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분쟁을 벌인 3자연합(KCG·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일 주주연합 간 상호 특별관계가 해소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1년 3개월간 이어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조원태 회장의 승리로 종결됐다. 사진=일요신문 DB
KCGI는 2일 입장문을 내고 “전날 합의에 따라 주주연합간의 지분 공동보유계약 해지를 공시했다”며 상호간 특별관계가 해소됐다고 밝혔다. KCGI는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개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경영진의 올바른 결정에 대해서는 지지하는 한편 개선이 필요한 부분의 경우 주주로서 견제와 감시를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주연합은 앞으로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와 특별관계자 17.54%, 조현아 전 부사장 5.71%, 대호개발 및 특별관계자(한영개발·반도개발) 17.15%로 나뉘게 됐다.
앞서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선친의 공동경영 유훈을 지키지 않는다며 동생 조원태 회장에게 반기를 들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조 회장은 2019년 4월 선친 조양호 회장이 작고한 지 16일 만에 회장으로 선임됐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해 1월 한진칼 주주인 KCGI, 반도건설과 3자연합을 구성하고, 사실상 조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지난해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는 3자연합이 제안한 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되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이 가결되면서 3자연합의 첫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후에도 3자 연합의 공세는 계속됐다. 지분율이 45.23%까지 오른 3자연합은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41.4%)을 앞서며 조 회장을 압박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산은이 한진칼 지분 10.66%를 확보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산은은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경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길 원하는 산은이 조 회장의 ‘우군’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산은을 조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볼 경우 조 회장 측 지분율은 47.33%, 3자연합의 지분율은 40.41%가 되는 만큼 표 대결에서 3자연합이 조 회장에게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작아졌다.
KCGI는 이에 맞서 지난해 12월 산은의 투자를 막기 위한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특히 산은이 한진칼 투자 조건으로 경영 투명성 제고와 회장 일가 도덕성 등을 내걸면서 경영성 제고를 위한 3자연합의 공세도 명분을 잃게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해 주총 패배 이후 올해 주총에서의 표 대결을 예고했던 3자연합은 지난달 주주제안도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서 손을 떼겠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지분율 5.71%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단독으로 조원태 회장과 분쟁을 이어갈 가능성도 작아 향후 남매간의 ‘집안싸움’도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진은 경영권 관련 잡음이 사라진 속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와 통합이 끝나면 한진그룹은 재계 순위 10위권 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
향후 한진 오너 일가는 상속세 마련에 주력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3월 26일 그룹 계열사인 정석기업 지분 3.83%중 0.75%을 매각해 30억 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주)한진 부사장도 각각 270억 원, 180억 원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아 전 부사장도 최근 KCGI에 한진칼 주식 5만 5000주(약 34억 원)를 매각 했다. 한진 오너 일가 4명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약 2700억 원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