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12일 열리는 미국 백악관의 ‘반도체 긴급대책회의’ 초청장을 받은 삼성전자가 고민에 빠졌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건물 전경. 사진=일요신문DB
4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4월 12일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 관계자를 백악관으로 초청한다.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을 점검하고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참석하는 이날 회의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제너럴모터스 등 자동차·테크기업이 다수 초청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초청의 표면적인 배경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올해 들어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제너럴모터스(GM) 북미 공장이 감산에 들어갔고,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 포드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다.
특히 NXP, 인피니온 등 주요 차량용 반도체 기업이 한파로 셧다운 되면서 수급난이 악화하기도 했다.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은 자동차 반도체 공급망 차질로 인해 올해 1분기 자동차 생산이 100만대 가까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고민은 미국 정부가 내줄 숙제에 대한 답이다. 백악관은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 기업에 우선적으로 반도체를 공급해 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GM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을 약속받으려는 게 이번 회의의 주된 목적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위해 삼성전자에 대규모 투자를 독려할 가능성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증설을 위해 17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 투자를 검토 중이다. 현재 텍사스와 뉴욕, 애리조나 주 당국과 협상을 벌이는 중이지만, 아직까지 결정은 내리지 못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부족 사태를 안보 문제로 보고 동맹국 차원의 대응으로 추진한다면, 삼성전자 입장에선 더욱 부담스러워 진다. 최대 수출처로 알려진 중국 정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중국 정부 역시 삼성전자에 추가 투자를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백악관 회의에 보낼 임원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주말에도 대책 논의를 이어가며 회의의 형식과 내용을 파악했지만 참석자는 결론 내리지 못했다. 업계에선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대표이사(부회장) 또는 최시영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오스틴 공장 법인장이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