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TV조선 ‘미스트롯’부터 시작된 트롯 열풍의 주역 송가인은 요즘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사진=포켓돌스튜디오 제공
“예전에는 어르신들만의 음악으로 여겨지던 트롯이 요즘에는 2030세대도 쉽게 접하고 또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 같아서 기뻐요. 그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께 트롯이라는 장르로 행복을 드릴 수 있어서 저 또한 행복합니다. 트롯이라는 장르가 소외받지 않고, 앞으로도 오래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 저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미스트롯’의 성공 후 쏟아져 나온 트롯 프로그램은 재야에 묻혀 있던 젊은 트롯 인재들을 연이어 발굴해 냈다. 단순히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에서 이제는 10대들도 가볍게 즐길 수 있고, 2030 세대들도 부를 수 있는 음악으로 탈바꿈하는 데 약 2년 정도가 걸린 셈이다. 장윤정과 홍진영 등 비교적 젊은 세대들이 트롯 시장에 뛰어들며 어느 정도 허들을 낮췄다는 평가를 듣긴 했지만, 아이돌 못지않은 막강한 ‘팬덤’까지 만들어진 것은 ‘미스트롯’이 이례적인 케이스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송가인이 있었다.
특히 송가인의 팬덤은 ‘미스트롯’ 방영 초기부터 송가인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도 이슈가 된 바 있다. 송가인에게 좋지 않은 댓글이 달릴 때마다 호위무사처럼 달려들어 지키는 모습은 여느 아이돌 팬 못지않았다. 욕설이나 비속어 하나 없이 점잖게 꾸짖으며 “우리 강아지한테는 좋은 글, 좋은 모습만 보여줄 거다”라고 다짐하는 이들의 댓글은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캡처돼 대중들에게 훈훈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송가인 역시 이런 팬들의 사랑을 늘 지켜보고 있다며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주접 댓글’을 꼽았다.
팬덤의 가수 사랑도 유명하지만 송가인 역시 팬들의 애정에 보답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 사진=포켓돌스튜디오 제공
이런 점잖은 팬들 사이에서 가끔 다툼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결혼’ 문제를 두고 의견이 갈린 탓이었다. 송가인이 결혼하지 않고 오래도록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주길 바라는 순정파 팬들과 결혼은 하되 감히 송가인의 앞날에 누가 되지 않도록 ‘부인 외조’에만 힘쓸 남자가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강경파 팬들의 댓글 설전은 대중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주기도 했었다. 이런 양측에게 모두 다행인 것은, 송가인이 최근 결혼에 대한 인생관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아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했던 그는 지난 3월 ‘텐스타’와의 화보 인터뷰를 진행하며 최근 들어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혼이란 게 쉬운 것도 아니고, 지금은 결혼보단 ‘가수 송가인’으로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팬 분들을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팬들과 함께하는 무대에 대한 갈증이 더 크게 생기기도 했고요. 앞으로는 국악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도 많이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판소리를 시작해 중앙대학교 국악대를 거쳐 전국 판소리 대회를 휩쓸었던 송가인에게 있어 국악은 트롯만큼 놓치고 싶지 않은 장르다. 트롯 가수로 활동하면서도 유독 한복을 자주 입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런 송가인의 한복이 한 번 더 이슈가 된 것은 지난 2월 16일, 그가 인스타그램에서 밝힌 소신 발언 덕이기도 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사진과 함께 “김치도, 한복도 대.한.민.국 거예요! 제발”이라는 그의 말에 ‘사이다’를 느끼지 않은 한국 사람은 아마 거의 없었을 것이다.
송가인의 일요신문 창간 29주년 축하 메시지
“한복은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죠. 옛날엔 TV 속 사극에서나 볼 수 있던 한복이 이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 유럽 등 해외까지 널리 알려지는 것 같아서 너무 기뻐요. 저도 한복을 정말 좋아해서 입고 무대에 선 적이 있거든요. 한복이 참 색도 곱고, 은은한 멋도 있어요. 명절 등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옷이 아니라 평소에도 입을 수 있게 많은 분들이 한복의 좋은 점들을 알 수 있게끔 하고 싶어요.”
“향후 50년간 트롯계를 책임져야 할 것”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미스트롯’의 포문을 열었던 그는 할 일이 많았다. 트롯가수로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팬들의 사랑에 보답해야 하고, 국악인들과의 컬래버레이션도 마련해야 하고, ‘한복의 일상화’에도 한몫해야 하는 송가인은 그야말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상황. 여기에 무명시절부터 이어져 온 꾸준한 기부 활동도 그에게 있어서는 평생 해 나가야 할 즐거운 숙제였다.
“노래를 하면서 ‘유명해지면 언젠가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어요. 이제 꿈을 이루고 있는 거죠. 제가 기부를 하면 팬 분들께서도 좋은 일에 함께 동참해주세요. 그런 걸 보며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해요. 받은 만큼 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올해의 목표가 있다면, 저의 본업에 충실하면서 ‘부캐’도 하나 만들었으면 합니다. 제 이름 석 자를 기억해 주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할 것 같지만 제 노래를 기억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아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