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로 사명을 변경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지난해 10월 15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상장기념식에 참석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빅히트는 지난 2일 미국법인을 통해 글로벌레이블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또 5일에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양사 경영진과 소속 아티스트들의 축하 영상을 게재했다. 방시혁 빅히트 의장과 스쿠터 브라운 이타카홀딩스 대표, 방탄소년단(BTS), 저스틴 비버 등이 등장한 해당 영상은 8일 오후 4시 기준 조회수 282만 회를 기록했다.
방 의장은 “양사의 결합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이라며 “국경과 문화의 경계를 허물어 음악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시에 따르면 빅히트는 이타카홀딩스(이타카)를 인수하는 빅히트아메리카에 1조 728억을 주주배정증자 형태로 투입키로 하고, 1조 1857억 원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빅히트아메리카는 이 자금으로 이타카 지분 100%를 인수한다. 빅히트가 유상증자를 통해 빅히트아메리카를 지원하면 빅히트아메리카가 그 자금으로 이타카를 인수하는 것이다.
빅히트는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817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44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눈에 띄는 것은 빅히트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이타카의 주요 경영진과 아티스트가 지분투자 한다는 점이다. 빅히트의 사내이사로 합류하는 스쿠터 브라운을 비롯해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 등 40여 명이 참여한다. 두 회사가 ‘피’를 섞으면서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를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4일 보고서를 통해 “이번 딜은 최소 3조 원 내외의 기업가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타카 인수에 따른 2022년 EPS(주당순이익) 및 밸류에이션 상향으로 목표주가를 36만 원(+13%)으로 상향한다”고 전했다. 증권사 대부분 빅히트 목표주가를 30만 원 중반대로 높였고,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5일 보고서에서 목표주가를 50만 2000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빅히트는 이번 인수로 국내외 톱티어 아티스트를 확보하는 한편 자체 플랫폼 ‘위버스’의 성장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빅히트는 상장 당시 적정 가치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YG와 JYP엔터테인먼트보다 ICT(정보통신기술) 대기업인 네이버, 카카오를 비교대상으로 삼으며 고평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공모가 산정에 유리하게 비교대상을 선택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빅히트는 증권사 신고서를 통해 위버스를 내세우며 “비교 회사를 음악 관련 콘텐츠 제작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기업과 음악 관련 콘텐츠의 유통 및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방시혁 의장은 지난해 10월 15일 상장기념식에서 “세계 최고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으로 힘차게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빅히트의 사업부문별 수익을 살펴보면 플랫폼사업 부문 수익은 전년 대비 3배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플랫폼 위버스를 영위하는 빅히트 자회사 위버스컴퍼니(옛 비엔엑스)의 수익은 2019년 782억 원에서 2020년 2191억 원으로 급증했다. 360사업부문(공연·전시 등 담당)이 물적 분할돼 설립된 자회사 빅히트쓰리식스티와 IP(지적재산권)사업부문이 물적 분할돼 설립된 빅히트아이피의 수익도 각각 1010억(전년 48억 원), 1240억 원(전년 295억 원)을 기록하며 급증했다. 매니지먼트부문은 2019년 5264억 원에서 2020년 5527억 원으로 증가했다.
사업부문별 매출액이 증가한 빅히트는 글로벌 레이블을 인수하며 방탄소년단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다. 빅히트의 이타카홀딩스 인수에 대해 축하 메시지를 남긴 BTS. 사진=하이브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사업부문별 매출액이 증가한 빅히트는 글로벌 레이블을 인수하며 방탄소년단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다. 상장 당시부터 단일 아티스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있어왔던 터다. 남은 문제는 빅히트가 이타카 인수 발표 하루 전 밝힌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다. 빅히트는 1일 하이브아이피(빅히트아이피)‧하이브쓰리식스티(빅히트쓰리식스티)를 흡수합병하는 한편, 레이블 사업부문을 분할해 빅히트뮤직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분할신설 회사인 빅히트뮤직의 주요사업은 음반제작과 음악 및 음반유통업, 연예인 매니지먼트 대행업 등이다. 다른 부문의 수익이 급성장하고 있다 하더라도 분할회사 빅히트뮤직이 가져가는 매니지먼트 사업부문의 수익 비중은 총 수익 7962억 원 가운데 5527억 원으로 상당하다. 회사분할결정 공시에 따르면 분할 존속회사인 하이브의 지난해 매출액은 140억 원, 분할신설 회사 빅히트뮤직의 지난해 매출액은 4392억 원이다.
매출 비중이 큰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키로 결정한 것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도 배제하기 어렵다. 향후 빅히트뮤직 상장이나 외부투자 유치로 지분의 희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LG화학이 배터리사업부를 분할할 당시 LG화학 주주들이 “앙꼬 빠진 찐빵” “BTS 없는 빅히트”라고 지적하며 반발한 것과 비슷한 이유다. 빅히트뮤직 분할을 위해 주주들의 동의를 받는 주주총회는 오는 5월 14일 예정돼 있다.
빅히트는 지난해 상장을 통해 확보한 공모자금 9625억 원을 올해 활발한 M&A를 통해 소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빅히트의 유동자산은 1조 3892억 원이다. 빅히트는 이타카를 인수하기 전에도 지난 1월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2000억 원에 인수하고 와이지플러스에 70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외형을 확장하며 보폭을 넓혔지만 향후 M&A나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외부 투자가 필요하다.
빅히트뮤직 지분가치 희석 우려에 대해 빅히트는 “빅히트뮤직 상장이나 지분 매각 계획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빅히트는 빅히트 뮤직의 분할과 관련하여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에 분할되는 빅히트 뮤직의 매각 혹은 기업공개(IPO) 등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핵심 사업 부문의 효율성 제고 및 사업 부문 간 시너지 확대 차원의 의사 결정이다” 고 말했다.
이번에 발행하는 유상증자 4400억 원 규모에 대한 오버행 우려도 남았다. 오버행이란 주식시장에서 언제든지 매물로 쏟아질 수 있는 잠재적인 과잉 물량 주식을 의미하는 용어다. 빅히트는 지난해 10월 15일 상장 이후 스틱인베스트먼트와 메인스톤 등 대주주들의 연이은 매도로 주가가 떨어지는 오버행 이슈에 발목을 잡힌 바 있다.
지난해 11월 2일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익에 대한 시장 의구심은 적지만 수급으로 인한 주가 급락이 투심 악화로 이어지며 밸류에이션 지지선이 무의미해진 상황”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26만 4000원에서 23만 3000원으로 12%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오버행은 결국 차익실현 물량이 있을 경우 발생하는 것이지만 빅히트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들이 회사의 성장성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며 “소액 기관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이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방 의장과 넷마블 등 대주주 지분율이 60%가 넘는데다 매년 실적을 갱신하고 있어 크게 우려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