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들턴이 대학시절 ‘시스루 원피스’를 입고 자선 패션쇼 무대에 선 모습. |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윌리엄이 미들턴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도 그녀의 ‘인내심’이었다. 윌리엄은 8년 넘게 친구와 연인 사이를 넘나들면서 몇 차례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고, 또 잠깐씩 자신이 한눈을 팔면서 속을 썩일 때에도 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자신을 기다려준 미들턴의 마음에 감동했던 것이다. 실제로 지난 8년 동안 윌리엄 왕자의 애매한 태도 때문에 생긴 미들턴의 별명은 ‘기다리기만 하는 케이트’라는 뜻의 ‘웨이티 케이티(waity katie)’였다.
둘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1년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세인트앤드류스대학에서였다. 당시 윌리엄은 미술사를, 그리고 미들턴은 역사학 공부를 막 시작한 새내기였다. 대학교 기숙사에서 처음 미들턴과 마주친 윌리엄은 그녀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서로 복도에서 마주치면 눈인사만 주고받을 뿐 서로 적극적으로 다가서지는 않았다.
미들턴은 다른 여학생들과 달리 복도에서 윌리엄과 마주치면 수줍어하면서 서둘러 자리를 피하기 일쑤였고, 윌리엄은 그녀의 이런 점을 좋아했다. ITV와의 인터뷰에서 미들턴은 “처음 윌리엄을 만났을 때 얼굴이 빨개져서는 허둥지둥 도망쳤다. 그를 마주본다는 게 너무 부끄러웠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둘은 점차 친한 친구 사이가 되어 갔다. 무엇보다도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았다. 둘 다 스키, 수영 등 운동을 좋아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 1년 동안 세계 각지를 돌면서 여행을 다녔다는 점도 비슷했다.
윌리엄과 함께 역사학 수업을 수강했던 미들턴은 윌리엄이 부득이하게 결석을 할 때면 빠지지 않고 강의 내용을 노트에 정리해서 챙겨주었으며, 거의 매일 아침마다 함께 수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둘은 그저 친구일 뿐 데이트를 하는 연인 사이는 아니었다. 1학기를 마친 후 윌리엄이 학교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중퇴할 것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에도 미들턴은 곁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학교를 포기하지 않도록 윌리엄을 끝까지 설득했다. 이와 함께 윌리엄은 교수와 부모의 조언을 듣고 지리학으로 전과를 하는 쪽으로 마음을 잡았다.
다행히 윌리엄은 그 후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다. 그리고 마침내 운명의 밤은 다가왔다. 2002년 3월, 자선 패션쇼가 열리던 날 윌리엄은 검정 속옷이 훤히 비치는 시스루 원피스를 입고 무대 올라선 미들턴의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당시 첫 번째 줄에 앉아 있었던 윌리엄은 옆자리의 친구에게 “와! 케이트 섹시한데!”라고 속삭였고, 마침내 패션쇼가 끝난 후 벌어진 파티에서 처음으로 미들턴에게 키스를 시도했다. 당시 미들턴이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거절하긴 했지만 이때부터 윌리엄의 마음은 이미 미들턴에게 향해 있었다. 이런 까닭에 사람들은 만일 그날 밤 미들턴이 그 시스루 원피스를 입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금의 둘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곤 한다. 그만큼 그 원피스는 둘을 이어주는 데 중요했다.
▲ 영국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이 지난 16일 런던에서 결혼 계획을 발표했다. EPA/연합뉴스 |
하지만 2학년이 끝나갈 무렵 둘 사이에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21번째 생일을 즈음해서 윌리엄의 관심은 다른 여성에게로 쏠려 있는 듯 보였다. 윌리엄의 마음을 빼앗은 장본인은 환경운동가인 이안 크레이그의 딸이자 16세 때 케냐에서 처음 만났던 동갑내기 제카 크레이그였다. 고교 졸업 후 몇 주 동안 크레이그 가족 소유의 케냐 보호림에 머물렀던 윌리엄은 그곳에서 아프리카의 대자연뿐만 아니라 제카에게도 마음을 홀딱 빼앗겼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은 2학년 여름 방학 때 다시 찾은 케냐에서 불타올랐고, 결국 둘이 케냐에서 장난삼아 약혼식을 올렸다는 소문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윌리엄은 이 사실을 극구 부인했고, 제카 역시 당황해하면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런 소문을 뒤로 한 채 여름이 끝날 때쯤 윌리엄과 케이트의 사이는 다시 가까워졌다. 둘이 연인 사이라는 것을 확인시키는 첫 번째 사진은 2004년 1월 왕족들이 즐겨 찾는 스위스의 ‘클로스터’ 리조트에서 다정하게 스키를 탈 때 찍힌 사진이었다. 당시 윌리엄은 미들턴의 어깨를 팔로 감싸면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사진을 보도한 <더선>은 “윌리엄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로써 그동안 참아 왔던 둑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왕실의 부탁으로 윌리엄의 사생활에 대해 보도하길 자제하던 언론들은 윌리엄 옆에 서 있던 갈색머리의 예쁘장한 여학생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서 혈안이 됐다.
