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미니 대선전의 최종 승자에 오름에 따라 서울시 공무원들도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1년간 40조 원의 슈퍼 예산을 다루는 서울시 수장이 10년 만에 보수진영 인사로 바뀐 만큼, 큰 폭의 인사와 조직 개편이 불가피해서다. 앞서 서울시장 재임 때인 2007년 현장시정추진단을 띄웠던 그는 부서별 3% 내외의 퇴출 후보를 추려낸 바 있다.
특히 정부여당과 결을 가장 달리하는 부동산 정책 관할 부서 공무원들은 노심초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서울시 한 공무원은 4월 재보궐선거 개표 마감 직후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4월 8일 오전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그간 서울시 부동산 정책 등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오세훈 당선 버전’과 ‘박영선 당선 버전’ 등의 두 가지 사업 계획서를 만들어 포스트 박원순 체제에 대비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기획조정실을 중심으로 6실 5본부 10국 별로 차기 서울시장 업무 보고안을 마련했지만, 일부 공무원들은 10년 전 문서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오세훈 스타일’ 파악에 매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전 포인트는 고위 간부의 물갈이 폭과 올드보이 귀환 여부가 될 전망이다. 그간 서울시 1급 이상 고위 간부들은 시장 교체 때마다 관례로 일괄 사표를 냈다. 이에 따라 오 시장은 1급을 포함한 실국장급 인사를 통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색깔 지우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4·7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그는 시정공백 최소화를 위해 인수위원회 없이 당선 다음 날부터 업무를 개시했다. 금명간 인사조직 태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오세훈 사람들’도 서울시로 복귀할 전망이다.
오 시장 최측근인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과 이창근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권택기·현경병 전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문혜정 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류관희·박찬구 전 서울시의원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그러나 서울시장 보궐선거 마지막 TV 토론에서 이름이 등장했던 강철원 전 실장이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낙선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4월 5일 토론회에서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를 언급하며 “징역 10월에 추징금 3000만 원을 받고 감옥생활을 하셨던 분”이라고 공격했다. 오 시장을 20년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그는 서울시 정무부시장 1순위로 꼽혔다.
오 시장은 박 후보의 거듭되는 공격에 “서울시에 같이 들어가겠다고 했다면 혹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며 “아니, 선거캠프에서 도와주는 역할도 하면 안 되느냐”라고 말했다. 오 시장 발언 이후 캠프 내부에선 “그렇게 말하면 안 됐었다”라며 동정론이 일었다고 한다.
반대로 오 시장 최측근 인사들이 정무직 자리를 꿰찬다면, 내부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선 “부동산 정책부터 복지 정책, 광화문 광장 등 일련의 정책이 다 엎어질 수 있다”며 “인사 태풍까지 분다면, 임기 1년간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란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하위직 공무원들 사이에선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말을 실감하는 시기”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