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 포인트는 본선 링에 오를 주자 찾기다. 이 지사는 ‘친문(친문재인)계 비토’를, 윤 전 총장은 ‘제1야당 벽’을 각각 넘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놓였다. 7부 능선에서 무너질 땐 대세론도 대망론도 물거품처럼 꺼진다. 미래 권력을 둘러싼 치킨게임의 향배는 두 주자의 생존력에 달렸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3월 24일 국회의 한 카페 앞에서 메뉴를 고르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6월을 주목하라.”
여권 인사들은 이 지사의 차기 대선 출마 공식선언 시점을 6월로 전망했다. 이는 민주당 당헌에 따른 대선 경선 일정(9월)과 대선 최소 준비 기간(3개월)을 고려한 시나리오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대선 최종 후보는 선거일(내년 3월 9일) 전 180일인 올해 9월까지 선출해야 한다. 이 지사도 6월께 ‘대선 승부수냐, 지사직 재선이냐’의 갈림길에 선다는 뜻이다.
윤 전 총장도 마찬가지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총장 등판 시기에 대해 “5~6월쯤”이라고 예상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도 “(윤 전 총장이) 7월 전에는 거취를 결정해야 하지 않나”라고 밝혔다.
이 지사 6월 등판 변수는 대선 경선 연기론이다. 재보선 참패 후 민주당 내부에선 “대선 경선을 연기하자”는 의견이 터져 나왔다. 여당이 먼저 대선 후보를 확정할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9월에 선출되는 민주당 대선 후보는 약 6개월간 본선 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차기 대선 직전까지 여의도 정국을 뒤흔들 야권발 정계개편 과정에서도 독자 생존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당 일각에선 “여당 대선 후보 선출 후 범야권이 후보 단일화 논의를 할 경우 이슈 파이팅에서 밀릴 수 있다”며 “자칫 재보선 패배의 데자뷔가 발발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4월 재보선 과정에서도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오세훈·안철수 단일화’에 밀려 이슈 선점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다만 4월 재보선에 앞서 대선 경선 연기론이 한 차례 불거졌던 터라, 이번 파장은 크지 않았다. 친문계는 이재명 독주가 본격화된 지난 2월 중순, 대선 180일 전 후보 선출 규정을 대선 120일로 늦추자고 주장했다. 친문 핵심인 전재수 의원은 이에 대해 “계파 이익보다 더 좋은 후보를 뽑은 과정”이라고 밝혔다.
당시에도 민주당 안팎에선 친문계의 대선 경선 연기론을 두고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비롯한 제3후보론 출현을 위한 일종의 시간 벌기로 인식했다. 하지만 이 지사 측 일부 인사들은 “대선 경선 일정을 바꾸는 것은 시험날짜를 변경하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이 지사 측 인사들은 대선 경선 연기론이 또 나오자, 불만을 강하게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 복수 관계자들은 “차기 대선 주자들의 전원 동의 없이 경선 룰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친문계 일부가 아이디어 차원으로 제시한 온라인 전 당원 투표제를 통한 룰 변경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다수였다.
이 지사의 6월 등판은 사실상 초읽기에 돌입했지만, 문제는 돌출 변수의 등장이다. 친문계를 포함한 범친노(친노무현)계에선 차기 대선판 변수로 ‘유시민 등판론’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3월 31일 교보문고 유튜브 채널에서 “신념에 너무 집착하지 마시기 바란다. 신념 자체도 달라지는 가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월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차려진 2021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마스크를 벗어 본인 인증을 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여의도에선 유 이사장이 대선 출마의 문을 닫지 않은 것으로 해석했다. 앞서 그는 2018년 10월 15일 “공직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제 인생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선 불출마 신념도 백팔십십도 달라질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유시민 대선 출마라는 돌출 변수가 등장하면, 현재의 여권 대선 구도가 흔들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친문 몇몇 관계자들은 유 이사장이 출마할 경우 이재명 대망론이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시민 출마에 베팅한 당 주류 일각에선 한발 더 나아가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 재선’으로 턴할 수도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대선판의 뒷배 역할을 할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선택도 이 지사 등판 여부를 결정할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앞서 김진표 민주당 의원이 2019년 6월 탈당을 고리로 이 지사를 압박할 당시, 이 전 대표는 “잘 모르겠다”며 이 지사 손을 들어줬다.
반대 해석도 만만치 않다. 이해찬 전 대표는 예상보다 이른 재보선 정국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자청했다. 이 시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 의혹이 메가톤급 변수로 등장했을 때다. 한때 이 의혹을 놓고 이재명발 기획 폭로설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지상 최대의 이간계”라고 발끈했지만, 많은 이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이 시각에서 보면 예상보다 빠른 이 전 대표의 등판은 구원투수 역할을 넘어 ‘선 이재명 견제·후 제3후보론 띄우기’ 포석에 가깝다. 친문계에선 이미 ‘13룡 등판론’에 불을 지핀 상황이다. 이 전 지사가 △문 대통령과 관계 설정 △호남 구심점 확보 △2030세대 집토끼 복원 등의 난제를 넘지 못한다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쥘 수 없다는 얘기다.
정치권과 거리 두기 중인 윤 전 총장도 6월 등판론 한가운데 서 있다. 이 시기는 야권발 정계개편의 1차 분수령으로 꼽히는 시기다. 야권 통합 신호탄이 될 국민의힘 전당대회도 이쯤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6월 말 전당대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당 관계자들은 “(야권 통합 여부에 따라) 시기는 조정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관전 포인트는 ‘선 전당대회·후 야권통합이냐’, ‘선 야권통합·후 전당대회냐’다. 통합 주도권을 놓고 밀당(밀고 당기기)을 시작한 국민의힘은 선 전당대회 수순을 밟고 있다. 이 경우 윤 전 총장은 당분간 제3지대 신당 창당을 띄우며 몸값 키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8월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지점의 변수는 킹메이커로 나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선택지다. 재보선을 승리로 이끈 김 전 위원장은 복수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사리판인 국민의힘에 절대 안 간다”고 수차례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이 금태섭 전 의원과 교집합 찾기에 나선 만큼, ‘윤석열·김종인·금태섭’ 등으로 이어지는 제3지대 전선이 형성될 수도 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여야 정치인들의 회동 요청을 완곡히 거절하고 있어 제3지대 신당 구축이 단기간에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외곽지대에서 만들어진 지지 모임 등은 ‘윤심(윤 전 총장 의중)’이 반영되지 않은 팬심에 기초한 정치행위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윤 전 총장 측도 “당분간 대선 학습에 매진할 것”이라고 조기 행보에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망론의 향배는 △제1야당과의 관계 설정 △충청 대망론 및 영남세 확보 △50대 이상 지지율 확보 등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윤지상 언론인