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성화 봉송이 3월 25일 후쿠시마현에서 시작됐다. 성화를 치켜든 전 일본 여자축구 대표 이와시미즈 아즈사. 사진=신화/연합뉴스
결국 해외 관중 없이 치른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행사에 해외 관중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관중도 절반으로 제한하는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간사이대학 명예교수 미야모토 가쓰히로는 “해외 관중을 받지 않고 관중을 50%로 제한했을 때 경제적 손실은 1조 6258억 엔(약 16조 53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그는 “감염 확대의 위기나 검역대책의 어려움, 의료현장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어쩔 수 없는 조치이긴 하나, 이 영향은 올림픽 이후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관광청 집계에 의하면 “방일 외국인의 60% 이상은 재방문자”라고 한다. 미야모토 교수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을 처음 방문하는 관광객 중 절반 이상이 다시 한 번 일본을 찾으리라 기대했지만, 그 기회마저도 상실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염려되는 것은 올림픽 개최 기간과 코로나 감염 확대 시기가 겹칠 위험이다. 의료정책연구소의 가미 마사히로 이사장은 “영국발,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등 변이바이러스 확산으로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우려했다.
감염 확대에는 계절적 요인도 영향을 끼친다. 가령 작년 8월과 올해 1월 세계 각국의 코로나 감염자 수는 최대치를 찍었는데, 대략 2~3개월 전부터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데이터에 비춰 보면, 최근 다시 감염 증가세로 돌아선 도쿄는 6~8월에 걸쳐 감염자 수가 정점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공교롭게도 도쿄올림픽 기간(7월 23~8월 8일)과 맞물린다.
4월부터 일반인 대상 백신 접종이 본격화될 예정이지만, 사태가 진정될지는 불투명하다. “전염력이 강한 변이바이러스가 백신 면역 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미 변이바이러스 전파가 확인된 일본의 경우 백신 효과가 신통치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악의 경우 “긴급사태 선언 하에 올림픽이 개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연히 경제적 손실은 한층 더 커진다. 민간 싱크탱크의 이코노미스트는 “무관중으로 올림픽을 개최하면 TV와 하드디스크레코더 등 내구소비재 매매 수요가 4000억 엔(약 4조 800억 원)정도 발생하는 한편, 관광 특수는 제로(0)가 되므로 2조 4000억 엔(약 24조 5000억 원)의 경제파급 효과가 상실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긴급사태 선언이 한 달간 지속되면 GDP(국내총생산)는 1.5조 엔 감소한다. 두 달이면 두 배다. 이코노미스트는 “무사히 올림픽을 치를 경우, 이후 인바운드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지만, 실패하면 일본의 경기회복은 더욱 늦어지게 된다”고 소견을 밝혔다.
‘성화 봉송 중지’와 ‘도쿄올림픽 취소’를 외치는 일본의 시위대. 사진=EPA/연합뉴스
스포츠 평론가 다마키 마사유키는 “유관중으로 개최한다 해도 올림픽 역사에 오점을 남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발표한 ‘올림픽 관전 룰북’에는 함성이나 응원가 등 감염 위험이 높은 응원을 금지하고 있다. 고요함 속에 치러지는, 유례없는 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아무래도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용한 경기장의 모습이 과연 얼마나 시청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다마키 평론가는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는 경기 수가 사상 최저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배경 중 하나는 “선수들이 제대로 컨디션 관리를 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다마키 평론가는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선수 1만 1000명, 코치 등 관계자 5만 명의 외국인에게 대회 ID카드를 발급하겠다고 하는데, 그것만으로는 너무 적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과거 미국 육상스타 칼 루이스는 30명 이상의 스태프들을 데리고 다니며 경기에 참가했었다. 한 선수 당 서너 명의 스태프만 동행해야 한다면 레슬링 선수는 스파링 파트너를 구할 수 없고, 승마경기에서는 말을 관리할 스태프도 보충하기 힘들다. 다마키 평론가는 “유일하게 만전의 컨디션으로 대회에 임할 수 있는 것은 일본 선수들뿐”이라며 “그런 불공평한 대회에서 메달을 경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의료인력 부족도 문제다. 이미 일본 의사회는 “확진자 증가가 거세지는 가운데 외국인 환자까지 받아들일 만큼 의료체계가 탄탄하지 못하다”며 의료붕괴 가능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도쿄도는 병상 가동률이 80%를 넘은 1월을 기해 1000개 이상의 병상을 확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외 감염자 수용 체계가 갖춰진 병원은 그리 많지 않다. 이와 관련, 다마키 평론가는 “만일 해외 선수나 관계자에게 ‘일본형’ 코로나 감염이 확산될 경우 상상조차 하기 힘든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경계를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4일에 한번 비율로 대회 관계자들의 코로나19 진단(PCR)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새로운 변이바이러스를 검출하려면 바이러스 게놈(유전체) 배열을 해석하는 ‘시퀀스’ 작업이 필수다. 다마키 평론가는 “일본의 시퀀스 검사 능력은 일주일에 800건 정도로 취약하다”며 “기존보다 감염력이 강력한 새로운 변이바이러스가 등장한다면 의료붕괴는 사실상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도쿄올림픽은 불안요소가 켜켜이 쌓여 있다. 다마키 평론가는 “다만, 그 안에서 의미 있는 대회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나라별 메달 수 등은 따지지 않고, 경이로운 육체와 기술을 지닌 정상급 선수들의 축제를 순수하게 즐기는 대회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그동안 올림픽을 두고 “상업주의에 물들고 정치색이 짙어졌다”는 비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다마키 평론가는 “도쿄올림픽이 새로운 형태의 올림픽을 제시함으로써 ‘올림픽이란 무엇인가’ 그 의의를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도쿄올림픽 출전 포기 선수 속출할 수도 지난 3월 13일,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은 투어대회 및 빽빽한 스케줄을 이유로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미국 남자농구대표팀은 ‘드림팀’으로 참가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코로나의 영향으로 NBA 시즌 개막이 늦어지면서 일정 변동이 생겼다. 만일 플레이오프가 올림픽 기간과 겹칠 경우 정상급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는 어려워진다. 한편 북한은 4월 6일 “코로나 위기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