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일 충남도청 도지사실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양승조 충남지사. 사진=이종현 기자
―4·7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했다.
“물은 배를 띄우지만 배를 뒤집어엎기도 한다는 말이 있다. 민심의 바다가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경험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를 거쳐, 지난해 총선에서 180석 가까운 의석을 몰아주셨던 국민들이 불과 1년 만에 왜 이런 참패를 안겼는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반성해야 한다.”
―원인은 뭐라고 보는지.
“국민 눈높이에서 민주당이 오만과 독선으로 비쳤을 거라고 본다. 예컨대 민주당이 국회 상임위를 독식했다. 당시 지도부는 국민의힘이 받지 않은 것이라 했지만, 민주당이 더 대화하고 기다렸어야 했다. 이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있었다.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민주당 입장에서는 용인되고 문제없다 판단했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정의롭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 판단한 것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극단적 대립을 펼치는 걸 보통 국민들이 보며 정부를 무능하다 평가했을 수도 있다. 그 뒤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가 불을 붙였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민주당에 대한 심판으로 나타났다. 반성과 성찰을 통해 실질적으로 변화와 혁신의 모습을 국민들에 보여드려야 한다.”
―참패 이후 민주당 초선의원 81명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민주당은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초선 및 2030 의원들의 주장에도 충분히 수긍할 만한 내용이 있고, 이에 대해 우리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주의 정당에서 당연히 다양한 의견이 나와야 한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내부 총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 ‘초선 오적’ 등 비난해서는 안 된다. 재보선 참패 원인은 특정인이나 특정그룹만 책임질 일이 아니다. 선거에서 패배했을 때 책임론을 두고 싸우다 당이 더 망가진다. 민주당 구성원 전체가 함께 반성하고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단결 화합해 대선을 향해 가자고 주장해야 한다.”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2022년 대선 출마에 대해 도민이 원하면 출마한다고 했다. 도민들 말을 많이 들어봤나.
“도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여론도 보고 있다. 나는 충남도민의 큰 사랑을 입어 4선 의원을 지내고, 지금 충남도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 도민들의 뜻이 충남도지사 양승조를 넘어, 대한민국의 양승조로 가서 일해보라는 요구가 있다면, 내게는 이에 부응해야 할 책임이 있다. 정치인의 도리다. 그런 요청을 충분히 판단한 다음 조만간 의견을 말씀 드릴 것이다.”
―대선에 출마하는 건가.
“아직은 의견을 듣고 있다 볼 수 있다. 당초 4월 29일쯤 입장을 밝히려 계획했었다. 그런데 재보선 참패 이후 전당대회가 5월 2일로 당겨졌다. 정치일정을 고려하면 전당대회 직전에 발표하는 게 맞는 건지, 후에 하는 게 좋을지 결정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만약 결심이 선다면 4월말이나 5월초에는 뜻을 밝혀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예비경선까지 2달밖에 남지 않는다.”
―범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이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윤석열 전 총장도 대단한 분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어려움을 잘 극복했다. 초반에 검찰총장으로 기대와 신망을 한 몸에 받았다. 다만 윤 전 총장에 대해 세 가지를 말하고 싶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실제 검찰은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을 휘둘러왔고, 그 전형이 윤석열 전 총장 같다. 추미애 전 장관과 대립갈등 과정을 보면, 윤 전 총장은 검찰로서 특권에 연연한 가장 정치적인 검찰이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두 번째로 검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원칙과 정도 차원에서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예컨대 장모의 땅 투기 의혹 등 장모와 부인의 여러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설사 윤 전 총장과 전혀 무관하고, 그가 전혀 몰랐다 하더라도 도덕적으로 국민들에 사과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너무나 위선적 행태다.”
“또한 윤 전 총장은 지금까지 검사로서만 살아왔다. 정치는 다양한 견해와 다양한 세력을 아울러야 한다. 그가 어떤 정치적 이념과 지향점을 갖고 있는지, 대한민국 복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남북관계나 대미·대중관계에 대한 접근법은 뭔지 등 한 번도 답을 내놓은 바가 없다. 이런 것은 경험과 상황 누적 속에서 판단하는 영역이다. 그런 면에서 정치적으로 초년생이다. 오직 법을 집행하는 검사로만 살아온 분이 국가 최고지도자를 뽑는 대선에 나서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놀랄 만한 일인데, 국민들께서 종합적으로 판단했으면 좋겠다.”
―윤석열 전 총장을 두고 충청대망론이 거론되고 있다.
