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중앙에 추모의 의미로 동백꽃을 달고 뛴 주민규는 골을 넣은 직후에도 묵념 세러모니를 펼쳐 보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는 7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강원 FC와의 홈경기를 펼쳤다. 제주 구단은 이번 경기에서 연고지 제주의 아픔인 4·3사건을 기리는 다양한 의식을 진행했다.
이날 제주와 강원의 경기에서는 경기 전부터 특별한 의식으로 시작했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기 전, 양팀 선수들이 모여 잠시간의 묵념으로 4·3사건 희생자를 추모했다.
경기에 앞서 제주 구단은 ‘4.3사건에 공감한다’며 동백꽃 문양의 패치가 부착된 마스크를 준비했다. 홈경기장을 찾는 팬들에게 마스크를 제공한 것이다.
선수들의 유니폼과 남기일 감독의 정장에도 동백꽃이 피었다. 7일 홈경기에서도 선수들의 유니폼과 남기일감독은 가슴에 동백꽃 패치를 달고 뛰었다. 과거부터 제주는 4월을 전후로 훈련 중에도 동백꽃 패치를 달기도 했다.
다수의 민간인 피해자가 발생한 4·3사건 추모는 경기 중에도 이어졌다. 후반 8분 경기를 리드하는 골을 넣은 공격수 주민규는 골망을 흔든 직후 기뻐할 틈도 없이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 4·3사건을 추모하는 묵념 세러모니였다. 골의 주인공 주민규 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동참했다.
정장에 동백꽃을 달고 경기에 나선 남기일 감독은 “선수들에게 특별한 세러모니를 주문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날의 특별한 세러모니는 남기일 감독의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 감독은 “2경기 연속골을 넣은 주민규의 컨디션이 좋다”면서 “추모 세러모니는 내가 선수들에게 제안했다. 홈에서 제주 4·3사건을 추모할 수 있어서 뜻깊은 순간이었다”는 말을 남겼다.
뜻깊은 경기를 펼친 제주이지만 승점 3점 획득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주민규의 선제골로 앞서나갔지만 후반 17분 김대원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지난 경기 패배에 이어 연패를 끊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