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오는 5일 옵티머스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투자자에 대한 전액 원금 반환 안건을 회부할 방침이다. 사진=옵티머스자산운용 홈페이지 캡처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5일 예정대로 옵티머스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투자자에 대한 ‘전액 원금 반환’ 안건을 회부할 방침이다.
금감원 분조위는 옵티머스펀드가 투자 대상으로 제시했던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관계에 근거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할 전망이다. 이미 분조위 위원들과 당사자 등을 상대로 안건 쟁점을 정리하는 사전 간담회까지 마친 상태로 최종 결론이 뒤바뀔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민법에서 애초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 경우 계약 자체가 취소되기 때문에 판매사는 투자자들에게 원금 전액을 돌려줘야 한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의 일부 무역금융펀드에도 이 같은 법리가 사상 처음으로 적용됐고, 이번 옵티머스펀드 판매사가 전액 반환에 합의할 경우 두 번째 사례가 된다.
분조위는 NH투자증권이 원천적으로 설정이 불가능한 펀드 상품을 팔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옵티머스는 공공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공사와 관련한 안전한 매출채권에 펀드 자금의 95%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투자자들은 끌어모은 바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옵티머스 투자 제안서에 언급된 6개 공공기관과 330개 자산운용사에 공문을 보내 옵티머스펀드의 투자 대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실재할 수 없는 구조임을 확인했다.
다만 분조위 조정 결정은 권고적 성격만을 지니기 때문에 민원인(투자자)과 금융사 양측이 모두 동의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NH투자증권은 ‘착오 취소’ 권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피력해왔다. NH투자는 그간 수탁사인 하나은행,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 등의 잘못과 책임을 따지는 검찰 수사 및 감사원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판매사 홀로 책임을 떠안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
최근 NH투자는 분조위에서 ‘다자배상’ 결론을 내려줄 경우 배상 금액 전체를 자신들이 투자자들에게 선제적으로 배상한 뒤 추후 구상권을 행사하겠다는 역제안으로 판을 흔들기도 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 같은 카드를 분조위가 임박한 시점에 제시한 점, 검찰 및 감사원 결론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다자 책임을 주장하는 점 등에 비춰 진정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선 분조위에서 ‘다자배상’을 권고하려면 수사 및 감사 결과에 따른 금감원 제재까지 이뤄져야 하는데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에서 NH투자의 시간 지연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때문에 실제 권고가 이뤄진다면 조정이 결렬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정이 최종 결렬될 경우 투자자들은 법원에 NH투자증권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로서는 투자 손실과 관련한 민사 재판에서 100% 배상 판결이 나오기 쉽지 않다는 점이 부담 요인이다. NH투자증권 입장에선 재판에서도 패소할 경우 경우 금융사로서의 신뢰도 타격과 지연이자까지 더해진 배상 규모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번 분조위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후 처음으로 열리는 분조위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금소법 시행으로 분쟁 당사자는 별도의 허가 절차 없이 분조위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돼서다.
이번 분조위에는 접수된 여러 민원 사례 중 대표 케이스로 선정된 투자자 2명이 법률 대리인과 함께 출석할 예정이다.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NH투자의 말을 믿고 투자를 했다가 자금이 묶인 사례들로 알려졌다.
또 다른 분쟁 당사자인 NH투자 쪽에서는 정영채 대표가 직접 출석한다. 정 대표는 옵티머스 사태 책임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만큼 추가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요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