“정치를 하는 건 윤 전 총장의 자유다. 하지만 최소한 충청대망론에 얹혀서는 안 된다. 충청도에서 20~30년 일을 하고 정치생활을 해, 충청권을 이해하고 궤를 같이한 사람이 충청대망론에 적임자가 돼야 한다. 윤 전 총장의 경우 본인이 충청도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학교를 나오지도 않았다. 부임지로 잠깐 근무했다지만, 생활을 했다고 볼 수 없다. 부친(윤기중 명예교수)이 충남 공주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연결고리가 전혀 없다. 윤 전 총장 주변에서 충청대망론에 편승해 이용하려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충청대망론의 주자다 자임하는 것은 염치가 없는 행동이다.”
4월 12일 충남도청 도지사실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양승조 충남지사. 사진=이종현 기자
“충청대망론이 지역에 갇힌, 지역이기적인 정치적 요구라고 보지 않는다.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보면 영남과 호남 두 축의 독과점적 형태로 유지돼왔다. 하지만 현재 충청도 인구가 560만 명 수준이다. 호남보다 40만 명 정도가 더 많다. GRDP(지역내총생산)만 해도 충청남도가 전국 4위 정도다. 대전은 과학도시, 세종은 행정중심복합도시, 충남은 첨단산업, 충북은 바이오산업 집적지다. 따라서 과거의 영호남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충청권을 대표하는 인물이 정치 주도세력으로 등장하는 것이 국민통합이나 국가의 미래발전에도 더 적합하지 않나 생각한다. 지역이기주의를 넘는 대망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선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민주당 경선을 넘어서야 한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모두 훌륭하신 분들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5선 의원에 전남도지사와 국무총리를 지냈다. 정세균 총리도 6선 의원과 장관 총리 국회의장까지 두루 역임하셨다. 당장 내일 국정을 맡아도 전혀 손색없는 분들이다. 이재명 지사도 성남시장 시절부터 분명한 기치를 걸고 개혁적인 사고와 행동을 보여줬다. 지금도 경기도지사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내가 다른 주자들보다 역량과 경험이 많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절박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길을 제시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 사회의 과제는 사회 양극화, 고령화, 저출산, 미래성장동력 창출, 사회 갈등 해소 등이다. 나는 이미 충남도정을 펼치며 위 4가지부터 목표로 세워 해법을 제시하고,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4년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나는 정직과 공정의 차원에서 문재인 정권 같은 정권이 이후 나오기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 역사에 대한 통찰, 국민과 함께하는 마음 등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실제 여러 개혁정책을 폈다. 검찰개혁과 자치경찰제 시행은 큰 업적이다. 결과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해도 부동산3법으로 투기를 근절하고, 부동산 폭등을 막으려 했다. 남북관계도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면서도 결국 진전하는 커다란 역할을 했다. 여러 공적과 평가요인이 있는데, 이번 재보선을 참패했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의 공까지 묻혀서는 안 된다.”
―여전히 검찰개혁에 대한 문제가 시끄럽다.
“검찰개혁은 정말 필요하고 계속해야 한다.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검찰만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아무에게도 견제 받지 않았다. 국민 대다수의 의견도 그렇다고 본다. 다만 민주당이 검찰개혁만이 개혁의 전부인 것처럼 주장하고, 국민들에 인식을 준 것은 반성할 점이다. 검찰개혁을 하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국민여론과 함께하지 않은 면이 있다. 검찰개혁 못지않게 민생안전이 중요하다. 국민들이 직업을 갖고, 창업을 하고, 소득을 가져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문제는 지방분권과도 연결된다. 21대 국회에서 세종시 국회 일부 청사 이전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나는 이명박 정부에서 세종특별시 수정안을 냈을 때 원안을 유지하기 위해 삭발하고 22일간 단식투쟁을 했다. 여전히 국회의 완전한 이전이 답이라고 본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국회 이전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더 나아가 청와대까지 이전해야 한다. 세종시는 행정수도로, 서울은 경제 중심 도시로 발돋움 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국회가 논의하고 있는 일부 기능 이전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비효율적일 수 있다.”
―2022년 대선의 시대정신과 리더십은 무엇일까.
“한국 사회는 양극화에 직면해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주택자와 무주택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 등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더불어 잘 사는 사회’ 시대정신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2000달러를 넘어선 세계 9위 경제대국이다. 그런데 2020년 4분기 가구별 소득 통계를 보면 최하위 10%는 월 107만 원이다. 2인이 107만 원으로 어떻게 살 수 있느냐. 그런 분들에게 세계 9위 경제대국이 무슨 의미가 있나. 더불어 행복해야 한다. 나는 도정을 통해 이러한 양극화를 풀어낼 비전과 해법을 제시하고 강력한 의지로 실현했다. 이를 국가 정책화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70% 넘는 국민들이 열광했던 이유는 국민과 함께하는 태도와 생각하는 마음이었다. 2022년에도 한국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고 화합으로 나갈 수 있는, 국민과 함께 갈 수 있는 통합의 지도자상이 필요하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