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전 13승인 문학치프는 레이팅 1위를 달리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4월 6일 현재 한국마사회가 발표한 레이팅을 보면 ‘문학치프’가 140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138의 ‘청담도끼’, 3위는 137의 ‘티즈플랜’이다. 2019년 KRA컵 클래식에서 5마신 차 완승을 거둔 ‘돌콩’은 약 1년 6개월간의 공백 탓에 레이팅 132로 4위에 머물고 있다. 5위는 지난 4월 4일 경주에서 재기에 성공한 유일한 부산 마필 ‘블루치퍼’(130)다.
나머지 마필 중에서는 ‘어마어마(107)’가 눈에 띈다. 레이팅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만, 최근 1군 경주에서 4연승을 달리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고, 4세라는 쌩쌩한 나이를 무기로 겁 없이 달려든다면 안 될 것도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파전으로 본다. 마사회가 발표한 레이팅 순서 그대로다. 문학치프, 청담도끼, 티즈플랜 순으로 강하다고 본다. 세 마필 안에서 올해 1군 대상경주(단거리 제외) 우승마가 나올 것으로 예측한다. 세 마필 외의 나머지 도전세력들은 자력 우승이 쉽지 않다고 본다.
우승 후보 세 마필을 차례대로 살펴본다.
현재 대한민국 넘버원으로 평가받는 마필은 문학치프(6세·수)다. 지금까지 24전 13승을 거두며 21억 원이라는 엄청난 상금을 벌어들인 명마다. 대상경주 우승은 3회에 불과하지만, 2019년 코리아컵 최초의 한국 우승마 타이틀과 2019 그랑프리를 석권하며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지난 1월 29일 1년 만에 펼친 휴양 복귀전에서 티즈플랜을 6마신 차로 따돌리며 완승, 건재함을 과시했다. 출발은 좋지 못했다. 반 박자 늦게 게이트에서 나오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건너편 직선주로부터 선두로 나선 후 막판까지 탄력 넘치는 걸음으로 여유 있게 우승했다. 티즈플랜은 인코스 선입으로 최적 전개를 펼쳤으나, 이번에도 역부족을 드러내며 2위에 그쳤다.
두 달 후에 펼쳐진 직전 3월 경주에서는 순위가 뒤바뀌었다. 티즈플랜이 1위, 문학치프가 2위를 차지했다. 이전 경주에서 문학치프가 압승을 거뒀기 때문에 이번에도 쉽게 이길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의 결과였다. 레이스 전개상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이전 경주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문학치프가 중반에 선행을 치고 나가는 작전을 펼쳤으나, 경주 막판 뒤따라오던 티즈플랜이 역전에 성공했다.
경주가 끝난 후 장시간 분석한 결과 당일 컨디션과 부담중량이 패인이었던 것으로 결론 내렸다. 티즈플랜은 최상의 컨디션으로 출전한 반면, 문학치프는 이전보다 컨디션이 떨어진 상태였다. 3위를 차지한 브리가디어제너럴과의 차이가 1.25마신(0.3초)밖에 나지 않았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문학치프가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최소한 5마신 이상은 이겼을 것이다.
즉 티즈플랜이 잘 뛴 것이 아니고, 문학치프가 못 뛴 경주라는 결론이다. 또한 두 마필 간의 부담중량 차이가 3kg이었다. 이전 경주에서는 60kg의 동일한 부담중량이었고, 이번에는 티즈플랜의 부담중량이 3kg 줄었고, 그 영향이 분명히 작용했다고 본다. 따라서 두 마필이 정상적인 컨디션에 동일한 부담중량이라면 문학치프가 무조건 이길 것이다.
청담도끼. 사진=마사회 제공
두 번째로 강하게 평가되는 마필은 청담도끼(7세·거)다. 지금까지 32전 17승을 거두며 무려 25억 원을 벌어들인 명마 중의 명마다. 대상경주에서만 무려 8승을 거뒀는데, 문학치프와는 달리 그랑프리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이 옥에 티다. 얼마 전까지 레이팅 138로 당당히 1위를 달렸으나, 문학치프가 복귀전에서 압승을 거두며 137에서 140으로 상승한 탓에, 2위로 밀려났다.
작년 6월 헤럴드경제배에서 티즈플랜을 4마신 차로 따돌리며 완승을 거뒀고, 7월 YTN배에서는 무려 9마신 차로 티즈플랜을 완파하며 자타공인 최고의 경주마로 우뚝 섰다. 그런데 한 달 후에 펼쳐진 부산광역시장배에서 티즈플랜에게 1.5마신 차로 우승을 내주고 2위에 그치며 절정에서 내려온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두 번의 일반경주에서 60kg의 과도한 부담중량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는 우승을 거두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다만, 문학치프와 티즈플랜은 6세인 반면, 청담도끼는 7세라는 나이가 앞으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티즈플랜.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세 번째로 강하게 보는 티즈플랜(6세·수)은 ‘2인자’라는 느낌이 강하게 남아있다. 분명 출중한 능력을 지닌 명마이긴 하나, 앞서 소개한 두 마필과 비교한다면 한 뼘 정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대상경주 우승도 부산광역시장배 딱 한 번이고, 지금까지 벌어들인 총상금도 10억 원으로 앞의 두 말에 비해 절반에 그친다.
위의 두 마필에 비해 능력은 살짝 떨어지지만, 장점도 분명히 지니고 있다. 일단 스타트가 항상 좋다. 문학치프나 청담도끼는 가끔 출발이 늦을 때가 있는데, 티즈플랜은 매번 빠른 출발을 한다. 또한 기수의 유도에 아주 잘 따른다. 물론 빅투아르 기수의 기승술이 워낙 좋기도 하지만, 기수가 하자는 대로 잘 따르는 것은 승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경주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임기응변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위의 세 마필에 도전하는 나머지 마필들을 살펴본다.
2019년 10월 KRA컵 클래식에서 청담도끼와 문학치프를 꺾으며 우승한 돌콩(7세·수)은 그해 11월 종자골 골절로 인해 지금까지 경주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5일 주행심사를 통과하며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비록 주행심사이긴 하나 예전의 탄력을 보이지 못한 채 1분 02초 9의 기록으로 7위로 통과하며 안타까움마저 들었다. 워낙 뛰어난 명마였기에 실전에서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7세라는 나이와 질병 후유증 때문에 예전 모습을 기대하긴 어렵다.
레이팅 130으로 5위에 랭크된 블루치퍼(6세·거)는 지난 경주에서 우승하며 재기에 성공했지만, 경주거리가 1400m였고, 편성도 썩 강하지 않았다. 또한 막판 여력도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다. 2019년 코리아스프린트에서 우승할 정도로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단거리에 특화된 마필이란 점에서 역시 어려울 전망이다.
신예 최강자로 급부상한 어마어마는 지금까지 보여준 능력은 말 이름 그대로 어마어마하다. 나이도 어리고 최근에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장거리 경험이 전혀 없고 혈통적으로 모계 쪽 거리 적성이 짧다는 점에서 장거리 대상경주는 어려울 전망이다. 마주협회장배(1200m)나 국제신문배(1200m) 같은 단거리 대상경주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경마에 절대는 없다. 그러나 객관적인 전력을 통해 예측은 할 수 있다. 여러 차례 경주 동영상을 돌려보고, 그동안의 경주력과 혈통을 분석해본 결과 앞서 소개한 세 마필의 전력이 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랑프리나 KRA컵 클래식 같은 규모가 큰 대상경주일수록 세 마필 안에서 우승마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