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노사가 사측 자체 인사 시스템인 셀프디자인 제도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게 됐다. 사진=일요신문DB
1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는 지난 3월 31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사측을 상대로 임금청구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소장을 받고 확인하는 상태”라며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SK하이닉스에서 2018년 도입한 셀프디자인 제도와 관련해 기술사무직 노조 측에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주장에서 시작됐다.
셀프디자인 제도는 2018년 1월 1일부터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에 적용된 새로운 인사평가 시스템이다. 제도 도입 전에는 전년도 종합평가에 따라 개별 직원들이 고과를 받고 이를 토대로 연봉을 결정짓는 업적급이 정해지는 방식의 인사제도가 운영됐다. 반면 셀프디자인 제도는 세분화된 조직별 담당 임원이 소속 직원들의 업적급을 임의로 조정해 부여할 수 있어 객관성을 가지고 소속 부서원들을 평가하기 어렵다.
노조 관계자는 “셀프디자인 제도 도입으로 일부 직원들의 급여가 삭감됐음이 명백하고 이는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법원에선 1993년 5월 ‘일부 근로자에게 유리하고 일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 근로자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즉 취업규칙의 일부를 이루는 급여규정의 변경이 근로자 간 유·불리에 따른 이익 충돌을 불러일으킬 경우, 그러한 개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돼 근로자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는 민사소송에 이어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셀프디자인 제도 도입에 따른 업적급 삭감으로 체불된 임금의 반환과 취업규칙 변경 동의 절차상 하자에 관한 진정도 접수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소송을 통해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불공정하게 이뤄진 절차와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동의하는 직원들이 과반수가 아니었다면 소송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2017년 사내에서 고과 평가 방식 개선에 대한 의견이 개진됐고 이후 2018년, 2019년, 2020년까지 해마다 변화를 주며 시행 중”이라며 “기업 인사평가에서 불만사항으로 지적됐던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개선하는 과정에서 셀프디자인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사제도는 모든 구성원을 만족시킬 수 없지만 구성원들과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