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와 세종시청 공무원들이 세종시 개발 예정지를 공동으로 투기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 밀마루전망대에서 바라 본 세종시 전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최준필 기자
4일 경찰에 따르면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 산하 충남경찰청은 행안부 공무원 3명이 세종시 공무원 2명과 함께 세종시 일대 땅을 지난해 말 사들인 사실을 파악했다. 수사 대상은 모두 현직이고, 직급은 4∼5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세종시 개발 부서 공무원 A씨가 매입한 토지의 거래 내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세종시 공무원과 행안부 공무원들이 공동으로 땅을 사들인 사실을 파악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 세종시 장군면 금암리 일대 땅 7필지를 사들였다. 이 토지는 세종시 공공복합시설단지 주변이다. 30만5000㎡에 업무 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2018년 7월 개발계획안이 처음 고시됐다. 이후 사업이 지연되자 세종시는 지난해 말 개발계획 변경안을 새로 고시했다.
경찰은 세종시가 이 같은 변경안을 내놓기 직전 이들이 땅을 공동 매입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지난 3월 세종시청과 시내 공인중개업소 등을 압수수색하며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무원들 간의 관계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세종시에서 땅투기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공직자는 10여 명이다. 전직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A 씨는 재임 시절 세종시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주변 땅을 사들인 혐의를 받아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2017년 4월과 11월 스마트 산단 주변 연기면·연서면 땅을 매입했다. 2018년 8월 스마트 산단이 후보지로 선정되기 이전이다. 경찰은 그가 개발 여부를 미리 알고 땅을 매입한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차관급인 행복청장은 세종 신도시 건설을 책임지는 자리다.
세종시의회 B의장은 2016년 6월 어머니 명의로 조치원읍 봉산리 땅(1812㎡)을 매입한 뒤 도로포장 예산을 편성해 논란이 됐다. 이 일대는 서북부지구개발과 함께 주변 도로가 개통되면서 땅값이 크게 올랐다. 매입 당시 B의장은 산업건설위원회 소속이어서 내부 정보를 이용해 땅을 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종시의회 C의원도 스마트 산단 예정지 땅(2만 6182㎡)을 매입한 뒤 해당 토지가 개발지로 지정되도록 직위 등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19일과 30일 세종시의회를 두차례 압수수색해 의회 회의록과 컴퓨터 하디드스크 등을 확보했다. 시세 차익을 노리고 산단 예정지 주변에 조립식 주택을 지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세종시 공무원 3명과 민간인 4명도 부패방지법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