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둥대 의과대학 기초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은 특별한 수업을 했다. ‘모의 임종’ 수업이었다. 학생들은 죽은 사람, 또는 죽은 사람의 지인으로 역할을 나눠 임종을 체험했다. 수업에 참여했던 한 학생은 언론 인터뷰에서 “수업을 마친 뒤 생명의 소중함을 실감했다. 주변 사람들을 더 많이 (수업에) 동반시켜야 교육적 의미가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산둥대학교는 14년 전 기초대학 임상의학 전공자를 대상으로 ‘죽음의 교육과정’이란 제목의 수업을 처음 개설했다. 학생들은 죽음에 대해 토론을 했고, 직접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의과대학 부교수 왕윈링은 “시신 해부에 대한 두려움과 초조함을 극복하는 게 목적이었다. 또 죽음에 직면해야 하지만 이를 언급하기 꺼려하는 학생들이 가치관을 제대로 정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도 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수업을 통해 죽음을 해결하거나 완화하자는 게 아니다.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삶의 절실함을 부각시킬 수 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존엄사나 안락사와 같은 죽음을 공론화할 수 있다. 이론으로만은 공감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장례절차를 직접 밟게 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죽음을 경험하면서 더 이상 죽음이라는 단어를 기피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산둥대학 측은 해가 갈수록 학생들의 호응도와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처음엔 120명이 정원이었지만 경쟁이 치열해져 추첨을 통해 학생들을 뽑았다. 두 반으로 늘려 240명의 학생에게 수강 신청을 받았지만 이마저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등록한 학생 이외에 휴대폰을 통한 온라인 강의에는 무려 1만 5000여 명이 몰렸다. 의대생뿐 아니라 죽음에 대해 일반 학생들의 관심이 높다는 뜻이다.
산둥대학 한 교수는 “죽음의 교육 과정이 학생들 심리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어려움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 이는 학생들의 자살률을 낮추는 효과와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수업을 이수한 기초의대 임상의학과 학생 구양재는 “의대생으로서 죽음은 계속 부딪혀야 할 문제다. 죽음을 정확히 볼 수 없다면 태연하게 일하기 힘들다. 하지만 수업을 통해 죽음에 대한 깊은 인식이 생겼다. 죽음을 꺼리기보단 자연스럽게 순응하는 법을 배웠다. 병원에서 환자들을 대할 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임상의학과의 또 다른 학생 류야오도 “나와 같은 젊은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다른 사람을 해친다는 뉴스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수업을 통해 오늘의 하루, 그리고 삶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뿐 아니라 초중고, 그리고 일반인들도 이런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청소년들은 물론 젊은 층 사이에선 생명경시 현상이 심각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학교 내 자살사건 증가세는 가파르다. 2020년 한 대학교에서 부정행위를 하다 감독관에게 적발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년층 증가도 ‘죽음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죽음은 정상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노인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들이 편안하고 더욱 존엄하게 삶의 마지막을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로 죽음 교육이다. 왕윈링 교수는 “죽음 교육을 보급하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스트레스에 맞서 더욱 적극적이고 객관적으로 생사를 볼 수 있다”고 했다.
2019년 양회 때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이자 베이징대학 종양병원의 한 주임 의사는 공개적으로 ‘죽음 교육을 펼쳐 생명을 존중하자’는 내용의 발표를 했다. 그는 “죽음은 언제나 기피하는 것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어른 뒤에 숨어 장례식에 참석했고,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해 ‘천국에 갔다’는 식의 대답만 들었다”면서 이러한 풍토를 타파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사는 “죽음을 도피하는 태도가 단기적으론 유효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부작용과 비극적인 결과를 낳는다.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올바른 방식으로 죽음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