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부분 프로스포츠 리그가 중단된 상황에서 무관중경기로 개막한 2020 KBO리그는 다른 나라의 이목을 끌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개막전을 포함한 지난 시즌 상당수 경기가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사진=박정훈 기자
AP통신은 ‘빈 경기장에서 시작된 한국 프로야구’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를 통해 “KBO리그 각 팀은 관중 입장이 통제된 5개 구장에서 경기를 치렀다. 심판과 경기 진행요원, 1·3루 코치 등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방역에 동참했다. 홈 팀 응원단은 관중 없는 응원전을 펼쳐 경기 분위기를 띄웠다”고 현장 분위기를 묘사했다. 미국 유력 지역지 보스턴헤럴드 역시 ‘스포츠에 굶주렸다면 KBO리그를 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AP통신을 인용한 KBO리그 개막전 소식을 알렸다.
개막일을 잡지 못한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대신, 매일 KBO리그 한 경기가 스포츠 전문 채널 ESPN2와 ESPN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미국에 생중계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ESPN은 KBO리그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 위해 매주 자체적으로 ‘KBO리그 파워 랭킹’을 선정하기도 했다.
KBO리그 소개에 나선 외신도 많았다. 미국 유력 매체 뉴욕타임스는 ‘KBO리그 시청, 우리가 도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실었다. 포브스와 USA투데이 등 미국 유명 언론도 KBO리그 개막 소식과 눈여겨볼 만한 선수 정보를 전했다.
뜻밖의 화제가 된 장면도 있다. KBO리그 중계를 본 미국 야구팬들은 한국 타자들의 ‘배트 플립(방망이 던지기)’에 유독 큰 관심을 보였다. 과거 일부 한국 타자들이 홈런을 예감하면서 배트를 던지고 베이스를 돌다 타구가 담장 앞에서 잡힌 뒤 머쓱해 하는 장면이 MLB닷컴을 통해 소개된 적이 있어서다.
개막전 시구자의 면면도 평소와 달랐다. 세뱃돈과 용돈을 모아 마스크를 산 뒤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한 어린이, 대구지역에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할 때 호소문을 발표해 전국 각지의 의료지원을 이끌어낸 의사 등이 각 구장 시구자로 나섰다. KT 위즈 시구를 맡은 어린이 팬은 포수에게 공을 던지는 대신 투명한 워킹볼 안에 들어간 뒤 직접 공을 굴려 홈플레이트까지 이동했다. 그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은 신개념 ‘사회적 거리두기’ 시구였다.
한 지붕 라이벌끼리 맞붙은 잠실 개막 시리즈에서 홈팀 LG가 3루 더그아웃, 원정팀 두산이 1루 더그아웃을 쓴 것도 눈에 띄었다. LG는 3루 뒤, 두산은 1루 뒤에 각각 선수단 라커룸과 훈련 시설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이전까지는 늘 두 구단 중 홈팀으로 구분된 팀이 1루 더그아웃을 쓰는 게 원칙이었다.
따라서 LG가 홈팀일 때는 경기 전과 후 양 팀 선수들이 반대편 더그아웃이나 라커룸으로 이동하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지난 시즌만큼은 선수들의 동선이 겹치는 것을 막기 위해 두 팀 모두 라커룸에서 가까운 더그아웃을 사용하는 데 뜻을 모았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최선의 조치였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