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궁금한 이야기Y
벌써 1년째 해가 지면 하루도 빠짐없이 빌라 앞에 나타나는 한 남자. 새벽만 되면 남자는 건물 2층에 거주하는 찬혁 씨(가명)네 집 창문을 향해 아들의 이름을 외친다.
보다 못한 찬혁 씨가 직접 집 안을 보여주며 남자의 가족이 없는 것을 확인해주었지만 그때뿐이다. 다음 날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물론 어떨 때는 불쑥 건물 안으로 들어와 우편물을 확인하거나 집 앞 현관문까지 두드리는 남자 때문에 주민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들이 보고 싶다는 남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주민들에게 직접 수소문도 해봤다는 찬혁 씨. 그런데 분명 이 집에 살았다는 그와 그의 가족을 이웃 주민들은 전혀 모른다.
찬혁 씨는 “몇 년 전에 이 집에 살았대요. 저희가 찾아주려고 노력을 했었단 말이에요. 집주인 분한테 여쭤보니까 그런 분이 없었다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매일 밤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 남자의 사연을 알아보기 위해 나선 제작진에게 남자는 “아들이 보고 싶은데 보기가 미안하다”는 말을 꺼냈다.
어렵게 입을 연 그는 한때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벌었지만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면서 가족과 연이 끊겼다고 털어놨다. 이후 마음을 전하고 싶어도 가족을 만날 방법이 없어 매일 빌라 앞을 찾아간다는 것.
그런데 아무래도 남자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고시원을 헷갈리는 건 물론 불과 하루 전 제작진과 만난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남자의 조카는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사업이 실패했어요. 아버지를 아버지로 안정 안 해요. 가족 간의 관계는 다 깨졌다고 보시면 되고”라고 말했다.
1년째 본인과 전혀 상관없는 건물에 나타나 아들을 찾는 남자. 그에게는 대체 무슨 말 못할 사연이 숨어있는 것일지 하염없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한 아버지의 메아리를 다룬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