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마찬가지다. 5년을 준비했든 10년을 고생했든 막상 영화를 개봉하게 되면 제작기간은 관객에게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영화 제작비가 수백억 원이든 아니면 수천만 원이든 아무 상관없이 관객의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된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하지만 영화는 같은 날 개봉하는 다른 영화를 비난하지 않는다. 영화는 같은 시기에 개봉하는 경쟁 영화가 아무리 수준이 떨어지고 완성도가 미흡해도 내 영화가 관객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면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네거티브전략을 구사하지 않는다.
영화마케팅에 영화의 장점을 부각하고 메시지를 강조하라는 금언은 존재한다. 그러나 상대영화를 깎아 내리고 비난하고 비평하라는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물며 영화는 그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팬클럽이 배우에 대한 사랑이 과도해서 동시기에 경쟁하는 영화들에 대하여 평점을 깎거나 악성댓글이라도 달라 치면 배우들이 직접 나서서 자신을 지지하는 팬클럽들의 행동을 오히려 말린다.
“저를 사랑해주시는 것은 너무나 감사하나 다른 영화들도 모두 사랑해주셨으면 합니다. 절대로 나쁜 댓글을 달거나 평점을 깎는 행동을 하는 것은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들도 저의 동료들이고 앞으로 한국 영화를 같이 발전시킬 파트너들입니다.”
선거는 혼자만 입후보하게 된다면 무투표당선도 가능하다. 그러나 영화는 경쟁작 없이 혼자만 개봉한다 해도 그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절대로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반대로 영화는 개봉하는 영화가 아무리 많아도 꼭 1등을 해야만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다.
1000만 관객을 모은 ‘해운대’가 개봉하고 1주 후에 ‘국가대표’가 개봉했다. 그럼에도 ‘국가대표’는 850만 내외의 관객을 유치했다. 필자가 제작한 ‘신과함께 1편 죄와벌’이 개봉하고 1주 후에 영화 ‘1987’이 개봉했지만 이 영화도 충분한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즉 영화는 1등만 기억하는 시장이 아니다. 어쩌면 그것이 영화와 선거의 결정적인 차이인지도 모른다.
난 누가 당선이 돼도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당선된다고 해서 그들이 나라를 구렁텅이에 몰아넣고 사리사욕만 차릴 것이며 자기 진영에 유리한 정책만 펼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는 방향이 조금 다를 뿐이지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은 두 진영 다 같은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조금 아쉽다. 난 지금 서울 시민으로서 이번 선거전에서 도쿄 아파트, 내곡동 땅만 기억에 남는다. 코로나19 이후에 서민들의 민생을 위한 정책이 어떤 것이며 지금 모든 국민에게 아픔을 준 부동산정책에 대하여 어떤 비전을 제시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화를 기획할 때 작가에게 꼭 전하는 말이 있다. 주인공은 절대로 회복할 수 없는 악행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진보든 보수든 결국 나라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절대로 협력하고 합심해야 할 대상들이다. 아무리 선거가 중요하고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회복할 수 없는 언동이나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엔 작금의 우리 현실이 너무 위중하다. 승자든 패자든 지금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발 우리 정치인들이 상대를 경쟁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협력해야 할 파트너로서 인식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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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연 영화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