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의 일반 공모 청약 마감일인 3월 10일 오전 서울 중구 NH투자증권 명동점에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3월 30일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SK디스커버리LS지회가 출범했다. SK 케미칼·바이오사이언스·플라즈마 생산직을 통합한 노조다. 이정배 지회장, 서민승 수석부지회장, 이상열 부지회장, 박재호 사무장, 이준검·홍성용 회계감사 등이 초대 임원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2년. 조직, 노안, 교선, 정책, 문체, 후생, 여성 등 각각의 노조 업무를 총괄하는 부장단도 뽑았다. 이 밖에 사측에 요구할 기본협약 요구안을 통과시켰다.
SK디스커버리LS지회는 1호 소식지를 통해 “그동안 쌓였던 분노로 가입신청서가 순식간에 쌓였다”며 “이미 대세가 됐고, 전원 가입을 이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로운 노조 설립으로 기존 LS 노조는 제1 노조 지위를 뺏길 위기에 놓였다. 조합원의 80% 이상이 LS 노조를 탈퇴하고 SK디스커버리LS지회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복수 노조체제가 된 셈이다. 향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을 개별로 할지, 통합으로 진행될지는 노조 간 협의 사항이다.
SK디스커버리는 지주회사로서 SK케미칼, SK플라즈마, SK가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손자회사로는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있다. SK케미칼의 사업은 GC(Green Chemical)와 LS(Life Science)로 나뉜다. GC는 친환경 소재를, LS는 제약·바이오를 맡고 있다. SK케미칼 LS는 2015년 혈액제제 사업을 분사해 SK플라즈마로, 2018년에는 백신사업 부문을 분사해 SK바이오사이언스로 따로 설립돼 나온다. 당시 분사할 때 별도로 노조를 분리하진 않았다. LS 노조위원장이 통합해서 업무를 봐왔다.
새 노조 출범 배경으로 기존 노조에 대한 불신이 컸다는 지적이다.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 임직원도 아닌 LS 노조 간부들에게 우리사주를 지급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해 말 SK케미칼 소속이었던 LS 노조 위원장과 LS 노조 사무국장이 SK바이오사이언스까지 겸직으로 등록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우리사주를 노조위원장과 사무국장에게 각각 1만 5000주, 8000주를 지급했다.
SK케미칼 한 직원은 “논란이 일자 LS 노조위원장이 대의원들만 따로 불러 불법은 아니라고 해명했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3월 18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를 형성한 이후 다시 상한가)’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코스피 시장에 입성했다. 주가는 공모가 6만 5000원 대비 160% 오른 16만 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단숨에 28위로 올라섰고, 1주당 평가차익은 10만 4000원에 달했다.
주가가 유지된다면 우리사주와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 임직원은 평균 7억 원을 웃도는 평가차익을 거둘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우리사주조합에는 총 배정물량의 19.57%인 449만 400주가 배정됐다. 우리사주 청약에 참여한 조합원은 600여 명으로 알려졌다.
우리사주 청약 조합원을 600명으로 계산하면 1인당 평균 7150주를 배정받는다. 보호예수 기간 1년이 지나면 매도할 수 있다. 안재용 대표를 포함해 임원 4명에게는 총 54만 6270주의 스톡옵션이 부여됐다. 이들은 올해 12월 12일부터 2028년 12월 11일까지 주당 9154원에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 사진=연합뉴스
특히 노조 간부들이 연봉 체계 변경에 동의해주면서 등을 돌린 조합원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 ‘2021년 임금 및 임단협’이 타결됐다. 이번 임단협의 핵심 내용은 올해부터 SK케미칼·바사·플라즈마에 ‘밴드’라는 새로운 급여체계를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밴드 도입으로 기존의 2~4급이 하나의 직급으로 통합된다. 일부 직원들은 밴드 도입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임금상승률이 낮아질 것을 우려했다. 반면 사측은 직급 통합으로 승진 기간이 1년 단축돼 이익이라는 입장이다.
SK케미칼 다른 직원은 ”임단협을 타결할 당시 노조에서 투표도 하지 않았고, 전사 게시판에도 올라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유경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현행 노조법상 노조위원장이 임단협을 타결했다면 위법한 건 아니”라면서도 “조합원에게 설명과 의사를 묻지 않고 진행한 건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조합원 처우에 불합리하게 작용하도록 임단협을 타결한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이 가능하다는 판례도 있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