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학 이사장은 한국미용외과의학회를 설립해 아시아국제미용의학포럼 등 국제학술대회를 열어 성형과 미용에 대한 전문적 기술과 지식을 타국의 의사들과 국내 타 과목 의사들과 나누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의사 가르치는 의사, 안면 해부만 100회
한국미용외과의학회 이사장이자 카이로스의원 원장인 임종학 박사는 “세계적으로 전문 과목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성형인구가 늘어나며 의사들이 성형외과로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코 수술을 하고 안과 전문의가 쌍꺼풀 수술이나 눈 트임 수술을 더 잘할 수 있다. 미용의 관점에서뿐 아니라 해부학적으로 담당과에 대해 완벽히 숙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 이사장에 따르면 미용외과는 국내 의료법이 정한 26개 전문 과목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반적인 미용시술이나 수술을 받기 위해선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각 분야의 전문의들이 미용시술과 미용수술을 할 때 안정성이나 효율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그래서 임종학 이사장은 한국미용외과의학회를 설립, 아시아국제미용의학포럼 등 국제학술대회를 열어 성형과 미용에 대한 전문적 기술과 지식을 타국의 의사들, 국내 타 과목 의사들과 나누고 있다.
임 이사장은 “이비인후과나 안과 등의 의료수가는 성형외과나 피부과보다 낮은 편이다. 그래서 타 과 전공의가 미용분야로 많이 넘어오고 있다. 타 전공의들이 대학에서 다 못 배운 실전의 기술들을 학회와 세미나 등을 통해 연마할 수 있도록 미용외과의학회와 미용의학포럼 등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사고가 많으면 시장도 함께 죽는다. 그래서 시술과 수술에 대한 품질관리가 중요하다. 의사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나오는 지식이나 기술보다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 현장의 경험을 살려 최대한 노하우를 나누려고 한다”고 말한다.
임종학 이사장은 ‘의사를 가르치는 의사’로도 알려져 있다. 매년 해외 병원과 대학에서 50~100회의 강의를 하고 수술시연을 한다. 국제미용의학포럼 등을 통해 매년 수많은 해외 의사들이 그의 수술이나 시술에 참관해 연수를 한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 주로 아시아 국가의 의사들이 많은데 특히 필리핀 의사들이 많다. 드라마와 영화 등 한국 콘텐츠의 한류가 일어나며 외모도 한류를 따르는 아시아 국가들이 많아진 덕이다.
임종학 원장은 “성형 한류가 늘어나며 한국에 가서 수술이나 시술을 받겠다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국제학회나 포럼에서 외국 의사들이 스스로 모델이 돼서 시‧수술을 받으며 기술을 전수받겠다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서 한국의 의료기기도 많이 구입한다”며 “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 해 1000여 명의 의사가 내한한다”고 말했다. 매년 아시아국제미용의학포럼을 개최하는 이유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한국의 성형의료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이유로 한국 의사들이 손기술도 좋지만 ‘얼리어답터’이기 때문이라고도 임 이사장은 말한다. 일본 의사들이 신제품이나 신기술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반면, 한국 의사들은 새로운 의료기술이나 제품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써보고 활용한다는 것. 한국 의사들의 마인드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우리 국민성과 일맥상통한다. 덕분에 한국에서 어떤 기술이나 제품이 활성화되면 글로벌 스탠더드가 형성되는 상황이다.
#2010년부터 기술력 일본보다 앞서
임 이사장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성형외과와 피부과 전문의이기도 하다. 1980~1990년에 10년간 일본 오사카대학병원에서 성형외과를 비롯해 미용외과와 피부과 진료를 했다. 임 이사장은 “당시엔 한국보다 일본의 성형‧미용 기술이 더 앞서 있었지만 지금은 한국의 기술이 더 발전되어 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아시아에서 일본의 성형기술이 최고였지만 2010년경부터 한국이 앞서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임종학 이사장은 일본 에히메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신경해부학교실 연구원을 지내며 해부학 강의도 했다. 그는 안면윤곽술이나 필러 등의 시술 역시 해부학 등의 의학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이종현 기자
임종학 이사장은 일본 에히메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신경해부학교실 연구원을 지내며 해부학 강의도 했다. 그는 안면윤곽술이나 필러 등의 시술 역시 해부학 등의 의학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사체를 이용해 100회 이상 얼굴 해부를 하면서 얼굴 내 조직 구성을 염두에 둔 시술과 수술을 한다.
임 이사장은 “필러 시술의 경우 시술 자체는 간단하지만 사고도 많이 일어난다. 아시아에서만 1년에 약 100명의 실명 환자가 나올 정도로 필러 시술은 사고율이 높다. 간단한 시술이라도 해부학 등 관련 의학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의사에게 시술을 받아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시술을 할 때 주입 테크닉이 좋아야 하고 혈관의 위치와 깊이를 잘 알아야 의료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의료계에서 중요한 것은 수많은 현장경험과 그에 따른 노하우다.
임 이사장은 국내에서 최초로 절개법이 아닌 매몰법으로 쌍꺼풀 수술을 한 의사이기도 하다. 이후 매몰법은 보편화됐다. 그는 또 안검하수를 교정해 눈을 시원하게 만드는 비절개 눈매교정술도 개발했다. 눈 앞트임과 뒤트임 수술방법도 이전 수술법과 차별화시켰다.
임종학 이사장은 성형이나 피부과 시술 외에 두피와 모근을 활성화 해 탈모를 방지하는 샴푸와 에센스도 개발했다. 스스로의 탈모로 고민하다가 모발제품 연구에 뛰어들었다. 사진=이종현 기자
임 이사장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전문의로 미용외과를 표방한 수술과 시술을 병행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최근 트렌드는 수술과 시술이 3 대 7 정도로 시술의 비중이 높다. 시술의 경우가 더 간편하면서 자연스럽고 부작용이 덜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임종학 이사장은 현재 쌍꺼풀과 트임을 통한 눈매교정, 코 성형 등 전통적인 성형외과 진료를 비롯해 지방클리닉, 줄기세포클리닉, 레이저클리닉 등을 병행하고 있다. 또 피부과목에 속하는 미백‧주름‧탄력‧리프팅 및 여드름과 비만 치료도 한다.
성형이나 피부과 시술 외에 두피와 모근을 활성화해 탈모를 방지하는 샴푸와 에센스도 개발했다. 스스로의 탈모로 고민하다가 모발제품 연구에 뛰어들었다. 천연성분을 활용해 두피를 활성화시켜 두피 혈류를 개선해 탈모를 방지하는 제품을 론칭했다. 그는 탈모 제품을 함께 개발한 바로나 코르메틱과 합작해 시술 없이 제품으로 대신하는 리프팅크림과 나이트크림 등 피부과 제품도 개발했다. 줄기세포 연구도 한다.
임종학 이사장은 성형외과 의사로 시작해 피부과와 미용외과로 분야를 넓혀 아시아 각국의 의사들에게 ‘미용한류’를 전파하고 있다. 탈모와 리프팅 등의 제품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니즈에 따라 성형외과와 피부과는 물론 병원의 전문과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성형’을 넘어선 ‘미용’의 시대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