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14일 기업분할을 공식화 했다. 설립 37년 만에 본업인 통신업에서 ICT(정보통신기술) 신사업을 하는 빅테크로 업(業)을 새롭게 정의하고 회사명도 새로 바꾼다. 분할 방식으로는 인적분할을 선택했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SK텔레콤은 14일 AI&디지인프라 컴퍼니(SKT 존속회사)와 ICT투자전문회사(SKT 신설회사)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회사명은 추후 결정할 계획이다.
인적분할은 업계에서 주주 친화적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번 개편을 통해 두 개의 회사로 나뉘게 되지만, 사업회사가 존속법인이 되면서 최대주주 변경도 없고 기존 주주들도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주식을 쪼개 갖는 효과를 얻게 된다. 신규 투자자도 기존의 SK텔레콤 주식 또는 신설 법인의 주식을 따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SKT는 이번 분할의 취지에 대해 “통신과 더불어 반도체, 뉴ICT 자산을 시장에서 온전히 평가받아 미래 성장을 가속화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을 분리해 각 영역에 적합한 경영 구조와 투자 기반을 갖춰, 반도체와 신성장 사업을 확장하고 주주들에게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 선택권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AI&디지털인프라 컴퍼니는 SK브로드밴드 등을 자회사로 두고 5G 리더십을 기반으로 AI와 디지털 신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신사업으로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독형서비스 등이 있다. AI는 현재 SKT의 서비스, 상품에 확대 적용되고 있으며, 분할 후에도 SK ICT 전 영역을 이끄는 핵심기술이 될 전망이다. 존속회사는 안정적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5G 유망산업에서 미래 수익을 창출하고 AI, 디지털 인프라 등 혁신기술 개발에 꾸준히 투자할 방침이다.
신설회사인 ICT투자전문회사는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역할을 맡는다. 과거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투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진행했을 때보다 더 활발한 투자가 예상된다. 동시에 SKT는 새 ICT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수익창출-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기업분할은 앞으로 이사회 의결과 주주총회 등 절차를 거쳐 연내 완료할 계획이다. SKT는 다만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신설회사와 SK㈜의 합병설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정호 SKT CEO는 이날 온라인 타운홀 행사를 열고 이번 분할의 취지와 회사 비전을 설명했다. 박 CEO는 “지금까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키워온 회사의 자산을 온전히 평가받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시점”이라며 “분할 후에도 각 회사의 지향점에 따라 계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자”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