하지만 둘의 사이는 2004년 여름 다시 한번 위기를 맞게 된다. 친구들에게 ‘갑갑하다’며 밀실공포증을 호소한 윌리엄이 자꾸 클럽과 바를 돌아다니면서 다른 여자들에게 한눈을 팔기 시작한 것이다. 이윽고 그는 3학년 여름 남자친구들끼리 그리스로 휴가여행을 떠나면서 미들턴과 잠시 결별을 선언했다. 당시 윌리엄은 하루가 멀다 하고 술에 취해 돌아다녔고, 매일 밤 방탕한 파티를 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당시 윌리엄은 테네시주에 대농장을 소유한 미국 여성인 애나 슬로안, 그리고 은행 재벌의 딸인 이사벨라 안스트루터-가우-캘트로페 등과 만나 데이트를 즐겼다. 하지만 둘 모두 진지한 관계로는 발전하지 않았다.
결국 이런 방황도 잠시였고, 윌리엄은 그해 가을 다시 미들턴과 재결합했다. 졸업 후에도 둘은 계속 연인 사이를 유지했고, 함께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휴가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2006년 1월 윌리엄이 샌드허스트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기 직전에 떠난 스키 휴가 때에는 파파라치 앞에서 보란 듯이 키스를 하면서 둘 사이를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또 한번의 고비가 찾아온 것이다. 2006년 말, 윌리엄은 다시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했다. 미들턴과의 관계를 재고하기 시작한 그는 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심각하게 의논을 했다. 가장 큰 부담은 너무 앞서가는 언론이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결혼을 발표할 것처럼 기대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미들턴의 25세 생일에 윌리엄이 청혼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지만 그날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잔뜩 기대를 하고 미들턴의 집 앞을 지키던 파파라치도, 그리고 혹시나 했던 미들턴도 모두 실망하긴 마찬가지였다. 윌리엄은 미들턴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게 됐다”면서 사과했고, 미들턴은 처음으로 외로움을 느끼고 화가 치밀었다.
당시 군복무 중이던 윌리엄이 휴가를 나와서도 자신을 만나기보다는 클럽을 드나들면서 술을 마시거나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자 둘은 서로 합의 아래 헤어지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 미들턴에게서 이별의 아픔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느 때보다 씩씩하고 당당했으며, 친구들과 어울려 파티를 하거나 운동을 즐겼다. 당시 그녀가 윌리엄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네가 뭘 놓쳤는지 봐!” 하지만 이런 헤어짐도 얼마 가지 못했다. 둘은 자연스럽게 다시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고, 결국 몇 개월 안 가 뜨거운 사이가 됐다. 이렇게 다시 만난 둘은 그 후에도 한동안 데이트만 즐기면서 결혼 소식을 기다리는 영국인들의 애를 태웠다.
그리고 얼마 전 마침내 결혼 발표를 하면서 기나긴 기다림은 끝났지만 이제 사람들은 또 다른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혹시 미들턴이 다이애나의 불운했던 삶을 대물림 받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이런 걱정을 하고 있는 윌리엄은 미들턴이 자신의 어머니처럼 왕실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로움에 시달리거나 우울증에 걸리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배려 덕분에 미들턴은 결혼 전부터 복잡한 왕실 예절과 의전 수업 외에도 외로움과 고독을 극복할 수 있도록 별도의 카운슬링을 받고 있다. 또한 파파라치를 대하는 법과 지나친 언론의 관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도 철저하게 교육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염려가 기우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우선 미들턴은 성격부터 다이애나와 다르다고 말한다. 활달하고 씩씩한 성격인 데다 오래 전부터 윌리엄 가족들과 어울리면서 왕실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나이가 무려 13세나 차이나는 까닭에 공통점이 많지 않았던 찰스와 다이애나와 달리 둘은 동갑내기에 대학 동창으로 시작했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미들턴은 영국 왕실 최초로 대학을 졸업한 왕비가 되며, 수동적인 왕비가 아닌 윌리엄 곁에서 함께 고민하고 의논하는 적극적인 왕비의 역할을 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과연 둘의 결혼이 ‘왕자님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는 아름다운 동화로 끝날지, 아니면 13년 전 다이애나비의 비극적인 데자뷰로 끝날지에 쏠려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 약혼 기념 머그컵과 반지. |
화려한 결혼 이모저모
예식비 720억 ‘다이애나 10배’
지난 16일 런던 세인트 제임스궁에서 결혼발표를 하는 윌리엄 왕자 곁에 서있던 미들턴의 모습은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이날 무엇보다도 그녀를 가장 돋보이게 한 것은 그녀의 손가락에서 빛나고 있던 다이애나의 반지였다.
