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신임 부산시장이 당선이 확정된 4월 7일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환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이변은 없었다. 선거 전에 나온 모든 예측과 여론조사 결과들이 모두 적중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의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초반에는 가덕도신공항이 주된 이슈였다. 특별법을 만드는 등 신공항 이슈를 선점하고 드리블해 나간 것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었다. 비록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문 사건으로 인해 치러지는 보궐선거이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여당에 승산이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러다가 온 국민을 좌절에 빠뜨린 LH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이 허탈감에서 분노로 바뀔 즈음,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전세금 기습 인상 논란까지 눈 위의 서리처럼 차갑게 내렸다. 그러자 “‘LH상조’가 부산에서 향냄새를 피우게 만든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여권 지지자 가운데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요인들은 어느새 부산시장 선거 판도를 서울시장 선거와 마찬가지로 ‘정권심판론’ 대 ‘후보심판론’으로 만들었다. 이후 여당 측에서 박형준 후보에 대한 개인비리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며 날선 공세를 퍼부었으나, 이미 커질 대로 커져버린 ‘정권심판론’을 누르기에는 모두 역부족이었다.
이 같은 선거구도 속에서 박형준 후보는 여유 있게 승리를 따냈다. 김영춘 후보는 ‘참패’라고 해도 모자랄 만큼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최종 스코어는 62.67:34.42(%).
박형준 후보는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4월 7일 오후 11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 시민 여러분이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이번 선거로 표출된 민심에 따라 국정을 대전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엘시티 처분 의사도 함께 밝혔다. 박 후보는 “엘시티를 적절한 시점에 처리하겠다. 남는 수익이 있다면 공익을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에게 제기된 논란을 조기에 종식시키고, 재선으로 향하는 행보에 놓인 걸림돌을 미리 제거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자신의 이름 뒤에 붙는 수식어를 시장으로 바꾸며 부산시청 7층 시장 집무실에 당당하게 입성하는 박형준 시장은 8일부터 곧바로 업무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8시 30분에 충렬사를 참배하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11시에 당선증을 받은 뒤, 11시 30분 온라인으로 취임식을 가진다.
박형준 신임 시장을 맞은 부산시는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했다. 1년 가까이 시장이 공석이던 비정상적인 상황이 끝나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고무된 모습이다. 부산시 한 고위 간부는 “시에는 결국 시장이 있어야 된다. 제대로 된 선장이 있어야만 배가 항로를 정확하게 잡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시장이 취임과 동시에 곧바로 재선 모드에 돌입해야 한다는 점은 우려가 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는 누가 시장이 되더라도 피할 수가 없는 정치공학적으로 당연한 흐름이어서, 이를 신임 시장 취임의 불안요소로 보기에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