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겉옷 입혀주기와 옷매무새 다듬어주기 등도 하면 안 된다. 시장의 방문객 응대시 분위기메이커 역할도 금지된다. 내방객을 응대하는 데에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사적대화도 불가능하다. 근무와 관련 없는 개인 일정관리 및 개인 행사 동행이 제한되고 개인 논문 및 강의자료 작성·검토와 시장 개인·가족·지인을 위한 물품구매·대여, 시장 및 친인척 경조사 참석 수행도 금지된다. 시장의 금융업무 등 사적 목적의 개인 심부름도 할 수 없다.
서울시는 매뉴얼에 상사 등의 부당 지시에 대한 대응책도 담았다. 비서가 직접 거절 의사를 밝혀야 하며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조사담당관에게 신고하라고 돼 있다.
비서실 운용 관행도 개선했다. 서울시는 비서실 근무를 희망하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로 했다. 비서 선발 절차는 자격요건 충족 여부, 성별·연령 등에 차별을 두지 않도록 사전검토하고, 적임자 선발을 위해 객관적인 면접평가표에 의해 면접을 실시한다. 다만 신청 인원이 없거나 부족할 경우엔 인사과가 후보자를 추천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권위의 권고사항에 대한 차질 없는 이행을 통해 성차별·성희롱 없는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매뉴얼에 대해 시장이 사적 지시를 내릴 경우 비서 입장을 대변할 방안은 마련되지 않아 아쉬움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비서의 사적 업무는 대부분 시장의 지시에서 비롯되고 비서가 그런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시장에 대한 대책은 ‘유의해야 할 사항 교육’뿐이다. 이에 따르면 △사적 용무는 지시하지 않는다 △업무 배정 또는 지시 전, 성별 고정관념에 따라 성차별적으로 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보라고 교육한다 등이다. 시장의 부당 지시를 제지하는 구조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 1월 25일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성추행 의혹을 밝힌 A 씨에게 행한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당시 서울시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의 성희롱 예방, 피해자 보호 수단이 미흡하다며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박원순 전 시장이 늦은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피조사자(박원순 전 시장) 진술을 청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관계를 엄격하게 인정했지만 인정 사실만으로도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 직원들의 묵인·방조는 인정되지 않았다. 인권위는 “묵인·방조는 박원순 전 시장 성희롱 행위를 사전 인지하고 용이하도록 도와주었다는 의미”라며 “피해자의 전보 요청에 상급자들이 잔류를 권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요청이 성희롱 때문이라고 여긴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비서실이 성희롱 속성과 위계 구조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며 “두 사람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전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