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이 8일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받았다. 사전 통보 때보다 징계 수위가 한 단계 감경됐다. 사진=우리금융
금융감독원은 9일 전날 오후부터 자정까지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고 라임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과 손태승 회장 등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의 징계 수위는 문책경고로 결정됐다. 당초 금감원이 손 회장에 사전 통보한 ‘직무정지’에서 한 단계 떨어졌다.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는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분류되며 이중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에 해당한다.
금감원 검사국은 손태승 회장에 과거 우리은행장 시절 은행이 라임 펀드의 부실을 알고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판매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우리은행 라임펀드 판매 금액(3577억 원)은 은행권 가운데 가장 많다. 우리은행은 펀드 위험성을 평가한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맞지만 위험성을 측정한 결과이며 경영진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제재심 위원들은 3차례에 걸친 제재심을 거쳐 금감원 검사국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우리은행이 라임펀드 피해자의 손실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을 반영해 손 회장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경감했다. 우리은행은 라임 무역금융펀드 피해자들에게 원금을 전액 반환하라는 분쟁조정안과 손실 미확정 펀드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했다.
우리은행도 3개월 ‘업무 일부 정지’ 기관 중징계가 결정됐다. 금융회사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업무정지-시정명령-기관경고-기관주의’ 등 5단계로 나뉘는데 통상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한다.
금감원이 결정한 제재는 사안에 따라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번 징계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우리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인 손태승 회장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이후 1년 사이 다시 중징계를 받는다. 금융지주 CEO가 금융당국의 연속 중징계를 받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는 만큼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도 업무 일부정지가 확정되면 당분간 사모펀드 영업을 할 수 없고 1년간 신사업 진출에도 제한이 생긴다.
우리은행 측은 다음 절차에서 징계수위를 낮추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징계가 그대로 결정될 경우 손태승 회장이 또 다시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손 회장은 DLF 사태와 관련해 문책경고 처분을 받자 징계 자체를 무효화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과 함께 제재 대상에 오른 신한은행과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의결은 오는 22일로 미뤄졌다. 라임펀드 판매에 따라 같은 사안으로 제재 대상에 올랐으나 우리은행은 부당권유가, 신한은행은 내부통제가 각각 쟁점이라 금감원이 ‘분리 결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에는 문책경고의 중징계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에게는 주의적 경고의 경징계가 사전통보된 상태다. 신한은행은 징계 수위를 낮추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진옥동 행장은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행장 임기 종료 뒤 금융권 재취업이 불가능하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