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에서 출하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송 차량. 사진=사진기자협회 제공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CMO) 중이고, 미국 노바백스와도 백신 관련 CMO 계약을 체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에서 생산 가능한 백신 물량은 연간 5억 도스 수준이다. 1도스는 1회 접종분으로 AZ와 노바백스 백신의 경우 1인 당 2회 접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2억 5000만 명에게 접종이 가능한 물량이다. 적지 않은 양이지만 글로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상황을 고려하면 수요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평가다.
수요는 충분하지만 실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스카이셀플루의 가격은 1도스 당 1만~1만 50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AZ 백신 생산량과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AZ 백신 1도스에 4달러(약 4500원) 수준으로 비교적 저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바백스의 백신은 AZ에 비해 가격대가 높아 매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월, 한국 정부는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생산되는 노바백스 백신 4000만 도스를 구입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판매 가격은 미정이지만 판매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평균 가격인 20달러(약 2만 2500원)로 추정 시에 8억 달러(약 9000억 원) 규모의 계약이 가능하다”며 “노바백스와 이익 분배 50%를 가정하면 2억 달러(약 2250억 원)의 영업이익 반영을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한편에선 현재로서는 코로나19 백신이 실적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자체가 올해 처음 나오는 것이기에 불확실성이 많다”며 “판매가는 계약하기 나름으로 각국마다 공급가격이 다 다르기에 지금 시점에서 실적을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한 관계자는 “독감 백신은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업체가 많지만 코로나19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니면 공급이 어렵다”며 “코로나19 백신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보건당국과도 협의했고, 꼭 실적을 위해서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AZ 백신(사진) 접종 후 혈전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수출 시장도 변수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AZ 백신 접종 후 혈전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은 연령에 따라 AZ 백신 접종을 제한하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조만간 안전성위원회 회의를 열어 AZ 백신과 관련한 권고를 내놓을 예정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미국 로이터 인터뷰에서 “AZ 백신이 미국 당국의 승인을 얻더라도 굳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미 충분한 물량의 백신이 있기에 논란이 있는 AZ 백신을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AZ 백신은 위험성보다 이익이 더 큰 것으로 판단한다”며 “AZ 백신 접종을 이어가는 것을 권고한다”고 전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CMO 계약을 맺은 노바백스 백신은 AZ 백신에 비하면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롭다. 노바백스는 지난 3월 영국에서 진행한 임상 3상 결과 코로나19에 대한 예방효과가 96.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영국발 변이에는 86.3%의 예방효과가 나타났고, 일반 코로나19와 영국발 변이의 전체 예방효율은 89.7%다. 노바백스는 4월 중에 EMA에 사용허가를 신청하고, 오는 7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원재료 부족 문제로 노바백스 백신 생산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노바백스는 유럽연합(EU)과 백신 공급 계약 체결을 연기했다. 원재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제조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3월 29일 “얀센, 모더나, 노바백스 백신의 2분기 물량 확보 및 조기 공급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 중에 있다”며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신속히 안내하고, 접종 시행 계획에도 추가 반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원재료 부족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의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이번 위탁생산 계약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한 제품을 노바백스 본사에 전달하고, 노바백스는 해당 제품을 다른 나라에 공급하는 구조”라며 “노바백스 입장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에 최우선적으로 원재료를 챙겨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적으로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지만 아직 임상 1상에 머물러 있어 당장은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앞서의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백신 관련 3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으로 임상 1~2상에서 가장 결과가 좋은 프로젝트로 임상 3상에 들어갈 것”이라며 “올해 안에 임상 3상을 진행하고, 2022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