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 되며 세계적으로도 격리 기간을 완화하는 추세다. 자가격리 해제로 일광욕 즐기는 모스크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백신 접종 후엔 자가격리 차등 적용
현재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 기간은 14일로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14일은 코로나19의 최대 잠복기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해외 입국자에 대한 의무적 자가격리 기간을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된다. 개인의 백신접종 유무와 항체 형성 정도를 기본으로 전체적인 환자 발생 추이 등을 고려해 최대 격리 기간인 14일보다 완화해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기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감염병의 최대 잠복기로 격리 기간을 일률적으로 적용 중이지만, 백신 접종으로 항체가 형성될 경우 등을 고려해 격리 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려는 것”이라고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며 세계적으로도 격리 기간을 완화하는 추세다. 3월 24일 기준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주요국 격리 현황’에 따르면, 세계 76개 주요 국가·지역 가운데 46개 국가·지역이 격리기간을 10일로 운영하거나 면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의 경우 자가격리 기간이 14일인 국가는 7개국이며 10일은 10개국, 8일은 1개국, 7일은 2개국, 5일은 1개국이며 자가격리 면제인 국가도 16개국이나 된다. 각국의 격리기간 단축 또는 면제로 인한 확진자 급증은 특별히 보고되고 있지 않다. 격리기간과 확진자수 증가추이의 상관관계도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각국 백신여권‧트래블버블로 격기기간 완화
하와이의 경우 2020년 10월부터 미국 본토와 캐나다로부터의 입국자에 대해 방문자 사전 검사 프로그램을 통해 10일 자가격리를 면제하기 시작했다. 하와이 주정부와 협약을 체결한 지정 검사 기관에서 받은 코로나19 음성 테스트 결과지를 제출한 입국자들은 별도의 격리 없이 하와이 내에서 이동이 가능한 정책이다. 올해부터는 한국과 일본 등지로 확대했다. 하와이안항공은 4월부터 인천-호놀룰루 노선을 기존 주 1회에서 주 2회로 증편한다. 하와이의 올해 2~3월 평균 확진자 수는 1월 수준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다.
휴양지를 중심으로 백신접종을 하고 코로나19 음성결과를 받은 여행자들에게 자가격리를 면제하거나 대폭 완화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또 괌, 몰디브, 팔라우 등 휴양지를 중심으로 백신접종을 하고 코로나19 음성결과를 받은 여행자들에게 자가격리를 면제하거나 대폭 완화하고 있다. 발리도 오는 7월 우붓, 덴파사르 등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국경을 연다.
타이완과 팔라우는 4월 1일부터 트래블버블을 실시했다. 트래블버블이란 양국 간 격리를 해제하는 조치로 양국 간 국민이 격리기간 없이 서로 오갈 수 있다. 다만 백신 접종을 우선하고 3박 4일 혹은 4박 5일 일정의 패키지 투어로만 양국 방문이 가능하다.
태국은 4월부터 6월까지 푸켓, 치앙마이, 끄라비, 팡응아, 수랏타니, 촌부리 등 6개주에 대해 자가격리일을 7일로 줄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한해서다. 특히 푸켓은 7월부터는 백신 접종자에 한해 자가격리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입국 후 일주일 동안 지정된 지역 내에서 머물러야 하며, 이후 타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10월부터는 나머지 5개주로 격리 면제 방침을 확대할 예정이다.
호주와 뉴질랜드 양국은 4월 19일부터 양방향으로 트래블버블을 시행한다. EU를 제외하면 양국 간 완전한 트래블버블은 타이완-팔라우에 이어 두 번째다.
영국은 5월 17일부터 코로나19 위험도에 따라 국가를 적‧황‧녹색 3가지로 구분해 차등적‧단계적으로 국경을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녹색 국가에서 온 방문객은 출발 전과 도착 후 코로나19 테스트를 거쳐 음성이 나오면 격리가 면제된다.
일본은 해외로 출국하는 일본인과 일본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백신 여권을 검토 중이다. 4월 내 디지털 건강 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는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블록체인 기반 백신여권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트래블버블 체결국도 검토 중이다. 방역이 탄탄한 타이완 등이 우선 고려 대상이라고 알려졌다. 안전을 고려해 자유여행이 아닌 패키지여행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특별고용지원보다 자가격리 완화 원해
현재 자가격리 14일은 인‧아웃바운드 여행산업의 결정적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사실상 해외여행길이 막혀 한산한 인천공항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지난 3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국제관광 회복을 위한 자가격리 단계별 완화’에 대한 여행업계의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이는 해외 입국자의 한국 도착 전후 코로나19 검사(RCP) 결과 등에 따라 자가격리 기간을 10일·7일·5일·면제 등으로 차등 운영하자는 제안이다. KATA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무차별적 자가격리 14일 적용은 여행업계를 고사시키는 무책임한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고사 위기인 국내 여행사들의 사업 비중은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 아웃바운드 여행사는 3500여 개로 전체 여행사의 56.8%에 이른다.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가 8.5%인 것과 비교해 비중이 월등히 높다. 해외여행이 재개되지 않는 한 국내여행사의 회복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현재 자가격리 14일은 인‧아웃바운드 여행산업의 결정적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여행사들은 생명줄 연장에 그치는 특별고용지원책보다는 현실적인 사업 재개를 위한 자가격리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