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분기 국내 50대 그룹 총수 주식재산 증감률. 사진=한국CXO연구소
6일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2021년 1분기 국내 50대 그룹 총수 주식재산 변동 현황’을 보면, 조사 대상 53명의 그룹 총수 중 상장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41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올해 초 주식평가액은 올 초만 해도 75조 8183억 원이었는데, 3월 말 79조 1344억 원으로 3개월 사이 3조 3161억 원(4.4%) 이상 늘었다. 상장사 주식을 갖고 있는 41명의 그룹 총수 중 31명(75.6%)이 1분기에 주식재산이 불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분기 주식평가액 증가율 1위는 효성 조석래 명예회장이다. 조 명예회장은 효성그룹 계열사 중 효성첨단소재, 효성티앤씨 등 5곳 주식을 갖고 있다. 주식평가액은 올해 초 3886억 원 수준이었는데 3월 말 6937억 원으로 3050억 원 이상 늘었다.
지분가치가 크게 높아진 것은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5개 회사 주가가 모두 상승한 덕이다. 가장 큰 효자 주식종목은 ‘효성티앤씨’다. 이 종목에서 올해 초 754억 원이던 지분가치가 3월 말 2030억 원으로 1270억원 넘게 증가했다. ‘효성첨단소재’ 주식재산도 1046억 원(1월 초 688억 원→3월 말 1735억 원) 늘었다. ‘효성화학’, ‘효성중공업’, ‘효성’, 3곳에서 700억 원 이상 주식재산이 급증했다.
최근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분쟁에 승리한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은 같은 기간 3079억 원에서 5405억 원으로 주식재산이 75.5% 급증했다.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의 주식재산은 1154억 원에서 1815억 원으로 3개월 새 57.3% 늘엇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효성그룹 차기 총수로 확실시되는 조현준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올 초 7117억 원 수준에서 3월 말 1조1000억 원으로 54.6% 늘었다.
50대 그룹 총수 중 5명은 1분기에만 주식재산이 2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CGO) 28.7%(1조 7960억 원→2조 3109억 원),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24.5%(3963억 원→4932억 원), 이우현 OCI 부회장 23.4%(1184억 원→1460억 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22.4%(4조 9502억 원→6조 609억 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22.3%(3조 6716억 원→4조4907억 원) 등으로 주식평가액이 상승했다.
반면 셀트리온 그룹 총수인 서정진 명예회장은 주식 재산 하락율이 가장 가팔랐다. 올해 초 2조 5735억 원에서 2조 3133억 원으로 1분기에만 10.1% 내려앉았다. 서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 하락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재계 1위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주식재산은 조사 대상 50대 그룹 총수 중 하락 규모가 가장 컸다. 올 초 9조 5747억 원에서 3월 말 8조 9255억 원으로 6.8% 줄었다. 1분기에만 6490억 원 넘는 주식재산이 증발해 버린 셈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S, 삼성엔지니어링 5개 상장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평가액은 올 초 24조 7112억 원에서 3월 말 24조 2108억 원으로 3개월 사이 5000억 원 넘게 감소했다. 이 회장의 지분이 향후 유족들에게 어떻게 상속될지에 따라 각 유족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 규모 등이 결정됨은 물론, 향후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생명복지재단 이사장의 재산 수준도 달라질 수 있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최종 결정한 LG그룹의 구광모 회장 역시 올 초 2조 6677억 원 상당의 지분가치가 석 달 사이 2조 4887억 원으로 6.7% 감소했다. 박정원 두산 회장도 1225억 원에서 1148억 원으로 6.2% 줄었다.
이번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는 대기업집단 중 동일인에 해당하는 총수가 있는 50대 그룹이다. 50명의 총수와 함께 차기 총수로 유력한 현대차 정의선·효성 조현준 회장은 물론, 아직 지분 변동이 이뤄지지 않은 고 이건희 회장도 조사에 포함했다. 다만 고 이건희 회장의 주식가치는 개별 순위 등에서 제외했다. 보유 주식은 해당 총수가 직접 보유한 보통주 주식(우선주 제외)으로 한정했으며, 비상장사 등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등은 제외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