29년 전 찰스가 다이애나에게 청혼하면서 끼어줬던 이 반지는 유명 보석상인 ‘개러드’가 제작한 것으로 다이아몬드 14개가 사파이어를 둘러싸고 있다. 찰스가 2만 8000파운드(약 5000만 원)에 구입한 이 반지의 가치는 현재 8만 5700파운드(약 1억 5000만 원) 정도로 알려졌다.
한편 영국 왕실은 매우 이례적인 방법으로 결혼을 발표해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먼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페이스북과 7만 6800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는 왕실의 공식 트위터(@British-Monarchy)를 통해 결혼사실을 발표한 것이다.
윌리엄과 미들턴의 결혼식은 내년 4월 29일에 치러진다. 장소는 둘이 직접 선택한 웨스트민스터 성당. 이곳은 1947년 엘리자베스 여왕이 결혼식을 올린 곳이자 1997년 다이애나의 장례식을 치렀던 곳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 결혼식 비용은 4000만 파운드(약 720억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1981년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치러졌던 찰스와 다이애나 결혼식의 400만 파운드(약 72억 원), 그리고 2005년 윈저 시청 대강당에서 치러졌던 찰스와 카밀라 재혼식의 500만 파운드(약 90억 원)에 비해 8~10배 정도 많은 액수다.
경기불황으로 허덕이는 영국 경제를 감안해서 지나치게 화려한 결혼식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오히려 왕실의 결혼식을 통해 경제부양효과를 노릴 수 있다며 반기는 사람도 많다.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이번 결혼으로 10억 파운드(약 1조 8000억 원)의 경제효과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영국은 ‘미들턴 따라입기’ 유행
평소 여성스럽게 하늘하늘한 저지나 실크 원피스를 즐겨 입는 미들턴의 스타일은 이미 영국 여성들 사이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다. ‘미들턴처럼 입기’가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그녀의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은 앞으로 더욱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눈에 띄는 화려한 스타일보다는 평범한 스타일을 즐기는 그녀는 대학 시절부터 청바지에 부츠를 신거나 캐시미어 니트를 즐겨 입었다. 또한 저렴한 브랜드인 ‘톱숍’이나 ‘프렌치 커넥션’ 등을 좋아하는 까닭에 누구나 쉽게 그녀의 스타일을 흉내 낼 수 있었고, 덕분에 그녀가 입은 옷은 며칠 안 가 매장에서 품절되곤 했다.
가령 25세 생일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 집을 나설 때 입었던 ‘톱숍’의 40파운드(약 7만 원) 원피스는 금세 동이 났으며, 지난해 윌리엄의 폴로 게임을 관람할 때 입었던 ‘프렌치 커넥션’의 25파운드(약 4만 5000원)짜리 프린트 블라우스 역시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이밖에도 그녀가 즐겨 입는 브랜드는 브라질 출신의 디자이너인 다니엘라 헬라옐의 브랜드인 ‘이사(Issa)’다. ‘이사’는 마돈나, 샤론 스톤 등도 즐겨 입는 브랜드로 몸매가 드러나는 저지 원단을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들턴이 결혼 발표를 하던 날 입은 푸른색 원피스 역시 ‘이사’의 것이었으며, 가격은 349파운드(약 63만 원)였다. 이 원피스는 손가락에 끼고 있던 사파이어 반지와 조화를 잘 이룬 데다 특히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고, 가슴 부분은 깊게 파여서 섹시하면서도 우아한 모습을 선보였다며 극찬을 받았다. 현재 이 원피스를 모방한 옷들 역시 홈쇼핑이나 옷가게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따라서 과연 그녀가 결혼식 때 어느 디자이너를 선택할지도 사람의 관심사다. 미들턴이 좋아하는 ‘이사’는 너무 섹시해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되며, 가능한 영국 디자이너 가운데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