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초읽기에 들어간 쌍용자동차의 주채권은행 산업은행이 8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 개시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다.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연합뉴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여부와 관련한 의견서를 서울회생법원에 회신했다. 의견서는 법원이 회생절차를 개시하기 위해 묻는 의례적인 절차로 구속력은 없다. 산업은행은 쌍용차의 투자유치가 무산된 만큼 법정관리 개시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회생법원은 산업은행에 지난 6일까지 회신을 요청했지만 채권자협의회 내 의견 취합이 늦어졌다. 산은은 이번에도 협의회 내 구성원 의견을 모두 취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채권자협의회에는 대표 채권자인 산은 외에도 우리은행, JP모건 등 금융사와 상거래 채권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의견서에는 회생절차 개시 동의 여부에 더해 관리인·조사위원 선임 사안 등에 대한 채권단의 견해가 담겼다. 관리인은 예병태 쌍용차 사장이 맡는게 유력했으나 전날인 지난 4월 7일 투자자 유치 지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정용원 기획관리본부장(전무)이 대신 선임될 것으로 관측된다.
회생법원은 지난 1일 쌍용차 채권단과 회생법원 관리위원회 등에 쌍용차의 법정관리 개시 여부에 대한 의견 조회서를 보내고 회생절차 개시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쌍용차 측에 잠재적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와 관련된 계약서 또는 인수의향서(LOI) 등을 지난 3월 31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행되지 않자 더는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법원이 정한 회생 전문 컨설팅 회사가 쌍용차 존속 가치를 평가한다. 회생 가치가 크다고 판단되면 재무구조 개선, 구조조정 등을 통한 정상화 방안을 거치게 된다. 금융권에선 청산 가치가 더 높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최근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법원은 청산보다는 회생절차를 추진하면서 인가 전 M&A(인수합병)의 방식으로 새 인수자 찾기를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전기 상용차 업체인 에디슨 모터스, 중소 사모펀드 현림파트너스의 계열사인 박석전앤컴퍼니, 국내 전기차 업체 케이팝모터스 등이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법원은 늦어도 다음주에는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시급성을 고려해 당장 오는 9일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5일 “모두가 조금씩 양보해 쌍용차가 살아는 게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쌍용차 노사와 채권단, 협력업체가 지혜를 모으는 데 정부가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