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웰크론한텍이 서울주택도시공사 지원시설 용지(울타리 안쪽)에 건축 자재와 쓰레기를 쌓아놓고 작업하고 있다. 사진=김창의 기자
[일요신문] 건설사가 서울시 서울식물원 인근 지원시설 용지에 건축 자재를 쌓아놓고 공사를 두 달 넘게 진행했지만 해당 부지를 소유, 관리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이 사실을 몇 달간 인지하지도 못했다. 시민의 재산인 서울시 산하기관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한 업체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공사의 관리도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식물원과 맞닿아있는 서울 강서구 마곡 중앙 12로 인근은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지원시설 용지다. 이곳은 지난해만 해도 꽃을 심어 서울식물원 방문객과 인근을 산책하는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그런데 (주)정원씨앤에스 마곡 사옥을 신축하는 건설회사 (주)웰크론한텍은 이 부지에 건축 자재와 쓰레기 등을 무단으로 쌓아놓고 작업했다. 부지에는 울타리도 쳐져 있지만 (주)웰크론한텍은 아랑곳하지 않고 안쪽에 쓰레기 분리수거 틀까지 놓고 쓰레기와 폐기물을 쌓아뒀다. 인근 시민들은 자재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쌓여있었다고 주장한다.
현장 작업자에게 해당 부지와 관련한 사용 허가나 협약이 있었는지 묻자 작업자는 “얘기가 된 거로 알고 있다”고 했다가 기자임을 밝히자 “허가는 없었고 SH가 자재를 치우라고 해서 치우는 중이다. 곧 정리된다”고 답했다.
4월 2일 서울주택도시공사에 해당 용지에 건축 자재와 쓰레기가 적치된 이유를 묻자 공사 홍보부 측은 “우리가 관리하는 땅이 아니다. 서울식물원에 인계한 땅”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식물원이 이를 부인하자 이후 “확인해 보니 우리가 관리하는 땅이 맞다”고 말을 바꿨다. 공사 홍보부 직원은 “기자가 처음 장소를 정확히 설명하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고 기자 탓을 하기도 했다.
언제부터 자재가 쌓여있었냐는 물음에 공사는 “얼마 안 된 걸로 추정한다”고 했다. “민원이 3월 25일에 접수돼 30일에 업체에 처리를 통보했으니 며칠 안 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 하지만 본지가 직접 만난 건설업체 현장소장은 “2개월 정도 됐다”고 시인했다.
현장소장은 “주변 공사들이 마감돼 자재를 둘 곳이 없었다. 부지가 협소하다 보니 차량을 이용해 작업할 경우 도로를 온종일 막아야 해서 통행을 방해할까봐 부득이하게 해당 부지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주)웰크론한텍 본사 측도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공공 부지를 사기업이 무단으로 점유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두 달 넘게 일어나는 동안 이를 파악하지도 못한 서울주택도시공사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곡 지구를 관리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 마곡사업부는 “3월 22일 인근을 지나가다 자재를 처음 확인했다. 어느 업체 자재인지 확인해 치우라고 지시하던 중 25일에 민원이 접수됐다. 30일 업체에 통보해 업체로부터 4월 4일까지 치우겠다고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자재를 쌓아둔 곳이 공사 현장 바로 앞인 데다 2일에도 수시로 작업자들이 자재와 쓰레기를 가져다 놓고 있어 어느 업체인지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답변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게다가 서울주택도시공사 마곡 도시개발사업 현장사무실은 공사 현장에서 직선거리로 46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도보로는 6분 거리에 불과하다.
공사 마곡사업부 측은 “마곡 지역이 110만 평이다. 나대지를 전담으로 관리하는 인력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인접한 공사 현장을 담당하는 직원이 주변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 “3월 22일 해당 장소를 발견하고 얼마 안 됐다고 생각했지만 두 달 전부터 이런 일이 있었다면 오래도록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점은 잘못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공사 홍보부는 “마곡사업부가 마곡지구 전체를 관할하다 보니 세세하게 모든 현장을 살펴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지원시설 용지에 자재가 있어도 남의 자재를 우리 마음대로 치우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