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스트를 다룬 영화 <비상>의 한 장면. |
한국과 일본 호스트바를 돌며 20여 년 동안 근무해 온 베테랑 호스트가 쓴 책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통해 여성들의 밤 문화를 들여다봤다.
여성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금남의 장소’는 어디이고 그 안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저자는 ‘호빠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심층 분석기’를 통해 그동안 알 수 없었던 뒷이야기를 전한다.
저자에 따르면 여성의 외모와 서비스 수준에 따라 룸살롱이라 일컬어지는 남성들의 밤의 세계에도 일정한 ‘레벨’이 있는 것처럼 여성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룸살롱이 ‘클럽-점오-하이점오-텐프로’ 정도로 나눠지듯이 호빠도 비슷하게 나눠진다고 한다.
남성들이 가는 룸살롱 최상위급에 ‘텐프로’가 있는 것처럼 호빠에도 ‘텐프로’가 있다. 물론 여러 업소들이 자칭 ‘텐프로’를 내세우기는 하지만 업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는 ‘호빠 텐프로 업소’는 현재 4개 정도로 압축된다. 이곳엔 어떤 여성들이 가도 입이 떡하고 벌어지는 ‘꽃미남’들이 있다. 마치 방송국의 연기자 대기실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낄 정도다.
텐프로뿐 아니라 점오라 불리는 호빠의 경우 한 가지 공통적이면서 특이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홍보활동이나 전단지 장사를 절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뜨내기 손님은 일절 받지 않고 오로지 소개를 통해서만 손님들을 받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하는 것에는 단속의 위험을 어느 정도 예방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진상 손님은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이곳에서는 불법 성매매와 간접 성행위가 버젓이 일어난다.
나름 고급 업소라 일컬어지는 두 그 가게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밤의 세계를 즐길 줄 아는 여성들이 찾기 때문에 서비스 수준도 상당하다. 얼음을 입에 넣고 완전히 녹을 때까지 상대 파트너와 주고받기, 몸의 일부에 마요네즈를 발라놓고 빨아 먹기, 몸속에 숨겨 놓은 물건 찾기, 스트립 쇼 등 다양한 게임과 벌칙을 즐긴다. 어느 정도 호빠의 세계에 길들여진 고객들은 마시는 술의 양과 서비스 수위도 높아진다. 이곳에서 일하는 정예 멤버들의 수입은 상당하다고 한다. 한 달에 700만~800만 원은 쉽게 벌 수 있으며 팁 대박이 터지면 쟁반 위에 돈이 수북하게 쌓이기도 한다. 그런 ‘쟁반 대박’이 터지면 업계에서 에이스로 군림하며 선수들을 관리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가게 된다.
호스트들도 결국엔 남성이기에 초짜 시절 수려한 외모의 여성 고객에게 끓어오르는 열정을 느끼는 일도 다반사다. 그러나 고객이 요구하기도 전에 잠자리에 든다면 호빠 선수들에겐 치명타다. “고객님은 너무나 소중하다”거나 “함부로 하고 싶지 않다”는 멘트를 날려주며 여성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것이 장수 비결이다. 몸보다 마음을 사로잡는 자가 단골손님을 확보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호스트들이 선호하는 여성 고객 부류가 따로 있을까. 저자가 선호하는 1위 고객은 바로 안마업소 아가씨들. 그들은 어떤 유흥업소보다 하루에 벌어들이는 현찰이 많다. 따라서 일부 안마업소 아가씨들의 경우 현금을 거의 ‘뭉텅이’로 쓴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많은 돈을 뿌린다고 한다.
두 번째는 룸살롱 나가요 아가씨들이다. 그들 역시 만만치 않은 돈을 벌고 있으며 한번 놀기 시작하면 특별히 구애를 받지 않고 마음껏 팁을 날려대는 ‘기분파’ 고객들이다. 서비스만 잘한다면 서로의 입장을 잘 배려하며 진탕 끈적한 밤을 즐길 수 있는 나름 친근한 고객인 셈이다.
선호도 3위는 가정주부들이다. 사실 화류계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고 또 대부분 평범한 여성들이 많아 아무리 호기를 부린다고 해도 호스트들 입장에선 ‘애들 장난’ 수준인 경우도 있다. 거기다 외로운 부잣집 사모님의 환심만 살 수 있다면 스폰서를 잡는 행운을 만날 수도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하라는 대로 다 하겠다”거나 “돈이 필요하다”는 본심은 숨겨야 한다.
업계에서 통용되는 가장 확실한 멘트는 침대 위에서 통한다. 잠자리를 요구받았을 경우 “진심으로 당신을 제 여자로 만들고 싶어요. 호스트바 일을 접고 모델로 데뷔할 테니까 떳떳하게 만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줘요”라는 멘트는 누구에게나 통한다고 한다. 그런 호스트들에게 여성들은 남성들이 떳떳할 수 있게끔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
꽃밭에서 논다고? 가시밭 따로 없다
11월 24일 기자와 통화한 김 씨는 화려함 뒤에 감춰진 호스트업계 남성들의 아픔에 대해서 털어놨다. 그는 “가난한 무명모델로 활동하며 배우라는 꿈을 꾸어오던 찰나 여성들을 상대하는 직업이 뭐가 그렇게 어렵겠냐는 생각으로 이 바닥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법적 영업방식이 판치는 호스트업계에서 살아남는 일은 쉽지 않았다. 스트립쇼에 버금가는 댄스타임부터 목에서부터 술을 부은 후 상체를 타고 내려간 술을 배꼽 아래에서 받아 마셔야 하는 ‘배꼽주’ 신고식까지 각종 변태행위를 감내하는 일은 제아무리 남성이라도 힘든 일이었다. 만약 거절한다면 여성들의 폭력과 업소를 관리하는 남성들에게 매를 맞아야 했다.
그가 이러한 업소 문화를 감내해야 했던 이유는 배우나 모델의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김 씨는 다른 꿈을 꾸기도, 이제 와서 배우의 꿈을 다시 이루기도 어렵다고 판단하고 자신의 바를 오픈했다. 그는 “여성들에겐 각종 불법, 변태적 영업 방식이 아닌 건전한 유흥문화를 제공하고, 업소에서 일하는 호스트들에겐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며 “이번에 출간한 책이 화류계에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 그 뒤에 감춰진 남성 호스트들의 아픔 등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