민홍철 유기홍 박정 최인호 서영석 윤미향 이원택 임호선 조오섭 주철현 최혜영 이수진 의원이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 보유자들보다 이행률이 높은 것이다.
21대 의원 중 5채로 가장 많은 주택을 보유했던 이개호 의원은 광주 북구의 아파트 한 채만 남기고 광주의 단독주택 2채, 전남 담양군의 단독주택 2채 등을 모두 매도해 1주택자가 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주택 3채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전 서구의 아파트를 남기고 대구 중구의 단독주택과 복합건물을 처분해 1주택자가 됐다. 문재인 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 의원 역시 지역구인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아파트를 남기고 충북 보은군의 단독주택을 매도했다.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인호 의원은 지역구인 부산 사하구와 해운대구에 아파트를 각각 한 채씩 보유하고 있다가 해운대구 아파트를 매각했다. 최혜영 의원은 부산 중구 아파트와 고양시 일산동구 아파트 분양권을 갖고 있었지만, 부산의 아파트를 매각했다. 이원택 의원 역시 지역구인 전북 김제시의 아파트를 남기고 전북 전주의 아파트를 처분했다.
조오섭 의원은 지역구인 광주 북구의 아파트와 모친에게 상속 받은 전남 담양군 단독주택 3분의 1 지분이 있었다. 하지만 단독주택 상속분을 매각함으로써 1주택자가 됐다.
상속과 증여의 방식을 취한 의원들도 있다. 21대 의원 중 부동산 재산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박정 의원은 주택의 경우 경기 파주시에 단독주택과 고양시 일산동구에 연립주택 2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중 일산동구 연립주택을 장남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처분했다.
윤미향 의원은 본인 명의의 경기 수원시의 아파트와 배우자 명의 경남 함양군의 다세대주택 2채를 신고했다. 함양군의 다세대주택은 실거주자인 시어머니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처분해 1주택자가 됐다고 밝혔다. 임호선 의원 역시 지역구인 충북 진천군의 단독주택을 모친에게 증여해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하게 됐다.
서영석 의원은 지역구인 경기 부천시의 아파트를 남기고 전남 광양시의 단독주택에 대해서는 상속을 포기함으로써 1주택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1주택으로 지역구 대신 서울 강남의 주택을 택한 의원들도 있다. 민홍철 의원은 서울 강남구 역삼래미안 아파트를 남기고, 지역구인 경남 김해시의 아파트를 증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주철현 의원 역시 지역구인 전남 여수시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서울 서초동의 아크로비스타를 남기면서 1주택자가 됐다.
유기홍 의원은 배우자 명의의 인천 강화군에 위치한 건물이 단독주택에서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이 돼 주택은 서울 관악구의 아파트만을 보유한 1주택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유 의원은 “주말농장용으로 강화도의 집을 샀는데, 선거 준비를 하다 보니 ‘1가구 2주택’이 문제가 됐다”며 “합법적으로 용도를 변경한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진 의원의 경우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의 후보자 재산신고와 8월 공개된 국회 정기재산변동신고 사이에 주택 한 채를 처분해 현재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한 채만 보유 중이다.
2020년 10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2020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위원장으로 인사말을 하고 있는 홍영표 의원. 사진=국회사진취재단
홍영표 이학영 송기헌 정태호 의원은 여전히 2주택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4선 중진으로 차기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홍영표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구에 아파트와 전북 고창군 단독주택을 보유 중이다. 이학영 의원 역시 지역구인 경기 군포시의 아파트와 전남 구례군 단독주택을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정태호 의원의 경우 서울 신림동 아파트 외에 미국 뉴욕주 포킵시의 단독주택을 갖고 있다. 정 의원은 현재까지 별다른 처분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송기헌 의원은 서울 목동 아파트와 지역구인 강원 원주의 단독주택을 소유 중이다. 서울 목동 아파트의 경우 전세금을 5억 3000만 원에서 6억 7000만 원으로 26.4% 올려 임대차 3법 통과 전 전세보증금을 크게 올린 것 아니냐는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송 의원 측은 “임대차법이 논의되기 전인 2019년 12월에 맺은 계약”이라며 “잔금이 남아 뒤늦게 관보에 실렸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