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치하루 유튜브
치하루는 작년 9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설명란에는 ‘30대 중반의 치하루가 운동부족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가벼운 운동을 하는 채널’이라고 적혀 있다. 주로 줄넘기를 하거나 조깅하는 모습을 소개했고, 그때마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가슴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상한 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는 것. 심지어 말 한마디 하지 않아 자막으로 대체했다.
그리고 최근 이유가 밝혀졌다. 3월 17일 치하루는 ‘구독자 수 2만 명 돌파 기념’ 동영상에서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공개했다. 이에 팬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비한 가슴 미녀 대신, 파란색 후드티를 입은 남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치하루는 죄책감이 드는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에 따르면, “자신은 37세 남성으로 여장을 하고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한다. 동갑내기 아내가 있으며, 반려견과 셋이서 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을 그만둬 현재 무직인 상태. 설상가상 “사랑하는 반려견이 암 진단을 받아 값비싼 치료가 필요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치하루는 최근 유튜브를 통해 마스크를 벗고 자신이 남성임을 고백했다. 사진=치하루 유튜브
치하루는 “매력적인 여성의 동영상이 구독자를 모으는 데 유리하다는 걸 깨닫고 여장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긴 머리 가발을 쓰고, 브래지어에 실리콘 보형물까지 착용해 여성의 가슴을 흉내 냈다. 물론 아내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야간 운동과 조깅 동영상 등을 찍어 아내 몰래 유튜버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영상을 올리긴 했으나 이렇게 짧은 시간 내 인기가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아울러 “원래 남자라는 사실을 밝힐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의 수익화가 결정되면서 마음을 바꿨다. 치하루는 “코로나로 괴로운 사람이 많은 지금 ‘어떻게 하면 돈 버는 유튜브를 만들 수 있을지’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었다”며 성별을 공개한 이유를 전했다.
유튜브로 수익을 창출하려면 연간 동영상 재생시간 4000시간 이상, 구독자 1000명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돈을 벌고자 유튜브에 발을 담가도 이 벽을 넘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치하루는 “사실 나는 여장 경험이 얼마 없는 ‘초보자’다. 그런데도 구독자 수가 2만 명까지 갔다”면서 “여장 도구 소개 등 수익화할 수 있었던 비결을 소개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장한 치하루의 프로필 사진.
어쨌든 ‘그동안 깜박 속았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네티즌들이 적지 않다. “사이비 치하루는 자중해주세요” “아무 것도 믿지 못할 세상이다” “차라리 끝까지 여성으로 연기해줬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는 의견부터 “실리콘 가슴에 이렇게나 많은 남자들이 속아 넘어간 사실이 우습다”며 자조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감쪽같이 속았지만, 전략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아무 말 없이 계속 속일 수도 있었는데 솔직하게 밝힌 것은 높이 평가한다” “오히려 앞으로의 채널이 기대된다”며 호의적인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온라인매체 ‘리얼라이브’는 “현재 치하루 채널의 구독자 수는 1만 8600여 명으로 여전히 ‘수익화’ 도달에는 변함이 없다”며 “새로운 유형의 유튜버로서 더 주목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