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검찰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다.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검찰총장 직무대행)를 중심으로 뭉쳐 전략을 고민 중이지만, 차기 검찰총장 인선에 따라 검찰의 저항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권 일각에서 “검찰개혁 때문에 재보궐 선거에 진 것 아니냐라 검찰 개혁을 안 해서 그런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문계에선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을 통해 ‘검수완박’을 해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검찰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공식적으로 검찰이 꺼내들 수 있는 반발 카드는 거의 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선거 지고 다시 시작된 검찰개혁
가장 먼저 선거 결과를 놓고 ‘검찰개혁 완수’를 외치고 나선 것은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4·7 재보궐 선거 ‘방송 3사 출구 조사 결과’에서 여권에 불리하다는 결과가 발표되자 “민주당이 살길은 오로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뿐”이라고 밝혔다. 손 전 의원은 4월 7일 오후 9시쯤 자신의 SNS에 “(민주당의) 전술·전략이 모두 실패했다. 초장 우세에 오만했다”며 친조국 강경파들이 주장했던 검수완박을 꺼내들었다.
그 뒤, 친조국 계열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검찰개혁 필요성을 다시 강조하기 시작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개혁 때문에 선거에서 진 거라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지지자들과 국민은 검찰개혁에 지치지 않았다”며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선거의 완패 이유를 LH 사태에 따른 문제였다고 진단하면서 검찰개혁을 완수시키는 게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제시한 것이다. 그는 “검찰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불공정한 기관으로,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12일, 강성 친문 중 한 명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이를 거들고 나섰다. 정청래 의원은 “더 적극적으로 개혁을 하라는 게 표심”이라며 “자신의 지역구 마포을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사전투표에서 5.0% 이겼다. 사전투표는 지지층이 적극적으로 투표한다는 것을 가정해 보면 더 적극적으로 개혁을 해야 한다는 표심”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 의원은 “검찰개혁·언론개혁·사법개혁·민생개혁 등 개혁은 자전거 페달과 같아서 계속 밟지 않으면 넘어지고 쓰러져서 전진할 수가 없다. ‘180석이나 줬는데 지금 뭐 하고 있나’(는 민심)에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한다. 스피디하게 더 개혁하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초청 원내대표후보 토론회에 참석한 박완주 후보(왼쪽)와 윤호중 후보.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윤호중 의원은 13일 열린 원내대표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조국 사태에 대해 “대통령의 인사권에 국가의 범죄수사 업무를 총괄하는 검찰총장이 개입한 부적절한 사건”이라며 검찰을 문제의 시작점으로 잡았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반면 박 의원은 조국 사태에 대해 “검찰개혁을 멈출 수는 없다”면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이후 중대범죄수사청 논의는 속도 조절을 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180석을 확보한 민주당의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예의주시하는 대목이다. 친문 계열의 지지를 받는 윤호중 의원이 선출될 경우, 검찰개혁에 속도가 더 붙을 것으로 보인다. 윤호중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중수청 신설로 ‘검수완박’과 ‘검찰개혁’ 완성 성과를 만들려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발등에 불 떨어지나…검찰 예의주시에도 별다른 수 없어
핵심 친문 계열에서 나오는 검수완박 목소리에 검찰은 당황하고 있다. 재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여권이 신중하게 검찰개혁을 진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희망’으로만 끝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바뀌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선거에서 완패를 했는데 그 패배 이유를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얘기할 줄은 몰랐다”며 “선거 후 중수청 신설 얘기가 사라질 줄 알았는데 다시 등장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언급했다. 실제 대검찰청 역시 조남관 대검 차장(검찰총장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공수처 및 중수청 신설에 맞서기 위한 전략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수완박, 중수청 신설은 국회뿐 아니라, 법무부(정부)와 여론 등도 함께 설득해야 한다는 게 검찰을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공수처는 검사 등 검찰 내부 문제를 객관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필요성이 국민들에게 공감대를 얻었다고 하지만, 중수청은 검찰의 주요사건 수사권을 뺏어가 검찰은 공소유지만 하게끔 하는 조직으로 만드는 엄청난 입법 추진”이라며 “공수처보다 중수청에 대한 반발심이 더 상당하지만 이를 어떻게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검찰의 필요성과 역할을 설명해야 할지는 어려운 과제”라고 귀띔했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검찰이 정치 관련 사건들로 청와대 윗선까지 겨냥해 수사를 벌일 경우 여권이 더 속도를 내서 ‘검수완박’을 강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연인 신분인 윤석열 전 총장은 학계, 노동계 인사들을 만나면서도 별다른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변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아직 자연인 신분인 윤석열 전 총장은 학계, 노동계 인사들을 만나면서도 별다른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권에서 ‘검수완박 추진’에 속도를 붙일 경우 정치에 나설 명분이 된다는 점이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추미애 전 장관이 윤석열 전 총장 징계를 추진하면서 ‘검찰개혁’이라고 때릴 때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았냐”며 “내가 아는 윤 전 총장은 검찰개혁이 다시 본격화되면 국회 안팎에서 얼마든지 마이크를 들고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검찰의 역할에 대해 목소리를 낼 사람이다. 그렇게 윤 전 총장의 정치 데뷔는 여권에도 부담일 것이기 때문에 지금 중수청 신설 등 검수완박을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검찰 밖에 있는 윤석열 전 총장”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